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MC 사무총장, Ph.D)
미국의 독립기념일이 끼어 있는 7월 첫째 주일에는 대부분 교회들에 자리가 비는 경우가 많다. 특히 이민교회들의 특성상 모처럼 연휴라서 여행을 가거나 가족들이 함께 모여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그 주일에 교회를 나오지 못하는 것은 이해하고 지나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다. 나는 멀리서 찾아온 자녀들과 함께하기 위해 젊은이들이 모이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러 엘에이의 다운타운으로 갔다. 시티즌교회라는 교회이다. 학교의 강당을 빌려 모이는 교회인데 얼마나 모일까 반신반의하며 예배 시간에 맞추어 도착하였다. 파킹장에서부터 젊은이들이 안내를 하고 있었다. 강당으로 가는 길은 아이들과 함께 예배당을 향하는 젊은 사람들을 따라가면 되었다. 밖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는 모습으로 분주했다. 처음 나오는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듯한 커피와 도넛을 제공하는 텐트를 지나 10분 전에 강당 안으로 들어갔다. 약 800여 석 되어 보이는 자리의 절반정도가 차 있었다. 평상시에는 10시와 12시 두 번에 걸쳐 예배를 드리는데 여름철에는 11시에만 예배가 있다고 한다. 찬양팀이 찬양을 시작하고 10분이 지나갈 때에 거의 80%정도가 차고, 15분이 지날 때에는 90% 이상의 자리가 찼다. 어디에서 몰려오는 젊은이들인지 모르지만 모처럼 젊은이들의 활기찬 예배에 나도 모르게 감격이 되었다. 이들의 면면을 자세하게 살필 수는 없었지만 젊은이들이 주축으로 모이는 영어권 교회를 보았다. 젊은 세대에는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더욱 팬데믹 이후 교회에 사람이 모일까 생각했던 우려는 잘못처럼 느껴졌다. 젊은 세대에도 희망은 분명 보이는 것 같았다.
젊은 세대에도 희망이 보이는 것은 아직도 교회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인다는 것이다. 예배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40대 이하로 보여졌다.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참석하는 부부도 많아 보이고, 아직은 미혼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절반 정도로 보였다. 회중의 90% 이상은 아시안으로 보여지고 대부분이 한국계 젊은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였다. 대표적인 아시안아메리칸교회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예배의 시작부터 여성리더가 찬양과 함께 워십리더로 인도하였고 광고시간에 리드목사 제이슨 민 목사가 나와서 커뮤니티광고와 함께 초청강사를 소개하였다. 여름 4주간에 걸쳐 특별 초청강사들이 공동체라는 주제를 가지고 설교를 할 것이라고 소개하였다.
시대를 관통하는 주제를 두려움없이 다루고 있는 것이다. 시티즌교회는 “우리의 비전은 도시 속의 도시, 복음으로 변화된 공동체로서 지금 여기에서 천국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시티즌교회의 홈페이지에는 교회의 비전을 이렇게 적고있다.
『“예수님은 산상수훈에서 우리가 근본적인 겸손과 사랑, 연민, 이웃에 대한 진정한 관심으로 특징지어지는 대안 공동체, 즉 ‘언덕 위의 도시’로 부름받았다고 상기시켜 주셨습니다. 하지만 개인주의, 자기 계발, 소비주의의 우상 숭배가 예수님이 염두에 두셨던 공동체를 가꾸려는 모든 시도를 위협하는 세계 엔터테인먼트의 중심지인 로스앤젤레스와 같은 도시에서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을까요?
교회는 역사적으로 이 딜레마에 두 가지 방식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도시의 가치에 동화되어 예수를 따르는 제자로서의 고유성을 잃거나, 도시에서 완전히 벗어나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는 요새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예수님이 다른 것을 염두에 두셨다고 믿습니다. 하나님은 예레미야 29장 7절에서 그의 백성에게 ‘너희는 내가 사로잡혀 가게 한 그 성읍의 평안을 구하고 그를 위하여 여호와께 기도하라, 이는 그 성읍이 평안함으로 너희도 평안할 것임이라’라고 명령하십니다. 이 간단한 문장에는 두 가지 중요한 진리가 담겨 있습니다. 하나는 신자로서 우리의 소명은 우리 자신을 위해 아름다운 것을 짓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그리스도의 통치와 다스림 아래 풍성한 삶으로 부르고, 하나님께서 이미 행하고 계신 구속과 갱신의 사역에 동참하는 은혜의 복음의 증인으로 파송되는 것임을 일깨워줍니다. 동시에 이 도시는 우리의 고향이 아니며 우리의 충성심, 가치관, 삶의 패턴은 예수님의 삶과 죽음, 부활을 통해 은혜로 주어진 천국 시민으로서의 정체성을 반영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켜 줍니다. 이에 비추어 볼 때, 교회로서의 우리의 비전은 도시 속의 도시, 복음으로 변화된 공동체로서 지금 여기에서 천국의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교회가 시대에 당면한 문제들을 만날 때에 소금이 그 맛을 잃어버리듯이 그 문화에 동화되어버리거나 세상과 떨어진 성을 쌓고 멀어져서 회피하기 쉬운데 도전을 직시하며 오늘 여기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인지를 함께 애쓰고 있는 것이다. 예배의 찬양 가운데 우리 세대의 교회에서 항상 부르는 찬송가는 없었지만 사도신경을 고백하는 믿음의 고백과 성경을 봉독 할 때 함께 서서 말씀을 받자고 하는 자세는 역사적 신앙의 유산과 말씀의 권위를 쉽게 포기하지 않겠다는 선언으로 받아들여졌다.
교회는 그 비전을 이루기 위해 이런 가치들을 가지고 살아간다고 강조하고 있다. “복음을 닮은 사역”, “사람 우선”, “전신자 제사장주의”, “진정성있는 관계”, “전인적 신앙”, “불확실성과 의심을 포용하기”라고 밝히고 있다. 복음을 닮은 사역이란 “은혜를 선포할 뿐만 아니라 교회로서 모든 일에서 은혜를 양육하고 구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수치심과 비난이 없는 문화, 서로의 인간성을 최대한 존엄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언어로써 선포의 중요성을 인정하지만, 그보다도 말한대로 살아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선언이 담겨있다. 이는 젊은 세대들이 교회를 떠나는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신앙인이라는 어른들의 위선적인 삶이라는 것을 알고 우리들은 그렇게 살지 않겠다는 선포인 것이다.
사람 우선이라는 것은 인위적인 프로그램으로 포장하거나, 정치적으로 편가르기나 직책으로 사람들을 평가하는 것이 아닌 하나님이 보시는 것처럼 귀한 사람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만인제사장직에 대한 선언은 특히 젊은 세대에 모든 교인들의 은사와 열정을 교회에서 잘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진정성 있는 관계를 교회는 “우리는 사역을 사람들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생명을 주는 관계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하는 것으로 봅니다. 진정한 변화의 열쇠는 더 많은 예배나 설교를 듣고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방식대로 살아갈 수 있도록 깊은 영적 우정을 쌓는 데 있다고 믿습니다”라고 발표하고 있다. 전인적 신앙에서는 “우리는 제자도를 한 사람이 더 그리스도인이 되는 과정이 아니라 더 인간적인 사람이 되는 과정으로 봅니다. 이를 위해 우리는 사회적, 정서적, 영적 등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통합된 신앙을 추구합니다”라고 잘못하면 오해할 수 있는 표현이지만 그 의도는 분명한 것 같다. 세상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명칭으로 만들어져가는 것이 아니라 모든 영역에서 통합된 신앙의 사람들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 가치로 언급하고 있는 불확실성과 의심을 포용하기는 이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적합한 자세로 다가서고 있음을 보게 한다. 절대 진리를 선포하고 수용하라는 자세가 아니라 우리들도 함께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하나님 말씀의 진리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면서도 겸손과 호기심의 자세를 유지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리드목사인 제이슨 민은 펜실베니아대학을 나와 하바드대학에서 교육학 석사를 마치고 찬양팀을 인도하며 교회에서 섬기다가 이 교회를 맡게 되었다. 이 교회는 엘에이의 다운타운에서 Sovereign Grace Church 라고 시작하였는데 개척을 하였던 알렉스최 목사가 당시 찬양팀을 인도하며 신학교를 다니던 제이슨민에게 교회를 맡기고 떠났다. 그 후 교회는 교회명을 시티즌교회로 변경하고 오늘에 이르게 된 것이다.
젊은 세대가 모이는 교회, 사회적으로도 어느 정도 성취해 가고 있는 아시안 젊은이들이 주일에 교회로 모여 신앙이 무엇인지 고민하며 이 시대 거센 도전의 물줄기 속에서 세워가는 이런 교회들이 있는 한 내일도 희망이 있어 보인다. 확실한 주님의 약속의 말씀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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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9.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