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MC 사무총장, Ph.D)
1988년 시카고의 무더운 여름에 휘튼대학의 빌리그래함센터에서 한국 선교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하였다. 미주 한인교회 지도자들은 나그네의 삶 가운데 하나님의 은총과 축복을 통한 미주 한인교회들의 성장과 부흥을 감사하며 시대적 사명을 깨닫고 1988년 7월 25일부터 30일까지 제1차 한인 세계선교대회를 개최하여 한국교회 선교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 대회를 기점으로 북미주 한인교회에 주신 세계복음화의 명령을 더욱 잘 감당하고자 기독교 한인 세계선교협의회 (KWMC)를 창립하였다. 1970년대에 주로 이민하여 설립된 미주한인교회들이 아직 자체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선교의 지상명령을 수행해야 함을 사명으로 깨닫고 최초의 한인 세계선교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이다. 이 대회는 모든 참가자들에게 참으로 많은 의미를 부여하였다.
첫째는 미주 한인교회의 목회자들에게 아메리칸드림 이상의 하나님 나라의 꿈을 꾸게 한 것이다. 디아스포라의 삶에 참된 의미를 부여하고 설교 강단에서 이민자들을 위로하는 것 이상으로 선교사명을 부르짖게 된 것이다. 1987년에 미주 한인교회 출신으로 신학을 마치고 안수받은 선교사를 처음으로 두 가정 파송한 당시의 미주한인교회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는 대단한 발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예산에 선교비 항목을 책정하는 것 자체가 생소했던 이민교회에서 선교는 당연히 해야 한다는 사명을 가르치고 실천하는 목회자들이 나오게 되었다. 교단의 높았던 벽과 지역의 거리를 뛰어넘어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 되는 놀라운 선교를 통한 연합을 목도하게 되고 하나님 나라를 더욱 꿈꾸게 된 것이다.
둘째는 성도들 자신들에게 일어난 변화이다. 시카고까지 멀리 뉴욕에서, 필라델피아에서, 아틀란타에서 10시간 이상 버스를 타고, 밴을 타고 몰려온 성도들이 함께 만나는 것 자체가 선교대회를 감동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일상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다. 거기에 아프리카에서 현지인들의 옷을 입고 나타난 선교사의 모습에서, 아마존의 정글을 누비다 참여한 선교사의 간증 속에서 함께 목소리를 다해 부른 찬양의 향기와 울부짖는 기도의 함성 속에서 피곤한 이민자가 아니라 디아스포라 선교 사명자로 거듭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셋째는 한인 선교사의 글로벌 네트웍을 활성화하게 하였다. 각 국에서 처음으로 미국 방문의 초청장을 들고 모여든 152명의 선교사들에게 있었던 감격이다. 선교지로 파송 받았을 때에 다시는 만나 볼 수 없을 것 같았던 동료들을 만날 수 있었던 순간의 감동, 동일한 하나님의 은혜로 선교지에서 난관을 이겨내고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동료들의 간증을 들을 때에 주시는 위로, 선교의 흐름과 새로운 변화에 대한 도전들을 통하여 선교의 사명을 재확인하고 전 세계에 흩어진 선교사들이 네트웍을 확장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넷째는 한국교회 안에서는 연합의 정신이 구체적으로 선교운동을 통하여 실천된 것이다. KWMC 대회를 참석하고 귀국한 목회자들을 중심으로 한국교회 선교협력의 필요성이 대두 되었고, 한국에서 동반자 선교회를 거쳐서 한국 세계선교협의회 (KWMA) 가 결성된 것이다. 이는 국내에서 KWMA 가 유일하게 초교파적이고 다양한 배경을 뛰어넘어 연합 정신을 실천하는 협의회라는 것을 볼 때에 KWMC 대회가 끼친 선한 영향이라고 할 것이다.
이 대회의 감격이 너무나 커서 매 4년마다 “목회자, 신학자, 남녀 평신도, 청년, 신학생, 대학생, 청소년 등의 선교 동반자들이 한 광장에 집결하는” 대회를 2016년 제8차 한인세계선교대회까지 개최하게 된 것이다. 이 때까지는 “비전의 융합, 기도의 연합, 사랑의 교제, 사명의 재무장, 정보와 전략의 상호교류 그리고 영적, 인적, 재정적, 시간적, 선교역량의 촉진 (catalyzing), 동원 (Mobilization), 번식 (Multiplying) 을 도모하여 한 목표인 세계복음화 미완성과제(Unfinished Task of World Evangelization) 성취를 위한 새 지평을 창출하기 위해 동반자 협력선교의 대광장”을 열었다. 그러나 제9차한인세계선교대회는 팬데믹의 영향이 있어서 2년이 연기된 계기로 2022년 7월 11일부터 14일까지 와싱톤중앙장로교회에서 개최하기로 하였다.
제9차한인세계선교대회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번 대회는 지역 교회와 더욱 밀접한 관계로 찾아오는 선교대회가 아니라 찾아가는 선교대회가 열리게 된다. 2016년에 열린 8차대회까지 모두 대학의 캠퍼스에서 열렸다. 이는 처음 선교사 초청장 발행부터 도움을 준 빌리그래함센터가 있기도 하였고 한인선교운동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주었던 빌리 그래함목사의 도움도 무시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였다. 또한 4-5,000 명에 이르는 큰 규모의 집회를 할 수 있는 장소가 지역교회에서는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팬데믹은 선교운동에도 영향을 끼치게 되었다. 대규모의 대회를 준비하는 자체가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그 규모를 축소하고 지역교회를 선택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지역교회의 성도들이 더욱 가깝게 느낄 수 있고, 특수한 선교사들만의 모임이 아닌 일반 성도들이 함께하는 선교대회, 선교의 보편화를 꿈꾸는 대회를 기획하게 된 것이다.
또한 한인선교운동의 세대 계승에 중점을 두는 대회가 되도록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한국 선교는 수고하며 개척을 감당한 선교 개척 세대들의 노고를 통하여 그리고 교회의 절대적인 헌신을 힘입어 세계선교역사의 새로운 장을 열어갔다. 미국 다음으로 다른 민족을 향해 선교사를 많이 파송한 나라와 민족교회가 된 것이 한없이 감사하면서도 선교사 고령화의 이슈에 대한 해결방안이 속히 마련되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번 대회에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각종 선교 모임에서 소개되지 못했던 50대와 40대 선교사들이 1세대 선교사역을 계승하도록 소개가 될 것이다. 또한 부모를 따라 선교지에 나갔거나 선교지에서 태어난 선교사의 자녀들이 이젠 20대 30대로 성장하였다. 이들이 중요한 선교의 세대임을 인정하고 선교사 자녀들과 함께 하나의 대회를 가지는 세대 계승의 장이 될 것이다. 많은 MK들은 이미 성장하여 전문직으로 일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그들에게 선교는 부모들의 일로 여겨 지기도 하고, 자신들의 선교적 삶이 이해되지 못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이 있다. 이들이 떳떳하게 선교적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앞으로의 시대에 적합한 선교적 삶이란 무엇인가를 깨닫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들을 만나고 교제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들이 부모들 세대와 함께 선교대회의 준비과정부터 함께 참여함으로 선교운동의 세대 계승을 이루어 갈 것이다. 여기에 미주 한인교회와 한국교회와 디아스포라 교회의 목회자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이 함께 하는 장이 될 것이다. 팬데믹 이후의 교회 회복을 넘어 부흥이 선교사명의 재확인에 있음을 알고 귀한 동역자들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MK 세대와 글로벌 네트웍을 이룰 수 있는 MZ 세대 (미주의 2-30대)가 함께하여 한어권과 영어권이 함께 어우러지는 선교대회가 될 것이다. 이번 대회에는 젊은 2-30대 들이 전체 참가자의 약 1/3에 달하게 될 것이다.
제9차 한인세계선교대회는 실질적인 네트웍 빌딩의 장이 될 것이다. 세대별, 공통 관심사별, 선교사들과 목회자, 평신도 지도자들이 참여하여 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이어지는 네트웍이 형성되도록 힘쓸 것이다. 선교사들은 자신들이 관심을 가지고 일을 해온 분야의 다른 선교사들과 동역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또한 자신들이 선교지에서 일하며 느낀 필요를 공감하고 동역 할 수 있는 교회와 평신도 지도자들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선교사들의 사역이 미리 소개되어 교회의 입장에서는 믿을 만한 선교사를 소개받는 기회가 될 것이다. 대형 선교대회에 참석하였지만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지 못해서 아쉬웠던 부분을 최소화시킬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관심 영역들의 공통점과 사람들을 이어주는 AI의 도움이 있을 것이다. 대형 집회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임을 가지는 것은 좋은데 대회에서 자신이 묻혀버린 느낌들이 많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대회는 대회 이전부터 대회 이후에 이어지는 네트워킹이 중요한 열매로 나타나기를 바란다. 특히 MK들이 제삼 문화권의 사람들로서 가진 글로벌한 경험들이 미주의 MZ세대 (2-30대)와 함께 글로벌한 네트워킹을 만들게 된다면 서로가 글로벌 리더들로 성장할 수 있는 중요한 친구들이 될 것을 꿈꾼다.
이번 대회는 전문영역별 트랙 중심으로 열릴 것이다.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으라는 지상명령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일반적으로 종교 문화권이나 지역으로 나누어 선교적 접근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는 지역적인 구분보다는 전문 영역적인 부분의 깊이와 포괄적이고 융합적 선교 접근을 시도함으로 팬데믹과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의 선교 대책을 마련하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대회에서는 다음과 같은 13개의 전문영역을 선정하였다. 디아스포라 현상에서 나타난 제자삼기, 도시선교에서 나타나는 제자 삼기, 플랫폼 선교, 교육선교, 문화와 미디어 선교, 비정부기구와 국제기구, BAM, 선교동원, 선교적 교회, 전방개척선교, 선교협력, 선교적 공동체 성경 읽기, MK를 통한 제자 삼기의 영역으로 나누어진다. 각 트랙은 전체 약 9시간을 할당하여 다양한 워크샵과 토의시간으로 나뉠 것이다.
디아스포라 선교는 선교대상으로서의 디아스포라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며 어떤 대응을 잘해야 하는가를 보게 될 것이며, 한편으로 선교 주체로서 디아스포라 현상을 바라볼 것이다. 미주 한인교회는 이미 선교 주체로서의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찾았던 것이며, 이러한 이해가 다른 민족들에게도 전해져서 미주에 이민을 온 미전도종족이 변화되어 선교적 자원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일까지 논의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도시빈민 구제 영역으로 이해되어온 도시선교 트랙에서는 도시선교의 이해, 역사와 전망에 이어, 구체적인 도시선교의 모델들이 나누어질 것이며 효과적인 방안들이 소개될 것이다. 플랫폼 선교에서는 지난 몇 년 사이에 급성장한 글로벌 비즈니스들이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것을 보면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교적인 접근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이며, 플랫폼 비즈니스의 사례들을 통하여 무엇을 배울 수 있으며 어떤 선교적 적용을 할 수 있을 것 인가를 다루게 될 것이다. 이런 분야는 아직도 많은 사례들이 나오지 않은 영역이지만 앞으로의 시대에 시의적절한 이슈를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다. 교육선교는 모든 영역의 교육을 다루지는 못하지만 선교지에서 교육을 통한 제자 삼기의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MK들의 참여가 기대되는 관심 영역이기도 하다. 문화와 미디어 선교 분야는 최근 많은 관심을 불러온 K-culture의 영향과 선교적 적용, 미디어를 통한 효율적인 복음 전파 사역들이 논의의 주제가 될 것이다.
제9차한인세계선교대회를 맞으며 역사의 계승을 꿈꾼다
평신도들이 창의적으로 비정부기구와 국제기구들을 통하여 선교적으로 쓰임을 받을 수 있는 길들이 나누어질 것이며 선교적 공동체 성경 읽기 소개와 훈련을 통해 얼마나 많고 좋은 선교자료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선교사들에게 제공될 수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미주한인교회는 결국 선교적 교회로 거듭날 때에 존재의 의미와 사명을 발견한다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나누는 선교적 교회 영역 트랙에도 많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각 영역별로 다양한 발표와 토의를 통하여 새시대에 맞는 선교 전략을 제안하고 협력의 장을 열어갈 것이다.
앞으로의 선교는 특히 팀사역의 모델을 발전시켜야 한다. 선교는 함께 해야 할 것이며, 그 누구도 혼자 마칠 수 없는 것이다. 선교사와 선교사, 선교사와 현지교회, 선교사와 후원교회가 협력하여 팀으로 사역을 잘할 때에 아름답고 건강한 열매들이 많이 맺히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특별히 연합적으로 3명 이상 팀을 이루어 사역을 진행하고 있거나, 계획을 하고 있는 선교사들을 격려하고 권장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분야를 특정한 것은 다른 분야가 없거나 덜 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장 다루어져야 할 선교전략의 분야에 포커스를 두고자 한 것이다. 기존의 지역중심의 워크샵은 이번에는 없을 것이나 중심 영역별로 각 지역의 특성을 논하는 기회들이 있을 것이다.
제9차 한인세계선교대회는 예전에 비하여 규모가 축소되었으나 깊이가 있는 대회가 될 것이다. 예전의 한인세계선교대회는 선교사만 1,000 명 이상 참석하는 대형 집회였으나 팬데믹 기간임을 감안하고 교회에서 모임을 가지는 이유로 소규모로 참석인원을 축소하기로 하였다. 선교사와 MK의 참석 규모는 약 400여 명으로 제한하였다. 전체 참석은 약 1,100 여 명으로 예상한다. 이 대회가 가장 효과적이며 주님이 기뻐하실 대회로 만들어지기 위하여서는 참석자 모두와 미주 한인교회의 기도와 적극적인 협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200개 이상의 교회들이 함께 참여하는 대회가 되어 미주 한인교회의 사명을 결집하는 대회가 될 것이다. 소수가 빛나는 무대가 아닌 모두가 빛나고 모두의 마음이 시원한 대회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선교대회는 넓은 뜰에 울타리를 두를 때에 중간중간에 막대를 꼽아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 방향을 설정하도록 돕고, 울타리가 홀로 서지 못하는 것을 지지하여 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새로운 시대에는 단면적인 울타리를 세우는 것으로 기능을 다할 수가 없다. 이제는 다양한 네트웍의 플랫폼 역할이 기대된다. 제9차 한인세계선교대회를 통하여 새 시대를 열어가는 선교의 장이 보여 지기를 소원하며 함께 자리하여, 함께 꿈을 꾸고, 함께 땀 흘리며, 함께 기뻐할 진정한 선교의 동역자들이 모이는 광장으로 나아가자.
dr.yongcho@gmail.com
05.28.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