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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 핀 아티초크 꽃송이

송찬우 목사

시애틀 임마누엘장로교회 원로목사

 

정원에 3년 전에 새끼 아티초크 한 폭을 사다 심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울 정도로 아주 잘 자랐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잎이 크고 넓은데 겨울 추위에도 주눅 들지 않고 여름처럼 딱 버티고 색 하나 변치 않고 서 있다는 것입니다. 3년을 그렇게 자라고 옆에 새로운 싹을 티어서 또 자라고 곁에 네 개의 싹을 티워 함께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기대하고 기다리는 아티초크 꽃을 3년이 지나도록 보여주지 않고 화단만 넓게 차지하고 있어서 여러 번 뽑아버릴까 고심하다가 좀 더 기다려보자, 기다려보자 하고 기다렸는데 드디어 꽃봉오리가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하나도 아닌 8개의 봉우리가 올라왔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반갑던지 모두 잘라서 너도 주고 나도 갖고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꽃을 보고 싶은 마음에 네 개만 잘라 요리하기로 하고 나머지는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오늘일까 내일일까 그렇게 가슴을 졸이며 두 달을 기다리게 하더니 이제야 보라색 꽃술을 부끄러운 듯이 살며시 내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나 반갑고 그리고 얼마나 아름답고 예쁜지. "기다리기를 잘 했네. 요리한 네 개도 그대로 두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내 후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다림의 그 기쁨을 마음에 담게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후회와 아쉬움과 기쁨이 교차되는 제 마음에 하나님은 이렇게 말씀으로 다가오셨습니다. "네가 아티초크를 그렇게 기다려 준 결과로 그 기쁨을 네가 누리는 것처럼 내가 너를 그렇게 참고 기다려준 결과로 오늘의 네가 있음으로 인해 나 또한 기뻐한단다."

그렇게 제게 속삭여주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마음에 새기는 제게 다가오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울 사도의 다음 고백이었습니다. "나는 사도 중에 가장 작은 자라 나는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하였으므로 사도라 칭함 받기를 감당하지 못할 자니라.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고전 15:9, 10)."

그렇습니다. 오늘의 나는 하나님의 은혜의 결과물입니다. 감사합니다.

 

(* 아티초크: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엉겅퀴 과의 다년생 식물. 섬유질이 많아 죽순처럼 아삭아삭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분류상으로는 채소지만, 르네상스 시대 프랑스에서는 미각을 돋우기 위한 향신료처럼 취급했다)

chansong_hase@hotmail.com

 

08.12.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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