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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의존성에 해결책은 있는가? 말라위에서 (1)

조용중 선교사

 (KWMC 사무총장, Ph.D)

“깁미모니, 깁미모니” 아이들이 외친다. 사진을 찍으려 하면 손사래를 하며 돌아선다. 어린 아이의 안타까운 모습에 50센트 정도 되는 돈을 주었더니 엄마는 아이의 손에 돈을 꼭 쥐어주고 사진을 찍도록 허락하며 기뻐한다. 나는 한 아이 엄마와 산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남자에게 합하여 일 달러를 주고 두 번의 사진을 찍었다. 2024년 1월 아프리카 동남부의 내륙 국가인 말라위에서의 일이다. 국가 면적은 남한과 비슷한데 그 1/3이 호수이다. 인구가 2천만 명이 넘으니 인구밀도는 높은 편이다. “정치사회적으로 안정된 나라 중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라는 꼬리표를 붙이고 있다. 부존자원이 없고 오로지 농업에 의존하는 취약한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는 어느 곳을 방문하는 가에 따라 그 인상이 많이 달라진다. 1997년 남아공화국을 방문하였을 때에는 감옥에서 출소한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들뜬 사회적 분위기와 유럽의 일부가 더 넓게 펼쳐진 것 같은 기존 인프라는 희망의 대로가 활짝 열린 느낌이었다. 그러나 2010년 남아공화국은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져서 길거리를 활보하는 것도 꺼려지는 사람들을 만나게 하였다. 길에서 도둑을 만나거나 집안에서 강도를 당했다는 얘기를 여러 선교사들을 통해 듣고 마음이 아팠다. 요즈음도 더 나아져 간다는 소식을 듣기가 어렵다. 

아프리카 전체의 문제를 단순하게 설명할 수는 없다. 식민지 역사를 논하고 신자유주의 경제를 탓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프리카 국가들의 의존 문제는 역사, 경제, 사회 및 정치적 요인의 다양한 영향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 국제기구, 비정부 기구 및 사설 부문을 포함한 여러 이해 관계자의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이 제시한 아프리카 국가에서 의존성을 줄이기 위한 몇 가지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 선교사들은 어떻게 접근해야할 것인가?  경제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한다. 농업, 광업 및 석유와 같은 전통적인 원자재 외의 부문에 투자하여 경제 다각화를 촉진해야 한다. 기술, 제조업 및 서비스와 같은 산업을 촉진하여 일자리 기회를 창출하고 단일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말라위와 같은 나라는 그나마 광업, 석유와 같은 자원도 없다. 거의 모든 공산품이 남아공을 통한 수입품이다.  어떻게 기술과 제조업을 발전시킬 수 있을까. 선교사가 국가 산업 발전에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선교와 비즈니스의 모델을 어떻게 적용시킬 수 있을 것인가. 

교육 및 기술 개발에 투자를 해야 한다. 노동 인구의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해 교육과 직업 교육을 우선시해야 한다. 잘 교육된 및 숙련된 인구는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촉진하여 외국의 전문 지식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말라위 살리마의 공립초등학교 상황은 이렇다. 1학년 학생이 450명 정도인데 8학년 학생은 50명으로 줄어들었다. 점점 아이들을 많이 낳아 숫자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중간에 탈락한 학생들이 그렇게 많다는 것이다. 특히 여학생의 숫자가 많이 줄어든다. 그 이유를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설명하였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다 생리를 시작하는 시기가 되면 학교에서 어떻게 처리를 할 수 없어 학교를 오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생리대를 살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학교에서 생리대를 바꿀 수 있는 장소도 없어서 집에서 3-4일을 쉽니다. 그렇게 하다보면 점점 학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여 학업에 관심을 잃어버리고 학교를 그만둡니다. 또 많은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다가 임신하여 학교를 중퇴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책상과 의자가 없이 바닥에 앉아 수업을 듣고 있는 저학년 학생들을 보며 1960년대 초 한국의 시골 학교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 그들에게는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본다.  

소규모 및 중소기업(SMEs) 촉진해야한다고 한다. SMEs의 성장을 지원하여 자금, 교육 및 시장 기회에 접근 가능하게 도와야 한다. 중소기업은 저개발 국가에서 특히 일자리 창출 및 경제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중소기업이 거의 전무한 환경에서 어떻게 발전을 시킬 수 있을 것인지 외국의 투자가 절실하지만 모든 환경을 투자를 유치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특히 인프라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교통, 에너지 및 통신과 같은 중요한 인프라에 투자하여 물류 장벽을 줄이고 외국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중요한 몇 개의 국도를 제외하고는 비포장된 도로가 교통을 막고 있어서 과감한 인프라 개선이 시골 지역을 도시 시장에 연결하여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대규모의 물량공세를 하고 있다. 수도 릴롱궤의 국회의사당과 운동장을 건축하여 주었고, 지금은 거리 곳곳을 파헤쳐 놓고 수년이 지나도록 포장 공사중인 모습을 보며 사람들은 의심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외국의 자본으로 시작된 인프라 구축이 현실적인 발전으로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신뢰받는 지배력 강화 및 부패 저감은 아프리카 국가들이 스스로 가장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이다. 투명하고 책임 있는 지배 체제를 시행하여 부패를 줄이고 공공 자원이 효율적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하는 책임은 아프리카 국가들에 있다. 수없이 많은 외국의 원조들이 중단되는 이유는 불안정한 정국과 지도층의 부패에 있다고 한다. 좋은 정부는 외국 투자를 유치하고 비즈니스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말라위는 아프리카 국가들 가운데에 예외라고 할 수 있다. 가장 안정적인 정치,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 자랑이다. 대법원의 부정 선거 판결을 따르는 대통령과 야당의 후보이며 교회를 담임하였던 목사를 다시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들은 민주적 절차를 따르는 국가적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말라위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지역 통합을 통한 아프리카 국가 간의 지역 경제 통합 및 무역을 촉진하여 더 큰 시장을 만들고 경제 협력을 증가시켜야 한다. 이는 외국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아프리카 국가 간의 무역을 촉진할 것이다. 그러나 이 분야는 선교사가 직접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서민들에게 금융 접근성 개선을 위해서는 미소금융의 사례들이 인도와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에서 실험적으로 실시되어 왔지만 아프리카의 사례들을 더욱 연구하고 실천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소기업가 및 농업인 들을 위한 금융 서비스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필요가 있다.

지속 가능한 농업 촉진을 위해 국가적 정책은 몇 번의 변화를 가져왔다. 1964년 독립부터 30년 동안 장기집권을 지속한 반다 대통령은 가난한 농부 출신으로 농부들이 굶주리지는 않도록 국가통제 경제를 실시하였다. 그는 냉전 시대에 반식민주의를 표방하지 않고 반공주의를 지킨 독특한 아프리카 지도자였다. 탈냉전 이후 세계적인 민주화 흐름으로 인하여 30년 만에 선거를 통해 물러났지만 배고픈 농부들에게는 인기가 있었던 권위주의적인 정치인이었다. 그 이후 바킬리 물루지가 정권을 잡았으나 엘리트주의 정치로 국민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10년 만에 선거에서 패하고 말라위에서 추방을 당했다. 다음은 빙구와 무타리카가 대통령이 되어 경제를 많이 발전시키고 재선에 성공하였으나 심근경색으로 사망하고 최초의 여성대통령 조이스 반다가 잔여임기를 채웠다. 이후 동생 피터 무타리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으나 재선에 실패하고 부정선거 판결로 물러나고 목사 출신이 라자루스 차퀘라가 대통령이 되어 정부를 이끌고 있으나 팬데믹과 세계적인 경제 침체로 인한 어려움 가운데 경제 정책의 실패로 인기를 잃고 있다. 이런 환경 가운데 가능한 농업 관행을 촉진하여 식량 안보를 높이고 식품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서 선교사들이 어떤 역할을 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가끔 선교사들은 현대 농업 기술, 관개 및 가치 추가 가공에 투자하여 농업 생산성을 향상 시키려는 노력을 해본다고 하지만 성공적인 사례를 들기 어렵다. 

아프리카에서 보건 및 사회 안전망 강화를 위한 선교사들의 노력은 선교 시작부터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보여진다. 말라위에는 한인 선교사들이 세운 병원이 있다. 간호사인 백영심 선교사가 개인적으로 시작한 클리닉이 한국의 대양상선 정유근 사장의 사재 출연으로 200병상의 대양누가병원으로 발전하였고, 김수지 박사와 같은 여러 의료인의 참여로 간호대학을 설립하고 간호사들을 양성하고 있으며, ICT 대학을 설립하여 보건의료 발전과 기술 발전을 위해 헌신하여 왔다. 그러나 1달러 정도의 진찰, 진료비를 무료로 하여달라는 정치인의 요청을 듣게 된다는 의사 선교사는  앞으로 발전해야할 보건 시스템과 사회 안전망의 개발은 인구의 전반적인 의식 발전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한다. 건강하고 교육받은 노동 인구는 경제 성장과 외부 지원에 대한 의존을 줄이는 데 필수적인데 그 해결책은 결국 교육으로 귀결되는 것 같다.

혁신과 기술 이전을 촉진하는 것은 현재의 수준으로는 요원해 보이는 것 만 같다. 교육받은 전문 인력들은 자국을 떠나 발전된 해외에서 귀국하지 않는다. 말라위의 전체 전문의 숫자는 영국의 한 도시에 남아있는 말라위 전문의 숫자에 미치지 못한다는 얘기가 회자하고 있다. 돌아와 연구 및 개발을 촉진할 수 있는 여건이 없다는 이유로 해외로 빠져나가는 악순환의 고리는 모든 저개발국가의 현실이다. 그들에게 애국을 말하기에는 현실은 너무나 열악하다. 더 개발된 국가로부터 기술 이전을 촉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며 희생할 수 있는 의식 있는 리더들이 더 많이 나와야 할 것이다.  

dr.yongcho@gmail.com

 

02.03.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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