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와평강교회 담임)
내가 초등학교 1학년 때, 우리 가족은 지금은 거봉 포도로 유명한 천안 입장에서 서울로 이사해 왔습니다. 처음에는 국수가게를 했고, 몇 년 지나서 가게를 좀 더 큰 곳으로 옮기면서부터는 떡 방앗간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옆 가게까지로 넓혀서 쌀가게를 겸해서 했습니다.
저의 어머니는 참으로 마음이 곱고 후하신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이 쌀을 사러 오면 빈손으로 보내는 법이 없으셨습니다. 떡도 드리고, 쌀을 됫박에 담을 때에도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서 넘치도록 주셨습니다. 나는 이런 어머니를 생각할 때마다 주는 자가 복되다는 주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예수님은 자신을 따르는 제자들에게 주는 자의 복에 대해 이같이 말씀하셨습니다.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눅 6:38). 우리가 우리의 작은 손으로 주면, 하나님은 천지를 지으신 그 크신 손으로 후이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우리에게 안겨주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신 15:10에서는 구제할 때에는 아끼는 마음을 품지 말고 풍성히 하라고 말씀합니다. 그러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범사와 우리 손으로 하는 바에 우리에게 복을 주시리라고 약속하셨습니다.
물은 생명의 근원입니다. 물이 없으면 사람도 짐승도 나무와 식물도 살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물은 흐르지 않으면 썩습니다. 물을 흘려보낼 수 있는 통로가 있어야 맑고 깨끗한 물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물을 흘려보내지 않는 고인물은 악취가 나는 썩은 물로 바뀌게 됩니다. 우리 몸의 생명인 피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일 우리 몸의 피가 흐르지 않는다면 죽게 될 것입니다. 같은 원리로 우리가 축복의 통로가 되어서 하나님께 받은 복을 다른 사람에게 흘려보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하나님께서 더 큰 은혜와 복으로 채워주시는 것입니다. 이것이 주는 자가 복되다는 성경의 원리입니다.
아내가 ‘섬유근육통“의 질병으로 한참 아파하던 2020년 크리스마스 때입니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과 함께 저녁 식사를 하면서 “크리스마스 때 가족끼리 서로 선물을 하지 말고, 그 선물 살 돈을 모아서 코로나 팬더믹 기간 중에 우리 주위에 어려운 분들을 도우면 좋겠다”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아이들도 모두 좋다고 했습니다. 그 때부터 우리 가정은 성탄 시즌이 되면 주위에 계신 어려운 목사님 가정에 비록 많지 않지만 물질을 드리며 그것이 연말연시에 조그만한 위로와 격려가 되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 때 우리 가정은 어려운 가운데 있는 두 분의 목사님께 작은 정성을 모아 드렸습니다. 그리고 한 주가 지나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몇 년 동안 연락이 없었던 분에게 메일이 한 통 왔습니다. 메일을 뜯어 본 순간, 나와 아내는 서로 바라보면 웃었습니다. 거기에는 편지와 함께 check 한 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우리가 작은 손을 펴서 도왔더니, 놀랍게도 하나님은 크신 손을 펴서 우리 가정에 두 배로 안겨 주신 것입니다. 나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이 치료차 한국에 들어가는 것을 아시고 치료비에 보태라고 주셨나보다.” 그런데 이 보다 더 감사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신앙인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었다는 겁니다.
12월은 성탄의 계절입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구원을 주시기 위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바울은 밀레도에서 에베소 장로들을 만나 마지막 고별인사를 하며 “주 예수께서 친히 말씀하신 바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이 있다 하심을 기억하라”(행 20:35)고 말하였습니다. 베드로에게는 성전 미문에서 구걸하던 앉은뱅이 걸인에게 줄 은과 금은 없었지만, 자기에게 있는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을 주었고, 그 이름으로 앉은뱅이를 걷고 뛰게 했습니다. 이제 우리도 주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우리에게 없는 것을 줄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있는 것으로 주면 됩니다. 우리에게 있는 예수의 이름을 주고, 예수님께 받은 축복을 주는 자가 되십시다. 축복의 말을 주고, 사랑의 마음을 주고, 하나님께 받은 축복을 나누어 주는 자가 되십시다. 그리하여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주시는 하나님의 풍성한 복을 누리며 살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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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