이재근 목사 (주사랑선교교회 담임)
요즈음 ‘죽어야 산다’는 종류의 책들이 많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그런 종류의 책 가운데 ‘교회가 죽어야 예수가 산다’가 있습니다. 목회자와 기자라는 두 가지 직업을 가진 한용상이란 사람이 쓴 이 책은 현대 한국교회는 예수님의 십자가 정신은 온데 간데없고, 목사의 우상화와 신도들의 우민화, 신비주의적이고 샤머니즘적인 신앙, 그리고 물량주의, 성장주의, 배금주의에 빠졌다고 질타했습니다. 책으로 나오지는 않았지만, 익산 갈릴리교회 이동준 목사가 쓴 ‘목사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는 제목의 칼럼이 있습니다. 이 목사는 2000년 1월 기독교 신문에 게재된 이 칼럼에서 동료 목회자들을 사정없이 원색적으로 성토했습니다. “한국교회는 개혁대상인 목사들의 목소리는 천둥처럼 들리고, 뇌성처럼 들어야 할 예수님의 소리는 간 곳이 없다”고 비판했으며, “교회 안에서 박터지게 싸우는 것을 교회 밖 사람들이 말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겠는가?”라고 질타했습니다.
최근에 이와 유사한 종류의 책으로, ‘대형교회가 망해야 한국교회가 산다’가 있습니다. 감리교 단에서 신학공부를 하고, 나사렛성결교단 소속의 이계선 목사가 쓴 이 책은, 교회에 대해 기복신앙 푸닥거리, 사기꾼, 무당종교, 위기로 몰아가는 주범, 세속화의 극치 등 극단적인 모든 표현을 다 동원하여 한국 대형교회의 치부를 질타하고 있습니다. 한용상씨, 이동춘 목사 그리고 이계선 목사의 주장이 다 옳은 것은 아니지만, 공감이 가는 대목도 많습니다. 그들이 지적한 그런 점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우습게 여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국의 기독교가 완전히 절망할 단계는 아닙니다. 죽어야 할 목사보다 죽어서는 안 될 목사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그 가운데 목회를 시작할 때부터 자기 이름으로 된 통장이나 부동산 등 일체의 재산을 가지지 않겠다며 무소유의 철학을 몸소 실천했고, 한창 성장 중에 있고, 수많은 성도들이 이임을 만류했지만, 자신의 뒤에 오는 새 담임목사에게 누가 될 것을 염려해 이임예배를 드리자마자 미련 없이 새 선교지로 떠났던 주님의교회 옛 담임, 이재철 목사는 보통 목사는 흉내도 낼 수 없는 죽어서는 안 될 목사입니다.
또, “교회는 목회자의 개인소유가 아니며, 교회가 젊어지고 새로워지는데, 내가 부담이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며 성도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4년간 시무해 온 교회를 미련 없이 떠난 광주 혜성교회 장길준 목사도 존경받아 마땅합니다. 그리고 “교회건축이 곧 부흥”이라는 신화를 깨뜨린 전주 안디옥교회, 일명 ‘깡통교회’의 이동휘 목사의 경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의 목회철학은 개혁적이고 특별했습니다. 교회재정의 60%는 선교비로 책정했고, 모든 봉사자는 무보수며, 상장, 선물제도를 폐지했고, 교회의 모든 기관을 사역별 선교체제로 조직, 운영했으며, 교회문을 24시간 개방했고, 구제와 지역사회 개발에 적극 참여, 동참했습니다. 교회의 머리, 몸은 그리스도입니다(엡1:22, 골1:18). 목사는 그리스도의 대리자, 위임자입니다. 목사가 죽으면 교회도 죽고, 교회가 죽으면 목사도 죽습니다. 그러므로 목사도 교회도 죽어서는 안 됩니다. 목사도 교회도 살아야 합니다. 목사가 살아야 교회가 살고, 교회가 살아야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