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0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아침저녁으로 느껴지는 쌀쌀한 바람은 가을의 끝자락임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앞뜰과 뒤뜰에 아름다움을 뽐내던 꽃들이 하나둘 저가며 그 꽃들을 대신해서 곱게 물든 잎들이 화단을 장식하는가 했는데 그도 이제 기울어져 가는 가을을 따라 한 잎, 두 잎 떨어지고 이제는 흑갈색으로 정원이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정원을 향해 눈길을 두다가 아주 저를 반갑게 맞아주는 수국을 보았습니다. 수국이 피었다 진 지가 언제인데 이미 가을이 기울어져 겨울이 가까워져 가고 있는 지금에 홀로 꽃을 피웠을까…….
반갑기도 하지만 한편 그 좋은 계절을 모두 빗겨나서 철부지처럼 때 모르고 찾아온 수국 같아서 몹시 가여웠습니다.
하지만 철부지처럼 찾아온 수국은 제 마음을 한결 따스하고 밝게 매만져주었습니다. 덕분에 그 수국을 보며 하루를 아주 행복한 마음으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제 마음이 이 철부지 수국을 스마트폰에 한 컷 담아 함께 따스해지고 싶고, 함께 밝은 하루를 시작하고 싶은 이들에게 보내 주었습니다.
그런 제게 하나님은 이렇게 다가오십니다.
"지혜로운 자의 마음은 그의 입을 슬기롭게 하고 또 그의 입술에 지식을 더하느니라. 선한 말은 꿀송이 같아서 마음에 달고 뼈에 양약이 되느니라(잠 16:23-24)."
시애틀 임마누엘장로교회 원로목사
chansong_hase@hotmail.com
11.04.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