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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 오리엔테이션과 등록

김종환 목사

(달라스침례대학교 교수)

요즘 캠퍼스에는 2022~2023학년도 신입생들의 오리엔테이션과 등록이 한창입니다. 이번 여름에는 참석하는 학생과 부모가 많아서 그들의 편의를 위해 이틀간의 오리엔테이션과 등록을 8번 실시합니다. 새로운 시작을 맞는 학생들과 부모들의 얼굴에 흥분과 불안의 감정이 역력합니다. 교직원들은 학생들이 대학 생활에 잘 적응하고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지혜와 열심히 애씁니다.

대학교는 학문과 기술을 연마하는 곳입니다. 동시에 평생의 친구를 만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학교에서 배운 학문이나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서 잊히기도 하고, 급속도로 변하는 사회에서 금방 쓸모없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대학교에서 사귄 친구는 오랫동안 삶의 동반자로 남습니다. 그래서 학창 시절에 좋은 친구를 사귀는 것이 학문과 기술을 연마하는 것만큼이나, 아니 어쩌면 그것 이상으로, 중요합니다.

1960년 뉴욕 퀸즈 출신의 유대인 아트 가펑클(Arthur “Art” Garfunkel)이라는 학생이 뉴욕에 있는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 건축학과에 입학했습니다. 버펄로에서 온 샌디 그린버그(Sandy Greenberg)라는 학생을 만났습니다. 문학과 음악에 심취해 있던 두 사람은 금방 친해졌습니다. 둘은 같은 방을 배정받고 단짝이 되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친구가 되자고 약속했습니다.

대학 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샌디는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의사는 일시적인 결막염이라고 진단했지만, 시력은 점점 약해졌습니다. 얼마 후 안과 전문의한테서 녹내장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곧 시신경이 파괴되어 앞을 전혀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샌디는 깊은 우울증에 빠졌습니다. 결국 변호사가 되겠다는 꿈을 접고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가난한 가족에게 짐이 되는 것이 부담스러웠습니다. 좌절된 마음에 친구들과 연락을 끊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트가 찾아왔습니다. 대학에서 만난 절친은 샌디가 자기 인생을 포기할까 봐 염려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아무런 예고도 없이 비행기를 타고 버펄로까지 온 겁니다. 아트는 친구가 넘어지지 않도록 늘 곁에서 도와주겠다고 철석같이 약속하면서, 대학 생활을 다시 한번 시작해보도록 설득했습니다.

아트는 자신의 약속대로 샌디와 항상 함께 다니며 눈이 되어주었습니다. 친구가 비록 어둠 속에 갇혀 있어도 절대 외롭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장님이 된 친구의 상황과 동일시하는 뜻에서 자신을 “어둠(Darkness)”이라고 부르기 시작하고, “어둠이 책을 읽어줄게” 같은 식으로 말했습니다, 아트는 샌디를 돕기 위해 자신의 일과를 샌디의 스케줄에 맞췄습니다.

어느 날 두 친구는 그랜드 센트럴 역(Grand Central Station)에서 많은 사람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아트는 갑자기 꼭 가봐야 할 데가 있다며 샌디를 혼자 두고 떠났습니다. 샌디는 겁에 질린 채 사람들에게 부딪히기도 하고 넘어져 다리가 까지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두어 시간 동안 고생해서 드디어 지하철을 탔습니다. 목적지인 116 가에서 내렸을 때 어떤 사람이 부딪히면서 “미안합니다”하고 말했습니다. 샌디는 순간적으로 그것이 아트의 목소리인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아트는 꼭 가봐야 할 데가 있다며 눈먼 친구를 혼자 두고 떠났지만, 그 친구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뒤따라갔던 것입니다. 나중에 샌디는 그 경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그 경험은 내가 두려움 없는 삶을 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 경험을 하게 해준 내 친구가 정말 고맙습니다.”

그 후 샌디는 컬럼비아 대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Harvard)와 옥스퍼드(Oxford)에서 학위를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랑했던 수(Sue)와 결혼을 하고 매우 성공적인 기업가와 자선사업가가 되었습니다.

한번은 샌디가 옥스포드에서 공부할 때 아트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트는 고등학교 친구인 폴 사이먼(Paul Simon)과 포크 롹 듀오를 결성했는데, 첫 앨범을 취입하기 위해 400불이 급히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때 샌디와 그의 아내는 은행에 404불이 있었습니다. 샌디는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돈을 보내주었습니다.

아트와 폴의 첫 앨범은 실패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중 한 곡이 히트를 쳐서 1년 후에 인기순위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 노래가 “침묵의 소리(The Sounds of Silence)”라는 곡입니다. 그 곡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안녕, 어둠, 내 오랜 친구(Hello, Darkness, my old friend).” 그것은 바로 샌디가 아트에게 항상 했던 인사였습니다. 그 후 사이먼과 가펑클은 세계 가요 역사상 가장 사랑받는 듀엣가수가 됐습니다.

두 명의 컬럼비아 대학교 졸업생, 그들은 각자 세상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그들은 아직도 절친입니다. 샌디의 회고록(Hello Darkness, My Old Friend: How Daring Dreams and Unyielding Friendship Turned One Man's Blindness into an Extraordinary Vision for Life)에서 아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샌디와 친구가 된 순간 나의 진짜 인생이 시작됐습니다. 나 스스로 보기에도 좀 더 좋은 놈이 됐고, 내가 누구인지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친구를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걸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학교에서 아트를 친구로 만난 샌디는 스스로를 “세상 최고의 행운아”라고 묘사했습니다.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신입생들이 오리엔테이션과 등록을 위해 분주한 것을 보면서 “사람이 친구를 위하여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다”는 요한복음 15:13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이 신입생들 가운데서 “아트와 샌디” 같은 친구들이 많이 나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jonk@dbu.edu

07.16.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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