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MC 사무총장, Ph.D)
한 달 전에 한국민은 모두 한 살에서 두 살 젊어졌다. 외국인들이나 미국에 사는 아이들은 한국식의 나이 계산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둥절하는 모습을 많이 보아왔다. 사람들이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될 때에 나에게 당연했던 것이 그렇지 않을 때에 새롭게 느껴지는 모든 것들이 문화충격으로 남는다. 단기 선교여행을 통해서는 언어나 소리로 들리는 것, 외형적으로 보이는 것 등이 특이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쉽게 보이지 않고 나타나지 않은 것들이 장기선교사의 삶을 살아갈 때는 드러나게 되는데 그것은 삶의 통과의례들로서 이를 잘 이해하고 선교적 의미를 가지고 적용하게되면 문화의 깊숙한 곳을 알게되고 선교의 열매로 나타나게 된다.
통과의례는 한 개인이 인생의 한 단계에서 다른 단계로 전환하거나 새로운 사회적 또는 문화적 지위로 진입하는 것을 기념하는 의식 행사 또는 의례이다. 이러한 의례는 개인의 인생에서 중요한 이정표이며 종종 문화적, 영적 또는 사회적 의미가 깊다. 통과의례는 문화마다 매우 다양하며 대표적으로 출생 의식, 성인식, 결혼식, 장례식 및 기타 중요한 삶의 전환과 같은 행사를 포함할 수 있다. 이렇게 우리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깊은 관련이 되어있는 통과의례는 모든 문화에 유사한 의미를 가진 의례가 있더라도,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내용들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러기에 선교사에게 새로운 문화의 통과의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로 중요하다.
통과의례를 아는 것은 문화적 이해를 돕는다. 통과의례는 한 문화의 신념, 가치관, 세계관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선교사는 이러한 의식을 이해함으로써 선교사가 활동하는 문화적 맥락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선교사가 외부인으로서 시작하지만, 내부인과 같은 깊숙한 문화적 이해를 가지기 위해서는 그 문화에서 어떤 통과의례들이 있는지, 또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왜 그렇게 진행하게 되는지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 통과의례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또한 선교사가 이러한 의식에 존중하는 마음으로 참여하거나 관찰하는 것은 현지 문화에 대한 민감성을 보여주고 지역 사회와 긍정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 요즈음 한국에서 TV 프로그램들에 나오는 주한 외국인들을 보게 되면 만나보지 않았던 사람이라도 상당히 가깝게 느껴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나라 말을 하고 우리들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면 가깝게 느껴지는 것처럼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도 같은 마음을 가지게 된다는 것을 생각하고 선교사는 의도적으로 참여하며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과의례에 관심을 가지고 배우는 것은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통과의례의 문화적 중요성을 이해하면 선교사가 지역사회에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잠재적인 오해를 피할 수 있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통과의례를 이해하고 참여함을 통해 선교사는 지역 사회에 보다 효과적으로 접근하고 현지인들로부터 수용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물론 선교사가 어떤 나라에서 일을 하는가에 따라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제한되지만, 개인적인 유대관계를 가지는 것도 이런 통과의례가 중요한 관계형성의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요한 새로운 문화의 통과의례를 이해하고 접근하려면 어떤 단계가 필요한가? 무엇보다 먼저 새로운 것에 대한 연구와 배우기가 필요하다. 한 문화의 다양한 통과의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 요즈음은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온라인에 즐비하기는 하지만 평판이 좋은 출처를 통해 비교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적, 현지 전문가 또는 커뮤니티 구성원으로부터 정보를 얻는 것이 좋다. 서적은 일반적으로 참고문헌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 연구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서적으로 출판되기까지 시간이 걸려 새로운 정보의 흐름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믿을만한 자료를 끊임없이 찾아내고 첨가와 삭제의 과정을 거치면서 수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거짓뉴스나 정보들이 난무하는 요즈음은 특히 가짜정보인지를 잘 가려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이다.
통과의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관찰하고 경청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현지 의식에 참관인 자격으로 참석할 수 있도록 사람들과의 관계를 맺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뜻하지 않게 통과의례를 목격하게 되는 일도 있지만, 깊은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그 통과의례에 대해 조사하고 알아두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고 접근할 때에 선입견을 가지지 않고 관찰할 수 있는 장점도 있지만, 외부인으로써 단순히 그 행사를 참여함으로 많은 것을 이해하지 못할 수 있고, 그 의례가 일년이나 수년 이후에나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사전에 알고 준비하는 것은 더 큰 유익을 줄 수 있다.
참여관찰자는 기본적인 참여관찰조사방법을 공부하는 것이 유익하다. 그 어떤 행사 중에 나타나는 상징, 행동, 감정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세계화 시대에 장점은 많은 문화권에서 타문화에 대한 이해가 늘어나고 배타성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능하다면 안내를 요청하는 것이 큰 유익이 될 것이다. 통과의례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는 문화 전문가, 원로 또는 지역사회 지도자의 안내를 구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이 모든 과정 가운데 중요한 것은 현지 관습을 존중해야 한다. 관찰하는 동안 전통과 관습을 존중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가장 기본이다. 무례하거나 방해가 될 수 있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특히 단기선교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현지의 문화를 무시하고 전통과 관습을 쉽게 비판하고 경시하는 태도는 큰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안전을 크게 해칠 수 있는 것임을 명심해야한다. 이것은 타종교의 의식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타종교인이 기독교인들의 성탄행사에 참석하여 근본적으로 무시하고 무례한 행위를 한다고 하면 누구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만큼 선교의 이름으로 특히 타종교의 모든 의식을 경멸하는 태도를 직접 보이는 것은 바른 태도가 아닐 것이다. 그것은 타종교가 옳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나 그 의식의 의미를 수용한다는 것이 아니다. 나를 존중해달라고 하기 전에 타인을 먼저 존중해야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이다.
문화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문화권의 사람들과 좋은 관계가 구축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친근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커뮤니티 구성원들과 교류를 시작해야한다. 좋은 관계를 맺는 사람들이 만들어질 때에 그 문화에 대한 친밀감이 생기고, 바른 커뮤니케이션의 길이 열리고, 긍정적인 이해를 하게 된다. 관계와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통과의례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 편견 없이 열린 마음으로 경험에 접근해야한다. 다른 문화적 관행이 내게 익숙한 것과 크게 다를 수 있지만, 현지 커뮤니티에는 깊은 의미가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은 중요하다. 이렇게 배워가는 문화에 대해 성찰하고 적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체험이 끝난 후에는 배운 내용을 되돌아보고 자신의 접근 방식과 메시지를 보다 문화적으로 적절하고 민감하게 조정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타문화의 통과의례를 배우는 것은 문화에 적합하고 효과적인 복음적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기 위함이지 그들의 문화를 수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그들의 세계관과 가치관과 신념을 이해하게 되고 어떻게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는지 생각하고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높여갈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통과의례를 하나씩 배워나갈 때에 그 의미를 깊이 성찰하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어떤 의미와 행위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가면 복음전파에 요긴한 틈새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출생과 관련하여 아프리카의 가나, 나이제리아, 짐바브웨 등의 나라들에서는 이름 짓기 행사가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 공식적으로 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작명식이 종종 열린다. 가나에서는 아웃도어링 이라는 첫 외출의식을, 짐바브웨에서는 제막식을 통해 가족과 지역사회 구성원에게 소개되고 이들이 참여하는 즐거운 행사로 신생아에게 기도와 축복의 시간을 가진다. 그래서 아프리카의 속담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동네가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듯이 공동체의 일부로 여겨진다는 것을 보게된다.
중국과 베트남에서는 보름달 축제라는 것이 있는데 출생하고 한달 후 맞이하는 보름에 가족과 친지들이 함께 모여서 한 달을 무사히 보냈다는 것을 특별하게 축하를 한다. 축하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것은 붉은 색으로 염색한 달걀을 선물하는데 달걀은 다산, 생명의 재생 및 행운을 상징한다고 한다. 생강은 몸을 따뜻하게 하고 산후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믿기 때문에 생강 요리가 제공된다. 중국 전통 디저트 및 기타 진미도 만찬의 일부로 붉은색으로 장식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손님은 아기의 번영과 행운을 기원하기 위해 선물과 붉은 봉투에 돈을 넣어 가져온다. 베트남도 이런 중국식의 의식을 비슷하게 가지고 있다. 이런 기회에 손님으로 초청을 받았는데 선물을 하얀포장지에 쌓거나, 하얀 봉투를 사용하게 되면 큰 실례가 되는 것이다. 하얀색은 초상집에 부의금을 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모든 문화는 생명의 탄생에 엮인 과정을 통해 많은 의미를 내포한 신념과 가치관과 세계관을 표출하게 된다. 한국의 문화에서 생명의 탄생은 단순한 한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오래전에는 온 집안의 문제였다. 특히 유교적 대가족 집안에서는 장손을 중요하게 생각했고 여기에 많은 문제들이 얽힌 것을 알아야만 문화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남자와 여자를 출산하였을 때에 어떻게 집앞에 표시하고 남아선호사상이 절대적이었던 사회를 볼 수 있었다. 한국의 1950-60년 대에는 인구의 폭발이 일어날 만큼 많은 자녀들을 나았고, 그들의 생존이 중요한 시기였다. 그 때에도 남아 선호사상이 강하게 있었기 때문에 딸이 많은 집안의 딸들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1960-70년대가 되었을 때에는 산아제한을 국가정책으로 장려하였고, 후에는 “둘만 나아 잘 기르자”에서 “하나만”으로 변경하였고, 2020년대가 되었을 때에는 ‘제발 아이를 낳아 길러주세요’라고 국가적 캠페인을 벌이지만 전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어버렸다. 바로 이런 변화를 통해서 한국사회의 가치관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으며, 이런 환경에서 복음은 어떤 답변을 줄 수 있는가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2023년 6월28일부터 한국에서 공식으로 만 나이를 사용하는 것으로 변경이 되었지만 독특한 한국 나이라는 것을 이해하면 한국문화의 가치관을 엿볼 수가 있다. 한국 사회에서 나이 계산을 할 때에 탄생하자마자 나이가 한 살이라고 하는 것은 잉태부터 복중에서 존귀한 생명으로 인정한 나이라는 태아를 존중하는 가치관이 반영되었던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낙태죄 폐지로 인하여 임신중절이 사회 전반적으로 더 용이하게 되었다. 출산율 증가를 국가적 사명감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 것인지 이해 불가한 이중성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다. 또한 1월1일 새해가 되면 모든 국민이 떡국을 먹으며 나이를 하나 더하게 된다. 그만큼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는 문화인 것이다. 내부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모든 행위들을 온전하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이런 다양한 통과의례를 이해할 때에 복음이 그 문화에 적합한 대안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아이의 출생과 관련한 통과의례의 변화를 통해서 가치관의 변화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그로 인하여 세계관이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기독교세계관과의 교차점은 무엇이며 복음의 수용성은 어떻게 변하는 것인지를 이해함으로 인하여 더욱 좋은 소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문화의 통과의례를 존중하고 이해함으로써 선교사는 효과적으로 다리를 놓을 수 있고 봉사하고자 하는 지역사회와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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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2.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