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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의 끝자락에서...

송찬우 목사

시애틀 임마누엘장로교회 원로목사

 

봄 여름 가을을 거치며 저의 정원에 나고 자라서 피고 지며 저의 마음을 따스하게, 때로는 즐겁고 기쁘게 해주기도 했고, 행복하게도 해주며, 사랑을 나누며 위로를 나눌 수 있게 해주었던 각종 꽃들이 이제 계절의 끝자락에서 자신들의 역할을 다하고 시들어져 버렸습니다. 그 시든 꽃들과 낙엽들을 정리하며 새삼 그 모든 꽃들이 저의 정원에서 나고 자라서 피고 지며 나와 함께 해주었던 시간들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이렇게 감사에 젖어 있을 때 딸과의 대화가 떠올랐습니다. 

지난 9월에 한국을 다녀온 뒤 정원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니 한 달 여 집을 비운 사이에 돌보지 않아 끝도 없이 자라버린 잔디와 다듬어주지 않아 제멋대로 자란 갖가지 꽃들, 채마밭에 널브러진 채소들을 보며 딸아이가 물었습니다. 

"아빠, 저것들을 다 어떻게 할 거예요? 힘들고 귀찮지 않으세요?" 

그러나 이 질문에 대해 저의 마음속에 살며시 다가왔던 대답이 있었습니다.  

"힘들고 귀찮다고 손을 놓고 있으면, 그렇지.. 편하겠지. 하지만 그 모든 것들로 인해 내가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행복해 했던 그 모든 순간들은 얻을 수 없었을 거다. 인생에게 있어서 기쁨과 즐거움, 행복과 삶의 보람이란 땀과 눈물, 그리고 나름의 헌신이 없이 얻어질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것이 아닐까? 땀과 눈물과 헌신 없이 기쁨과 즐거움과 행복을 맛보고 누리려고 하는 거기에서 인생의 모든 불행은 시작되는 것일 텐데 말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이 아침에 우리 하나님은 제게 이렇게 다가오십니다.

"어떻게 우리를 본받아야 할지를 너희가 스스로 아나니 우리가 너희 가운데서 무질서하게 행하지 아니하며 누구에게서든지 음식을 값없이 먹지 않고 오직 수고하고 애써 주야로 일함은 너희 아무에게도 폐를 끼치지 아니하려 함이니 우리에게 권리가 없는 것이 아니요 오직 스스로 너희에게 본을 보여 우리를 본받게 하려 함이니라. 우리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도 너희에게 명하기를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 하였더니 우리가 들은즉 너희 가운데 게으르게 행하여 도무지 일하지 아니하고 일을 만들기만 하는 자들이 있다 하니 이런 자들에게 우리가 명하고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권하기를 조용히 일하여 자기 양식을 먹으라 하노라(살후 3:7-12)."

12.0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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