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임마누엘장로교회 원로목사
언제였나... 아주 까마득하게 제 기억 저 밑에 가라앉아있던 기억 속에서 지금 마음에 다가오는 표현입니다. "왕건이다."
이 표현을 처음 들으면서 저는 이 표현 속에 들어있는 속어적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이 표현을 들을 때에 이 표현을 사용하신 분은 인격적으로 꽤나 괜찮다고 나름 인정을 받고 있던 분이라서 그 분의 이 표현을 속도있게 이해를 못하고 저는 고려태조 왕건의 역사적 이야기를 통해서 무슨 말을 하려고 하나 기대를 하고 있는데 그 분은 고려태조 왕건의 이야기는 하지 않고 다시 "왕건이 또 나왔네" 하며 아주 신나했습니다.
그제야 "왕건이 나왔다니 무슨 말입니까?" 하고 그 분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웃으며 그 분은 제게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ㅎㅎㅎ 순진하신 우리 목사님, 미안합니다. 이 음식을 먹다보니 진짜 있어야 할 것이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었는데 어렵사리 찾았다는 웃기는 말입니다. 즉 '왕건'이라는 말에서 '왕'은 왕 같은 좀 커 보이는 것, 대단한 것을 뜻하고 '건'은 건더기의 준말이죠. 이제 좀 이해가 되시죠?"
그렇게 저는 그 때 신조어를 하나 터득했습니다. 그런 후로 가끔 신문이나 TV뉴스를 듣거나 드라마나 책을 읽다가 괜찮은 내용이나 사건들을 만나면 그럴 때마다 눈이 활짝 떠지며 속으로 "왕건이다" 하고 소리치고는 합니다. 그런데 그런 제게 오늘도 왕건이 걸렸습니다. 그 왕건은 다름 아닌 한예리라는 연예인이 한 인터뷰에서 이런 표현을 했었습니다.
"촬영장에서 가장 재미있는 건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는 말과 "현장에서 절실히, 열심히 한다. 같은 마음으로 만들어가는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는 표현이었습니다.
이 분의 이런 표현이 제게 왕건처럼 다가온 이유는 생각해보면 교회라는 공동체에서 함께 섬긴다는 것은 이미 예수를 믿어 좋은 사람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예수를 믿는 사람은 나름 절실히, 열심히 해야 할 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 자신을 살펴보아도 이것이 없어도 너무 없어서 감사가 없고 섬기면서도 기쁨이 없다는 생각이 다가와서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이렇게 부끄러워하는 제게 하나님은 이렇게 다가오셨습니다.
"1) 형제들아 사람이 만일 무슨 범죄한 일이 드러나거든 신령한 너희는 온유한 심령으로 그러한 자를 바로잡고 너 자신을 살펴보아 너도 시험을 받을까 두려워하라. 2) 너희가 짐을 서로 지라 그리하여 그리스도의 법을 성취하라. 3) 만일 누가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된 줄로 생각하면 스스로 속임이라. 4) 각각 자기의 일을 살피라 그리하면 자랑할 것이 자기에게는 있어도 남에게는 있지 아니하리니 5) 각각 자기의 짐을 질 것이라(갈 6:1-5)."
11.02.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