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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부러운가?

김경진 목사

(빌라델비아교회 은퇴목사)

나는 어릴 때 잘 사는 사촌 가정이 부러웠다. 그래서 주일 예배를 마치면 놀러간다는 핑계로 가서 밥을 먹고 온 적도 있다. 학교에 가면 다른 아이들이 가진 공책이나 연필이 부러웠고 저들이 신고 온 신발이 부러웠다. 중학교나 고등학교 때는 다른 친구들이 어울리면서 학교 외의 시간에 영화 구경이나 등산 또는 승마 등 특별 활동을 하며 지내는 것이 부러웠다. 나에게는 물질적 여유도 없었거니와 통학을 하노라 기차 시간에 바빴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는 친구들이 갖고 있는 카셋트나 기타 타자기 등이 부러웠다. 게다가 함께 어울리면서 영화도 보고 짧은 여행도 하는 게 부러웠으나 물질의 여유가 없는 나는 그들이 연애하고 돌아다니는 것도 부러웠다. 신학교 다닐 때도 그놈의 가난 때문에 참으로 피곤했고 주변의 모든 것이 부러웠다.

목사가 된 뒤에도 다른 교회가 예배당을 갖고 있거나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도 부러웠다. 물론 나중에 나도 모든 것을 갖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런데 오늘 나는 무엇을 부러워하는가? 숨도 잘 쉬고 아무런 부담 없이 걸어 다니고 모두의 심장이 펑펑 뛰면서 활동할 수 있다는 그 사실 자체가 부러운 시간이 된 것이다. 그렇다. 삶에 부러운 것이 너무나 많았겠지만 지금 하나님의 은혜로 건강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감사하고 자랑스레 살아야 한다.

revpeterk@hotmail.com

11.1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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