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델비아교회 은퇴목사)
은퇴 후 긴장이 풀렸다. 아내는 신경 쓸 일이 없으니 그렇게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책임에서 벗어나니 그렇게 홀가분한가 보다. 그 말을 들을 때 목회할 때도 그런 생각이 없진 않았으나 아내를 얼마나 힘겹게 했을까 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나 역시 그런 홀가분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다. 당회나 제직회 때 인간이 갖는 갈등이나 성도들 개인이 갖는 문제를 목사 개인의 책임처럼 느끼고 기도하는 일도 큰 몫이고 무엇보다 설교의 부담이 가장 컸다 하겠다. 설교하기를 좋아하는 나였지만 그래도 한 편의 설교는 속칭 산고를 통해 이뤄지니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많은 목사님들이 은퇴 후에 어떻게 살아가시는지 말씀을 하지 않아 잘 모른다. 그러나 회자되는 이야기로는 다른 것은 몰라도 목회 시절 새벽기도회가 너무 힘이 들어 은퇴 후에는 새벽기도회를 나가시지 않는 분이 많다고 한다. 이해가 된다. 얼마나 피곤하셨으면. 그러나 나는 지금까지 그냥 새벽기도회를 나가고 그것도 정장을 하고서.
아울러 말씀 묵상과 설교 준비에 시간을 바친다. 한 목사님은 설교할 곳도 없으면서 무슨 설교를 만드느냐고 하셨다. 그러나 나는 내가 하던 일이니 만든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게 영성이 필요하고 그 영성을 채우기 위해서 나는 목회할 때처럼 똑같이 살아간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까지 영성! 영성! 하고 부르짖었던 목소리가 공허하게 들리기 때문이다. 은퇴하면 영성은 필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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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24.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