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MC 사무총장, Ph.D)
제9차 한인세계선교대회가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개최되어 1000여 명의 선교사, 목회자, 평신도, 선교사 자녀, 미주의 MZ 세대가 자리를 같이했다. 일 년 전만 해도 너무 불확실한 미래를 생각하여 팬데믹을 뚫고 모임을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부터 시작하여 6년 만에 가지는 선교대회에 대한 꿈을 꾸게 하였다. 점점 약화되는 것 같은 미주한인교회의 선교 열기와 선교사 숫자 증가가 멈춘 한국교회의 보고들은 부정적인 것으로 가득하였다. 팬데믹으로 인하여 전 세계에 나간 28,000여 한인 선교사 숫자는 많이 감소하여 23,000여 명으로 보고 되었다. 팬데믹은 교회의 모든 활동을 제약하고 많은 교회에서 예배를 드리지 못하게 되었으며, 아예 문을 닫은 교회들이 많이 늘어났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온 선교사들이 후원이 안 되고 갈 곳이 없어 농장의 온실에서 지내고 있다는 소식과 택시 운전과 일용직을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선교대회를 개최한다고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 반신반의하며 시작된 대회였다. 결과는 대부분의 반응이 아주 필요했고, 좋았다는 것이었다.
선교대회의 가장 가까운 기대효과는 참석한 모두, 특히 선교사들이 함께 만나 힘을 얻고 각자의 사역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버려진 것 같은 선교지가 아니라 함께 하는 동역자들이 있고, 나만 남았다고 생각되던 선교지 밖에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칠천 인을 하나님께서 남겨두셨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이다.
선교대회는 하나님의 일하심을 확인하고 힘을 얻는 기회이다. 이번 선교대회에 참석한 선교사들 가운데 남태평양의 피지에서 참석한 분이 있었다. 꼭 선교대회에 참석하여 “세상”을 보고 싶은 마음으로 오셨다고 한다. 그런데 그 선교사는 중학교 때에 자신에게 선교에 대해 눈을 뜨게 한 선생님 선교사를 만났다. 그들이 이름을 서로 확인하고 연락이 되어 만났을 때 주님은 오랫동안 신실하게 일하고 계심을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선교대회가 열린 와싱톤중앙장로교회는 모든 참석자를 위한 의료실을 열고 섬겼다. 의료진을 찾아온 하얀 머리 선교사의 진료 차트를 유심히 보던 의사는 놀라운 이름을 읽게 되었다. 40년 전 브라질 상파울루 한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포르투갈 언어를 전혀 못하는 선교사 가정이 한국인이라고는 한 사람도 없는 떼레지오라는 곳으로 다섯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떠나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보고 이미 의사가 되었던 청년이 그곳으로 따라갔다가 돌아와 그런 사정을 보고하였다. 이 보고를 듣고 있던 중학생 세 자매가 우리들도 의사가 되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하겠다 작정을 하고 서로 다투듯이 열심히 공부하여 세 자매 모두 의사가 되었다. 그들은 해마다 시간을 내서 단기선교로 봉사하며 지내오던 중 막내 자매는 목사와 결혼하여 담임목사 사모로서 의무실에 나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곳을 방문한 흰머리의 늙은 선교사 이름이 자신을 의사로 만든 동기를 부여한 이름이라는 것을 보고 놀라 확인하게 된 것이다. 선교사는 영문을 모르고 만나서 자신이 직접 도전하지도 않았던 어린 학생들을 통하여 하나님의 일을 이루어 가고 계신 놀라운 성령의 역사를 확인한 것이다. 지금 다섯 살짜리 아들은 목사가 되어 그 선교지를 지키고 있고 세 자매는 의사가 되어 모든 가족이 힘을 합해 원격의료를 통해 선교사를 돕겠다고 의료선교단체를 만들어 섬기고 있다. 선교대회는 이런 만남을 통해 주님께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법으로 얼마나 놀라운 일들을 이루어 가고 계시는지 확인하고 힘을 얻어 돌아가 다시 한번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한 알의 씨앗을 뿌리게 하는 힘을 제공한다.
선교대회는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은 칠천 인을
하나님께서 남겨두셨다는 것을 확인하는 시간
선교대회는 하나님께 받은 은사를 가지고 모두가 서로 섬기는 자리이다. 참석한 모두에게 주신 은사가 발휘되는 종합예술이다. 어른들을 위한 대회와 함께 50여 명의 아이들을 위한 모임이 함께 있었다. 이번 대회에는 교통비의 큰 부담으로 인하여 선교사의 자녀들이 많이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선교대회에 꼭 참석하고 싶어 아이들을 데리고 참석한 분들도 있었다. 대회가 시작된 이틀 째에 부모님께 다음에도 꼭 나를 데리고 오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하는 아이가 있었다. 너무나도 좋은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섬겨 주신 선생님들은 선교대회에 자신은 직접 참석을 하지 못하셨지만 선교의 중요한 자원들이 될 꿈나무들을 키우는데 물을 주고 가꾸는 시간을 가지신 것이다.
선교대회를 준비하는 기간이 짧았음에도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은 자원봉사로 섬겨준 준비위원들의 헌신의 힘이었다. 또한 발달한 문명의 이기를 최대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최소한의 경비로 가능하게 하였다. 한국에서 키르기스스탄에서 브라질에서 미국의 이곳저곳에 흩어진 다양한 준비위원들이 줌이라는 이기를 통해 만나고 대화하며 선교대회를 준비할 수 있었다. 각자 다른 여섯 개의 단체 사람들이 함께 만나 일을 나누고 종합하여 일을 감당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서로를 존중하며 대회를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 보여준 성숙한 신앙의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대회의 준비책임을 맡고 있는 나 자신은 준비위원들에게 이번 대회를 통하여 가장 큰 은혜를 받아야 할 사람들은 우리 자신들이라고 지속적으로 강조하였다. 일에 시달려서 무거운 짐을 지게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가장 열심히 준비하며 은혜가 넘쳐나는 것이 선교대회의 준비를 담당하는 사람의 자세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선교대회 기간 내내 참석자들은 끝까지 미소를 잃지 않고 섬겨 주신 20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 모습에 감격하였다. 첫 번째로 교회에서 열린 선교대회의 큰 장점은 교회의 인적자원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선교의 동력이 되었다는 것이다. 참석자들이 일반적으로 도착하는 장소가 아닌 곳으로 도착하는 경우에는 특별한 봉사가 필요하다. 필요한 교통편을 제공하기 위해 나선 운전자는 미시간 주에서 유명한 외과의사로 섬겼던 은퇴하신 장현식 장로님이었다. 장장로님은 제1차 한인세계선교대회부터 참석하였다. 그 후 이제는 고인이 되신 류효명 장로님과 함께 평신도선교운동본부를 만들고 평신도 선교자원을 동원하는 일에 많은 수고를 하였다. 신학생들을 위한 장학사업을 추진하였으며, 선교사들을 위한 많은 의료지원을 하였다. 그리고 은퇴 후에 에티오피아 명성병원에 가서 3년 동안 아프리카 의료진들을 교육하고 돌아와 워싱턴 지역으로 이사를 온 것이다. 그런데 선교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누구보다 먼저 자원하여 도울 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이처럼 자원봉사자들은 어떠한 자리에 있던지 섬김을 통해 자신들이 가장 큰 보람과 긍지를 느꼈을 것이다. 이것은 예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물을 떠서 돌 항아리에 가득 부어 넣고, 그 물을 연회장에게 가져다준 하인들이 물이 포도주로 변한 기적을 알았던 것처럼 선교대회의 기적은 물 떠 온 하인의 자리에 있을 때에 참된 그 맛을 알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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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23.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