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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죽 가방과 선교사 돌봄

조용중 선교사

 (KWMC 사무총장, Ph.D)

MZ 세대들이 어떻게 소비하는지에 대한 조사를 발표한 적이 있다. MZ세대는 가장 중요한 개념을 절반 가까이 46.6 %가 가심비를 꼽고 개인의 가치와 신념을 드러내는 미닝아웃을 28.7%, 응원을 위한 구매활동을 10.3%, 자랑하고 과시하는 목적 소비를 뜻하는 플렉스는 7.9% 순으로 나타났다. 가격대비 성능의 비율을 표시하는 가성비에서 가격대비 심리적 만족감을 표하는 가심비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는 MZ 세대에 국한하지 않다는 것이다. 

얼마전 시니어선교사 몇 가정이 만남을 가졌다. 마침 한국에서 모임이 있어서 만나게 되었다. 그날은 어느 장로님 부부가 특별히 접대를 해준 것이다. 점심 식사를 맛있게 대접하고 휴전선이 보이는 애기봉평화생태공원을 방문하여 강 건너 북한 땅을 바라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들은 평화적 복음통일을 염원하는 기도와 민족의 하나됨을 위하여 간구하는 시간도 가졌다. 저녁 식사를 마치고 장로님이 우리를 데리고 간 곳은 멋있는 카페인데 그곳에는 장로님의 공장에서 나온 가죽 가방제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장로님은 아내 선교사들에게 여기 전시된 제품 가운데 가지고 싶은 것을 하나씩 고르라고 하셨다. 아내들은 눈을 둥글게 뜨고 신기한 듯 이런저런 전시품들을 보고나서 하나씩 골랐다. 나는 여성선교사들이 기쁘게 감격하며 고르고 있는 모습을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여성선교사들은 자신을 위해서 비싼 물건을 산 적이 거의 없다. 그러나 많은 것들을 나누며 살았다. 현지에 살며 제법 값이 나가는 것들도 아낌 없이 나누고, 많은 것을 기쁨으로 드린다. 그런데 이렇게 마음 따뜻한 선물을 받으며 기뻐하는 것을 보는 것이 감동이었다. 선교사를 돌본 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더욱 생각하게 하였다. 

 

선교사는 받을 것을 기대하지 않고 끝까지 나눔으로 인해 자신이 쉽게 지치게 된다. 평생을 이타적인 삶을 살아온 이들이 자신들을 위해 준비된 선물을 받는 것은 특별한 감흥이 있다. 그리고 그 선물이 싸구려 같지 않을 때에 자신이 대접을 받는 다는 느낌을 더욱 가지게 된다. 자주 선교사들이 받는 선물은 중고이거나 값싼 물품일 경우가 많다. 아마도 선교사들이 현지인들에게 나누기 위해서 어떤 것이라도 고맙게 받아 가지고 가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선교사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거나, 선교사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사는 사람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욕구마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선교사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준비된 선물을 받게 되는 기회가 있으면 참으로 특별한 것이 된다. 그런 기회가 별로 없기때문에 아름다운 추억의 창고에 저장되어 힘을 얻게 되는 것이다. 좋은 뜻에서 선교사를 기억하고 물건을 나누는 것 자체만해도 너무나 귀한 일이고 고마운 것이다. 선교사들은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서 가심비가 좋은 물품이라고 생각해서 그럴 것이다. 그러나 값으로 쉽게 메길 수 없는 감성적인 가치는 간과하게 된다. 담임목회자에게 선물하는 심정으로 조금만 더 생각하면 참으로 좋은 기억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다. 가성비에 관심을 기우리면 훨씬 더 좋은 돌봄이 될 것이다. 

그들은 전 세계 사람들에게 자신이 받은 은혜에 감사하여 사랑과 희망, 믿음을 전파하기 위해 평생을 헌신하는 현대의 작은 영웅들이다. 선교사들은 가족, 안락한 환경, 익숙한 모든 것을 뒤로하고 낯선 땅에서, 종종 어렵고 외진 곳에서 봉사한다. 이타적인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만, 정작 자신의 안녕과 보살핌은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선교사의 신체적, 정서적, 영적 웰빙을 증진하기 위해 선교사에게 제공되는 의도적이고 총체적인 지원인 '선교사 돌봄'이 필요한 이유이다. 

선교사 돌봄이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개념이다. 점점 새로운 선교사가 나오기 어려운 우리 교회의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많은 경험을 가지고 일할 만한 선교사들이 중도 탈락하는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손실이다. 단순히 선교사를 현지에 파송하고 재정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선교사가 효과적으로 선교를 수행할 수 있는 준비와 건강, 회복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인 접근 방식을 포함해야한다.

다음은 선교사 돌봄에 있어 중요한 몇 가지 주요 측면을 살펴본다.

 

전인적 돌봄: 선교사는 신체적, 정서적, 영적 안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독특한 도전에 직면한다. 언어와 문화적 장벽에 부딪히고, 낯선 환경에서 위험에 직면하고, 외로움과 고립감을 경험하고, 스트레스와 탈진을 겪고, 슬픔과 상실을 겪을 수 있다. 선교사 돌봄은 신체적 건강, 정신적 안녕, 정서적 회복력, 영적 영양 공급 등 전인적인 돌봄의 필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여기에는 의료 서비스, 상담 서비스, 정서적 지원, 휴식과 회복을 위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포함된다. 

 

관계 강화: 선교사들은 종종 가족, 친구, 지원 시스템과 오랜 기간 떨어져 지내야 한다. 이는 관계에 부담을 주고 정서적 안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선교사 돌봄은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정기적인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가족 방문 기회를 제공하며, 동료 선교사들을 지지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관계 강화는 선교사의 웰빙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효과적으로 봉사할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킨다. 이를 호화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교사선물, 가심비에 관심을 기울이면 훨씬 더 좋은 돌봄”

 

훈련과 장비: 선교사들은 다양한 상황에서 봉사하도록 부름을 받았으며 전문 기술과 지식이 필요한 독특한 도전에 직면한다. 선교사 돌봄에는 선교사가 자신의 역할에 맞게 준비할 수 있도록 적절한 훈련과 장비를 제공하는 것이 포함된다. 여기에는 언어 훈련, 문화 오리엔테이션, 보안 및 위험 관리, 지속적인 전문성 개발이 포함된다. 선교사에게 올바른 기술과 지식을 갖추게 하면 선교사의 효율성이 향상될 뿐만 아니라 안전과 복지도 증진된다. 전쟁의 승리를 위해 최상의 훈련과 가용할 무기가 필요하듯이 여기에 투자하는 것은 결코 낭비가 아니라는 인식이 중요하다. 

 

정서적, 영적 지원: 선교사역은 정서적, 영적으로 힘든 일이다. 선교사는 낯선 문화를 탐색하고 인간의 고통을 목격하면서 의심과 신앙의 어려움, 영적 도전에 직면할 수 있다. 선교사 돌봄은 정기적인 목회 돌봄, 멘토링, 상담 서비스를 통해 정서적, 영적 지원을 제공한다. 선교사들이 자신의 고민, 의심, 두려움을 나누고 경험 많은 멘토와 상담사로부터 지도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제공한다. 이를 위한 공동체적인 접근이 중요한 부분이다. 

 

번아웃 예방 및 회복력 증진: 선교사역은 육체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지칠 수 있으며, 선교사들은 번아웃을 경험할 위험이 있다. 선교사 돌봄은 소진을 예방하고 회복력을 증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여기에는 휴식과 안식년의 기회 제공, 자기 관리 실천 장려, 건강한 일과 삶의 균형 증진 등이 포함된다. 또한 번아웃의 징후를 파악하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사전 조치를 취하기 위한 정기적인 점검과 평가도 포함되어야 한다.

 

현장 복귀 후 전환 및 재통합: 선교지에서 돌아온 선교사들은 본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선교사 케어에는 현장 복귀 후 전환 및 재통합 단계에서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디브리핑 세션, 재진입 훈련, 지속적인 정서적, 영적 지원이 포함된다. 선교사가 자신의 경험을 처리하고, 선교 사역을 되돌아보고, 재통합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도록 돕는 것은 선교사의 전반적인 웰빙에 기여하고 선교 후유증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dr.yongcho@gmail.com

05.06.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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