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침례대학교 교수)
DBU는 1898년에 설립된 기독교 종합대학교입니다. 하버드대나 연세대 같은 학교들이 기독교 정신의 바탕 위에 세워져 처음에는 확고한 기독교 정체성을 띄다가 세월이 흐름에 따라 점점 세속화 되었습니다. DBU는 그런 학교들을 반면교사로 삼고 그들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교직원 모두가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신앙과 학문의 통합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입니다. 그 다양한 노력 중의 하나가 강의를 시작할 때마다 성경말씀을 나누고 기도하는 것입니다.
필자가 가끔 사사기 6:11-12에서 기드온의 이야기를 읽을 때면 학생들에게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I saw the angel in the marble and carved until I set him free.” 이탈리아인으로서 16세기 최고의 예술가였던 미켈란젤로(Michelangelo di Lodovico Buonarroti Simoni)가 한 말이라고 합니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이렇게 되겠습니다. “나는 대리석 안에 천사가 있는 걸 보고 그 천사가 자유롭게 될 때까지 조각했다.” 모든 사람들이 평범한 돌덩이로 볼 때 미켈란젤로는 그 속에 있는 멋진 석상을 보았던 겁니다. 이 말을 통해 하나님은 사람들의 미켈란젤로이시라는 것을 학생들에게 상기시켜 줍니다.
하나님도 사람들을 볼 때 외모를 보지 않으십니다(삼상16:7). 하나님의 사자가 기드온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큰 용사여 여호와께서 너와 함께 계시도다”(삿6:12). 겁쟁이이고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고 의심이 많은 기드온을 “큰 용사”라고 부른 겁니다. 사람들은 미디안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밀을 포도주 틀에서 타작한 기드온을 봤습니다. 스스로를 약하고 작은 자로 평가절하 한 기드온을 봤습니다. 하나님을 두 번이나 시험한 기드온을 봤습니다. 동네사람들이 두려워서 아무도 안 보는 밤에 우상을 파괴한 기드온을 봤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런 기드온 속에서 “큰 용사”를 보신 겁니다.
하나님은 기드온 속에서 “큰 용사”를 보시고, 그 “큰 용사”가 모습을 드러낼 수 있도록 만드셨습니다. 우상을 파괴하게 하셨습니다. 기드온의 시험에 응해주셨습니다. 군사를 모집하여 지휘하게 하셨습니다. 그리하여 기드온 속에 잠재력으로 있던 “큰 용사”가 미디안, 아말렉, 동방 사람들로부터 이스라엘 자손을 구원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은 사람의 겉모습을 보지 않으시고 잠재력을 보십니다.
사람들은 외면만 보고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생들 가운데 외국인 학생들을 달가워하지 않는 학생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가끔 듣습니다. 생김새나 피부색을 보고 선입관 내지는 거부감을 갖는 겁니다. 심지어 이민자들이 다른 사람들의 배경이나 학벌이나 직업을 보고 그 사람들의 성품이나 미래를 판단하는 것을 종종 보고 듣습니다. 그런 기준을 염두에 두고 자녀들에게 어떤 친구는 피하고 어떤 친구는 가까이하라고 조언해주기도 합니다.
하나님이 보여주신 본과 하나님의 가르치심에 따라 사람들을 외모로 취하지 않아야 합니다. 외적인 조건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그 속에 보이지 않는 잠재력이 있음을 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잠재력이 언제 어떤 모양으로 빛을 발하게 될지 모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을 외면과 무관하게 존중해야 합니다. 대접 받기 원하는 대로 대접해야 합니다.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며 대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보여주신 본과 하나님의 가르치심을 따라 다른 사람들을 대해야 합니다.
또한 자신의 외적인 상황을 보고 스스로 좌절하고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어떤 학생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달란트를 찾기 위해 과도하게 많은 시간을 고민과 망설임 속에서 보내며 방황합니다. 잘나가는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열등감에 사로잡힙니다. 자신을 무능력한 자로 패배자로 낙오자로 결정하고 새로운 시도나 도전을 포기합니다. 자신의 부족함에 대해 주변 사람이나 환경을 탓하며 원망합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믿음의 눈으로 자신을 봐야 합니다. 자신이 하나님의 작품인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전능하신 하나님은 소용없는 것 무가치한 것을 만들지 않으십니다. 전지하신 하나님은 자녀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다. 하나님이 자신을 사랑하시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좋은 것을 줄줄 아는 것 이상으로 하나님은 사람들이 구하는 것 이상으로 좋은 것을 주십니다. 하나님은 자녀들이 하나님의 뜻을 이루며 사람들에게 유익을 끼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원하실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주시고자 하는 의지와 공급해주실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런 하나님의 눈에 비치는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필자가 대학에서 사역을 시작한 것이 1994년의 일이니 내일모래면 30년이 됩니다. 그동안 많은 학생들을 만났습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학생들이 점점 어려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들과 나이의 간격이 점점 벌어지는 것을 느낀다는 말이 아닙니다. 매년 점점 많은 학생들이 스스로의 의사나 행동 결정을 부모에게 의존하는 것을 본다는 말입니다. 요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는 신입생보다 그 부모들이 더 많이 참석하는 것 같습니다. 어떤 신입생들은 전공뿐만 아니라 수강과목조차도 부모의 의사에 따라 선택합니다. 그동안 봐왔던 학생들을 생각해보면 해가 감에 따라 자신감이 없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 학생들에게 하나님은 사람들의 미켈란젤로라는 이야기를 해줍니다. 미켈란젤로는 대리석 속에서 천사를 보는 눈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대리석 자체는 그가 만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그 대리석을 만들기까지 하시고 그 속에 무엇이 들어있는지 보십니다.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피조물인 것을 안다면 모든 사람들을 귀하게 여기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런 하나님이 자신의 아버지이신 것을 아는 그리스도인이라면 기죽지 않습니다. 실수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하나님은 자녀들의 실패나 실수를 고칠 수 있는 능력을 가지셨을 뿐만 아니라 그 실수나 실패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능력도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모든 사람들의 미켈란젤로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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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