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스침례대학교 교수)
지난해 “날 때부터 맡긴바 되었고”(이하 “날맡”)라는 졸저를 히즈핑거(His Finger, 본지 자매 기독출판사)를 통해 발간할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날맡”의 부제는 “은혜 아니면 할 수 없는 이민자의 자녀양육”입니다. 1984년에 유학을 시작하고 31년 전에 결혼해서 아내와 함께 이민자의 삶을 살며 아들과 딸을 낳아 길렀습니다. 이제 30살 된 아들은 7년간의 교사생활을 정리하고 선교사가 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27살 된 딸은 풀타임 직장생활과 파트타임으로 대학원 학업을 병행하며 남편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었으면 도저히 불가능했을 37년의 과정이었습니다. 그동안에 체험한 하나님의 은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크고 많았습니다. “날맡”은 그 과정에서 얻은 경험과 교훈 61가지를 모아 책으로 엮은 겁니다.
인쇄된 책을 받아 손에 들었을 때 벅찬 감격과 함께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오랫동안 공을 들인 책이 마침내 완성된 것이 감격스러웠습니다. 책장을 넘길 때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가 새롭게 생각나서 감격스러웠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에서는 더 많은 은혜의 간증을 싣지 못한데서 오는 아쉬움도 느껴졌습니다. 아무리 해도 하나님의 은혜를 다 기록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몇 가지 더 소개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아쉬움이 느껴졌습니다.
바로 그때 미주크리스천신문에서 자녀교육에 관한 칼럼을 제안해주었습니다. 늘 그렇듯이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이 기대감과 염려를 동시에 가져다주었습니다. 이민자의 자녀양육에 관한 글을 계속 쓸 수 있는 기회라는 면에서 감사했습니다. 잊어버렸던 내용, 빠뜨렸던 내용, 생각이 바뀐 내용을 글로 남길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기뻤습니다. 그러나 원고 마감일에 맞추어 격주로 글을 낸다는 게 부담스러웠고,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지 부담스러웠습니다. 지금껏 열심히 살아왔으니 이제는 조금씩 여유를 부리고 싶은 마음이 가끔씩 드는 터라 칼럼을 맡겠다는 말이 선뜻 나오지 않았습니다.
올해 드디어 그래도 한번 해봐야 되겠다고 용기를 냈습니다. 십여 년 전 백수를 눈앞에 둔 방지일 목사님이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원(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한인학생들에게 하신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닳아 없어질지언정 녹슬지 않겠다.” 그런 분도 계셨는데 내가 게으름을 피워도 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이 지면에 실릴 글들이 자녀들을 하나님의 뜻에 따라 양육하고자 하는 이민자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민의 다양한 동기들 중 자녀양육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많은 부모들이 자녀를 잘 양육해보고자 이민 길에 오릅니다. 자녀들에게 경쟁, 입시지옥, 청년실업, 환경오염 등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줄여주기 위해 자신들의 불편을 감수하고 고향과 친척과 친구들을 떠납니다. 세계 공용어인 영어를 배우게 하고, 시야를 넓혀주고, 다양한 기회를 제공해주기 위해 이민자의 삶을 삽니다.
그러나 현실은 자녀와 대화하기조차 힘든 이민자의 삶입니다. 하루하루 분주하게 뛰다보니 자녀와 함께 할 시간도 에너지도 부족합니다. 새로운 언어와 문화에 적응이 빠른 자녀들과 그렇지 못한 부모 사이의 간격이 점점 벌어집니다. 자녀는 부모를 부끄럽게 생각하고 무시하기 시작합니다. 이민을 결정한 것이 과연 잘한 일인지 때로는 혼란스럽고 회의가 들기도 합니다. 그런 이민자들에게 작으나마 위로와 격려와 힘을 주는 글들을 써서 이 지면에 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필자 김종환 목사는 1984년 말 유학길에 올라 1992년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원(Southwestern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 후 한국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1994년 미국으로 돌아와 Dallas Baptist University(달라스침례대학교, DBU)에서 5년 그리고 사우스웨스턴침례신학원에서 10년간 사역했다. 2010년 DBU로 복귀하여 신학대학(College of Christian Faith) 부학장과 기독교교육학 교수로 섬겨왔다. 1898년에 설립된 DBU는 종합대학교로서 텍사스주 달라스의 남서쪽에 위치하며 84개의 학부전공과 34개의 석사과정 그리고 2개의 박사과정이 있다. 약 5,000명의 재학생 중 30여 명의 한인학생들이 있다.
또한 김 목사는 1999년부터 달라스 뉴송교회의 협동목사로 사역해오며, 2015년 비영리단체 ‘주라인터내셔널’을 설립해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03.26.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