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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념 잘 된 커피

오늘 교회를 다녀와서 베풀어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너무 크고 넘쳐서 감사한 마음에 젖어있는 제게 41년 전, 저의 처녀 목회시절에 경험했던 기억이 떠올라 제 자신도 모르게 빙긋이 웃었습니다. 그렇게 저로 웃음을 짓게 한 이야기는 이런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교회에 나온 지 얼마 안 되는 형제의 가정에 심방 차 들러서 기도하고 말씀을 나눈 후, 커피가 나왔습니다. 물론 그 때는 지금처럼 제가 블랙커피를 하지 않고 모든 양념이 들어간 커피를 즐기던 때라서 형제의 아내가 양념을 잘 해서 내온 커피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주인 형제가 제게 먼저 권했습니다. "목사님, 식습니다. 어서 드시지요." 그래서 기도를 하고 커피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달달해야 할 커피가 짜디짰습니다. 뱉을 수도 없고 짜다고 말할 수도 없지 않습니까. 하는 수 없이 그대로 마셨습니다. 그렇게 제가 마시고 있는데 주인 형제도 자기 커피 잔을 들어 입으로 가져가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마시기 시작한 주인 형제가 악 소리를 지르며 소리쳤습니다. "아니 여보, 왜 커피가 이리 짜?"

남편의 소리를 듣고 들어온 자매는 어쩔 줄 몰라 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머머, 이를 어쩌지. 제가 소금을 설탕으로 착각했네요. 목사님, 어쩌지요?"

그렇게 미안해하며 어쩔 줄 모르는 자매에게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하하하. 아주 양념을 잘 해서 짠 커피를 맛 볼 수 있게 해주셔서 참 좋네요. 감사합니다." 라고 하며 우리는 아주 재미있게 웃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재미있게 웃을 수 있었던 그 추억을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하나님은 그 잊고 있던 재미있는 추억을 오늘 제 기억 속 저 깊은 곳에서 끄집어내 저로 미소 짓게 해주셨습니다.

 

저 역시 지금, 오늘 여기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한 것은 잘 한 것보다 실수가 비교할 수 없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실수가 많았던 저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섬겨올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저를 너그럽게 받아주고 이해해준 이들의 너그러움 때문이었다는 것을 하나님은 지난 저의 추억 속에서 끄집어내 미소 짓게 해주시고 또 그 때를 그리워하게 해주십니다.

그리고 그런 그 때를 떠올리며 그리워하는 제게 하나님은 이렇게 다가오셨습니다.

"너희 관용을 모든 사람에게 알게 하라. 주께서 가까우시니라(빌 4:5)."

01.20.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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