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싱톤중앙장로교회)
하나님의 사랑을 가장 잘 보여주는 렘브란트의 그림 가운데 ‘탕자의 비유’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아버지의 재산을 요구하여 집을 나간 후 방탕한 삶을 보낸 후에 결국 집으로 돌아온 아들을 멀리서도 알아보고 달려가 목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 탕자의 비유라는 제목보다 아버지의 사랑이라는 제목이 더 잘 어울리는 그림입니다.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면 등이 굽고 눈이 일그러진 아버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아들을 기다리다 지쳐 늙어간 아버지, 철없이 집을 나가 온갖 고생을 다 겪은 아들을 생각하며 모든 기력을 소진하고 노인처럼 되어 버린 아버지. 그래도 아들이 돌아오는 모습에 달려가서 그의 목을 끌어안고 눈물을 터뜨리는 아버지. 팀 켈러는 이런 아버지의 모습을 ‘탕부 하나님’이라고 부릅니다. 죄인 된 우리가 주님께 돌아오기를 간절히 기다리다가 가슴에 피멍이 들어버린 하나님, 마침내 우리를 위해 당신의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세상에 보내실 정도로 자신을 다 쏟아버린 탕부 하나님.
우리는 이 주님의 가슴을 사랑이라 부르고, 이 사랑을 받은 사람을 하나님의 자녀라 부릅니다. 주님의 이 가슴을 품은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사랑스럽고 소중합니다. 하나님의 관심은 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무수한 별들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을 따라 창조된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시선은 위대한 업적을 쌓은 세상의 영웅에 멈추지 않습니다. 힘겨운 상황에서도 주님을 바라보며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는 우리에게 머물러 있습니다. 지극한 사랑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시는 주님을 생각하면 풍랑 거센 바다나 막막한 광야 한복판에 서 있어도 여전히 하늘을 바라보며 힘을 얻습니다. 이 하나님의 눈으로 사람을 바라보면 각자가 유일하게 존재하는 걸작품입니다. 그 눈으로 세상을 보면 향기나는 봄꽃뿐 아니라 비어 있는 겨울 하늘도 아름답습니다. 이런 사람은 아침 햇살을 맞을 때마다 희망의 노래를 부르고 호흡한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설렘으로 가슴이 차 오릅니다.
한 해의 삶을 마무리하는 시간이 다가옵니다. 침묵의 시간이 찾아오고 그 침묵의 세월 위로 겨울바람이 불어옵니다. 언젠가 바람을 타고 침묵의 들판에는 눈이 내릴 것입니다. 그 눈 아래 얼어붙은 대지에는 여전히 숨을 고르고 있는 꽃이 멀지 않은 봄에 피어날 순간을 기다립니다. 매 순간 그 무엇으로 분주하게 돌아가는 삶을 잠시 내려놓고 12월에는 자신에게 편지를 한번 써 보시기 바랍니다. 우체통에 넣는 편지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에게 들려주는 따스한 글을 써 보세요. 주님의 눈으로 자신을 조금 더 소중하게 돌보는 시간을 가지다 보면 차가운 겨울에도 따스한 봄의 노래가 들려올 것입니다. 수많은 아픔으로 얼룩진 삶이라 해도 성공하지 못하고 그리 잘 해내지 못한다 해도 다 괜찮습니다. 우리를 바라보시고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너 하나면 충분하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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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