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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쳐만 가는 직분자, 대책은 없는가?

여승훈 목사

“목사님, 교회 일에 이리저리 뛰어다니느라 너무 지쳤어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조용히 뒤에서 섬기겠습니다.” 필자가 아는 어느 권사님의 고백이다. “목사님, 이제 지쳤어요. 그래서 이제는 이곳저곳 교회를 방문하면서 좀 쉬는 시간을 가져야겠어요.” 필자가 아는 어느 장로님의 고백이다.

현대 교회는 직분자들이 점점 교회 일로 지쳐만 가고 있다. 이렇게 지쳐가는 직분자들로 인해서 교회는 마치 무거운 바윗돌을 끌고 가듯이 무겁고 힘겨운 분위기로 겨우 간신히 운영되어져가는 경우가 허다한 것 같다. 더 나아가서 목회자와 성도간의 골 깊은 반목이 점점 더 쌓여가고 있는 형편이다. 목회자 입장에서는 성도를 향해 끊임없는 헌신의 요청을 하게 되고 성도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요구되는 헌신에로의 요청이 지나는 세월을 따라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 때로는 주어지는 보상에 대한 이해타산에 따라 실망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지쳐가는 성도들 특별히 직분자들이 지쳐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목회적 대책이 매우 시급하다고 본다.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는 가장 먼저 환자의 상태에 대한 진단을 한다. 진단과정을 통하여 환자의 현재 상태에 대한 원인을 찾아낸다. 그리고 찾아낸 원인에 대하여 처방책을 세우고 치료를 한다. 교회 일에 대하여 지쳐있는 직분자는 영적인 상태에 뭔가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그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물론 원인들이 다양하게 있을 수 있다. 필자가 묻고 있는 것은 보다 근원적인 원인에 대한 것이다. 이 근원적인 원인에 대한 진지하고도 정확한 진단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지쳐가는 직분자들에 대한 치유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얼마 전 어느 날 아침에 필자가 자동면도기를 사용하면서 조금 짜증이 났었다. 이유는 면도기가 작동은 하는데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보고 있던 필자의 아내가 자동 면도기 뚜껑을 열고 쌓여있던 찌꺼기들을 털어내고 깨끗이 청소를 하였다. 필자가 다시 사용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제대로 기능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직분자들이 지쳐가는 배경에는 외적인 환경으로부터 찾아오는 요인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그런 외적인 요인들 이면에는 보다 근원적인 이유가 있다. 그것은 마치 자동 면도기를 정기적으로 청소해주어야 하듯이 영혼의 내면을 정기적으로 정화시켜주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소되지 않은 자동면도기의 특징은 파워를 켜면 작동은 하는데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경우를 비유해서 헛바퀴가 돈다는 말을 한다.

직분자의 봉사는 위에 계신 주님으로부터 모든 것을 공급 받아서 그 은혜의 힘으로 표출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혼의 내면이 정화되지 못하면 위로부터 내려오는 주님의 은혜의 자원들이 차단된다. 주님의 은혜의 자원들이 차단된 상태에서 나올 수 있는 것은 “내 힘”과 “내 열정”과 “내 열심” 이런 것들이 아니겠는가? 내 힘과 내 열정과 내 열심으로 행하면 분주하기는 하지만 제대로 기능하지 않으므로 효과 없는 헛바퀴만 돌게 되는 것이다. 이런 헛바퀴의 연속이 결국 스스로를 지쳐만 가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모두가 함께 깊이 각인해야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교회의 봉사는 봉사자 자신의 경험이나 열성이나 열정이나 내면의 그 어떤 것을 표출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근본적인 사고의 전환이 꼭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가진 자원들을 사용해서 봉사의 일을 하므로 하나님을 섬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성경적 사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성경적 사실은 우리가 하나님을 위해 섬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우리를 섬기는 것이다. 새롭게 직분자로 임직이 되고 나면 하나님을 위해 봉사하고 섬기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한다. 그런 새로운 각오로 교회를 섬기려 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되짚어 보아야 할 뿌리적 사고를 간과해서는 안된다. 직분자로 세워진다는 것은 하나님이 직분자를 섬겨주시는 섬김에 대한 감격과 감사함으로 하나님을 위해 섬기고 봉사 하는 것이다.

한 가지 질문을 생각해보자. 베드로가 예수님을 섬겼는가? 아니면 예수님이 베드로를 섬긴 것인가? 요한복음13장에 보면 예수님이 베드로의 발을 씻어주는 기사를 접하게 된다. 베드로의 발을 씻어주신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이런 말씀을 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너희도 행하게 하려 하여 본을 보였노라.” 예수님께서 베드로와 제자들에게 기대 하시는 것은 섬기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런데 예수님께서는 분명한 순서를 정해 놓고 계신 것을 보게 된다.

제자들에게 섬기는 삶을 당부하시면서 먼저 하신 말씀을 주의 깊게 주목해 보라. “내가 너희에게 행한 것 같이” 무슨 말인가? 예수님이 제자들을 섬긴 것 같이 제자들도 그렇게 섬기라는 말씀이다. 그렇다. 우리가 주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주님이 우리를 섬겨주는 것이다. 주님의 섬김을 받은 자들이 그 섬김을 나누어주는 것 이것이 곧 교회 직분자들이 가져야 할 섬김과 봉사의 기본정신이다. 보다 직설적으로 표현한다면 이렇다. 주님으로부터 먼저 섬김을 받지 않고는 직분자로서 교회를 섬기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님으로부터 먼저 섬김을 받아야 된다는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골로새서 3장 16절을 참조해보라. “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 모든 지혜로 피차 가르치며 권면하고 시와 찬송과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감사 하는 마음으로 하나님을 찬양 하고” 피차 서로 가르치고 권면하고 노래하므로 섬기는 일을 위해서 매우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을 전제하고 있는 것을 본다. 그것은 그리스도의 말씀이 각자 속에 풍성히 거하게 하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다. 그리스도로부터 먼저 섬김을 받는 것의 의미는 그리스도의 말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리스도의 복음 말씀을 영혼의 내면 속에 지속적으로 풍성히 채우라는 것이다. 그리스도의 복음 말씀이 영혼의 내면에 채워지면 그리스도께서 당신의 영혼을 섬기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의 복음 말씀을 매일매일 사활을 걸고 들어라! 선포하라! 묵상하라! 그리고 그리스도의 복음 말씀이 당신의 영혼을 섬기게 하라. 그러면 교회 일에 지쳐있는 당신의 영혼에 소생하는 새로운 은혜의 힘이 공급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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