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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선교의 선순환 (virtuous cycle) (8)

조용중 선교사

 (KWMC 사무총장, Ph.D)

한국에서 팬데믹을 이제는 지나쳐가는 듯 모든 거리두기를 폐지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한국이 자랑하던 K-방역에 대한 생각들이 엇갈린다. 초기 대응을 너무 잘해서 거의 코로나 무풍지대가 될 것만 같았던 그래서 교회의 모임도 희생을 감수해야했던 한국이 오미크론으로 말미암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비율의 사람들이 감염된 나라가 되었다. 나는 이 과정들을 지켜보며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라는 말씀이 더욱 공감되고, 겸손한 자를 주님께서 때가 되면 높이리라 하신 말씀을 더욱 깊이 새기게 된다. 선교에서는 특히 우리가 교만하지 않고 얼마나 겸손하게 하나님을 의지하고 나아가는지가 선순환과 악순환의 방향을 정하는 것 같다.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는 사람들은 세계에서 비춰지는 조국 한국의 모습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있다. 40여년전에 미국에서 팔리던 모든 가전제품의 최상품은 일본제품이었고, 자동차는 미국제품과 유럽제품이었다. 소니 TV는 가장 비싼 제품이었고, 누구나 그 화면에 반하여 비싸도 사고 싶은 제품이었다. 당시 미국에서 일반적으로 많이 팔리던 Zenith 제품은 경쟁을 이기지 못하고, 어느 날 한국의 LG에 매각이 되고 그 이름마저 사라져 버렸다. 

모든 것이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자동차 시장에서는 달랐다. 일본의 혼다 자동차가 4기통의 작은 사이즈로 미국에 수입되었을 때에 일반 사람들은 그 성능에 많은 회의를 가졌었다. 8기통과 6기통이 대세인 시대에 4기통의 작은 자동차가 미 대륙을 달릴 수 있을지 의심하고 주부들의 시장에 가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라며 보조용으로 팔렸었다. 그러나 이제는 가전제품은 한국제품들이, 자동차는 일본제품들이 가장 신뢰받고 많이 팔리는 제품이 되었다. 이름을 부르기 어려운 현대자동차를 처음에는 아나운서들이 일본식으로 풀어 ‘하이언다이’라고 불렀던 그 이름의 자동차를 미리 돈을 내고 기다려야 구입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우리가 자만에 빠져서는 안 되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선교에서는 어떤가? 40년 전에 한국의 교회에서 선교사들이 나와 세계선교의 중요한 세력이 될 것이라고 아무도 기대하지 못했었다. 미국 교회에선 아직도 한국유학생을 자국으로 보내는 선교사로 생각하고 지원하였다. 한국교회의 선교적 역량을 기대하지 못했었다. 

1989년 1월에 싱가폴에서 열린 GCOWE 모임에서 2000년대까지 한국교회와 비서구권교회에서 1만명의 선교사들을 파송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조동진 목사의 발표를 허풍이 심한 과장이라고 생각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2000년 1월 1일 함께 신년식사를 같이하던 조동진 목사는 한국교회 홀로 1만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게 되었음에 감사드리는 감격이 있었다. 

그리고 몇 년 후 2006년이 되었을 때 한국교회는 Target 2030 비전을 선포하고 2030년까지 10만 명의 선교사를 파송하여 세계 전역에 필요한 수요 선교사 숫자 46만명의 1/5을 감당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보여주었다. 당시 분위기는 “한국교회여 선교일등국이 되어라” “무너진 미국교회 중심에서 이젠 한국교회가 세계선교를 감당해야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세계선교를 위한 우렁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러나 2016년이 되면서 매년 1000명 이상의 새로운 선교사를 파송하던 기세가 꺾이고 선교사 증가 숫자 0을 기록하게 되는 한국선교의 변곡점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이후 둔한 증가세를 보이며 28,000여명을 기록하던 것이 2020년 팬데믹을 맞은 이후 23,000여명으로 감소했다는 발표를 듣게 되었다. 물론 조사방법에서의 조정이 있었지만 전체적인 숫자가 감소한 것은 틀림없는 현상이다. 아직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개교회 파송이나 독립선교사들을 포함한다면 30,000여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하지만 숫자의 감소는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다. 

우리들은 10년을 바라보지 못하고 예상을 했으며 이미 드러나고 있었던 한국교회 성장의 둔화와 젊은 세대의 급격한 감소세를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싶었던 것이다. 

미주 한인교회에서도 같은 추세를 보고 있다. 1.5세, 2세들의 “Silent Exodus”를 언급한 것이 벌써 오래전의 일이고, 감소하고 있는 미주 신규 유입인구로 추정할 때에 선교자원은 많이 줄어들고 있다. 미주 한인교회에서 은퇴하거나 조기 은퇴하는 시니어들을 제외한 젊은 선교 자원이 나오는 것을 기대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기존선교사 정예화, 시니어선교사 발굴, 선교사자녀 지원 

미국내 아시안교회 세우기와 타민족 교회와 협력 도모

 

인적 자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선교운동은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할 것인가. 

 

첫째는 현재 일하고 있는 선교사들이 최상의 열매를 맺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선교사가 만들어지기까지 적어도 10년의 준비기간과 선교지에서의 경험들은 쉽게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하고 있는 선교사들을 평가 절하하는 경우가 많다. 

흔히 선교집회에서 비판적으로 현재 일하는 선교사들의 삼분의 일은 철수하여야 할 사람들이고 삼분의 일은 있으나 마나 한 사람들이고 나머지 삼분의 일 만이 선교사다운 선교사이다 라고 쉽게 말하는 사람들을 있다. 

그러나 이미 선교사로 10년 이상을 일한 사람들은 처분해야 할 잉여물건이 아니다. 하나님이 부르시고 선교지로 보내셨다면 비록 효과적인 사역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원을 가장 잘 쓰임 받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님께서 보내신 것이 확실하다면 그 귀한 인적 자원이 은사에 맞게 쓰임 받도록 돕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선교사 개인의 문제가 가장 클 것이지만 그들을 파송한 선교단체의 책임도 크다고 할 것이다. 선교단체에서는 개인 선교사의 은사들을 잘 파악하고 적절한 곳에 파송되어 적합한 사역을 감당하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고 역량강화를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새로운 선교사 발굴이 중요한 것이지만 기존의 선교사들이 최대한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예화 하는 방안이 마련되도록 투자가 필요할 것이다.  

 

둘째는 시니어자원들이 더 효과적으로 많이 쓰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선교사들의 은퇴연령에 대한 논의가 거세다. 본국에서의 은퇴연령이 있기 때문에 동일시하는 규칙들이 많이 적용된다. 그러나 선교운동에서 실버선교사들을 발굴하고 은퇴나 조기 은퇴한 자원들을 선교지로 초청하여 사역을 하도록 하는 실버선교 동원이 모든 단체들이나 지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선교현장에서 30년, 40년의 경험을 가지고 아직 건강이 유지되는 시니어선교사를 나이가 되었으니 물러서라고 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다. 

선교현장의 경험이 없는 60대 선교사를 환영하면서, 현장 경험이 30년이 된 65세 선교사를 은퇴를 강요하는 것은 이론상으로 맞지 않다. 그렇다고 모든 선교사들을 연령에 아무런 제한 없이 선교지를 지키라고 하는 것도 확정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거기에는 몇 가지 조건들이 맞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선교사 본인이 원하고 선교사역을 지속할 만한 건강과 역량이 되어야 한다. 다음은 선교사의 현장에 남는 것이 다른 선교사들과의 협력에 지장이 없이 보완적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시니어선교사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음으로 인하여 후배 젊은 선교사들이 활발하게 일하는 것이 막힌다면 시니어가 양보하는 것이 아름다울 것이다. 또한 후원하는 교회의 동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후원교회의 정책으로 일정 연령을 은퇴로 정할 때에는 그 선교사의 사역가능연령(사역을 지속할 만한 능력과 경험축적)이 더 큰 유익이 될 것인지를 검토하고 획일적인 은퇴강요를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대부분 후원교회에서 시니어선교사 후원을 중단하는 것은 새로운 후원선교사로 대체하기 위한 목적이 있는데 그 때에는 모든 여건들을 잘 살펴보아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 만약 파송교회라고 한다면 특히 은퇴하는 선교사들의 은퇴 후 생활에 대한 보장은 어떻게 되는지 파악하고 적절한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한국교회들이 선교사를 파송하는 것에 열심을 내다보니 은퇴에 대한 생각을 하지 못하고 파송하였기 때문에 은퇴연령의 선교사들이 늘고 있는 요즈음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선교사의 은퇴에 관하여는 다음에 다루기로 하겠다. 

 

셋째는 젊은이들 가운데 가장 가능성이 큰 선교사 자녀들을 발굴하고 선교적 삶의 길로 안내하여야 한다. 

선교자원으로 가장 잘 준비될 수 있는 자원은 선교사 자녀들이라고 할 수 있다.  선교사 자녀들은 부모를 따라 선교지에 들어갔거나 태어나서 선교사 자녀로 제삼의문화인(TCK: Third Culture Kid)으로 정체성이 만들어진 사람들이다. 부모의 문화, 선교지의 문화, 그리고 글로벌한 문화의 빛과 어둠을 모두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선교에 대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성장한 사람도 많고, 아주 부정적인 자세를 키우게 된 사람들도 많다. 그들이 어떻게 자랐거나 신앙이 분명히 있는 선교사 자녀라면 일반적인 사람들보다는 선교의 자원으로서 가장 적합한 자원임은 분명하다. 

이들을 어려서부터 선교적 자원으로 그리고 글로벌리더십 자원으로 인식하고 키워 내야할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선교사들이 자녀를 교육시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은 개인 가정을 돕는 일이기도 하지만 하나님 나라의 자원을 키운다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접근하여야 한다. 

미국에는 2015년도에 3천백만명 정도의 합법이민자와 일천이백만명 정도의 불법이민자들이 있었다(https://usafacts.org/data/topics/people-society/immigration/immigration-and-immigration-enforcement/immigrants/). 2019년도에는 3만여 명의 난민들이 입국하였다. 2015년도에는 84,988명이 입국하였다. 해마다 상황에 따라 달라지지만 많은 사람들이 미국에 합법적으로 불법적으로 입국하여 살길을 찾아 나선다. 

나는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타 종교인들이 미국에 들어와 정착하는 것을 보며 생각하였다. 만일 선교사 가정들을 미국에 합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춰준다고 하면 많은 선교사 자녀들이 장차 대학교육들의 큰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될 텐데 라는 생각이다. 만일 선교사 100가정을 미국의 3,500여 교회에서 순차적으로 합법적인 초청을 하여준다면 선교사 자녀들이 대학에 입학할 때 즈음에는 많은 학비 지원을 받으며 교육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한 교회에서 선교사를 파송하고 후원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일천달러 정도를 후원하고 있는데 선교사 자녀들이 대학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은 훨씬 더 많은 선교비를 지원하는 효과를 가져 온다. 물론 미주에 불법적으로 남아있는 많은 성도들의 사정을 생각하면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하나님 나라의 장기적인 확장을 꿈꾸는 일이라면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타 종교인들이 미국을 채워가는 것보다 선교사의 가정들이 그리고 글로벌리더로 자라는 그들의 자녀들이 미국에 남거나 선교지로 돌아가는 일은 얼마나 현실적이고 아름다운 꿈인가.    

 

넷째는 2세 목회자들과 소통의 창구를 확대하고 그들을 통한 통합적인 Asian church, multi-national church들이 선교적 교회가 되도록 도와야 한다. 

많은 2세들이 한인교회를 떠났다. 물론 신앙을 떠난 젊은이들도 많지만 신앙을 유지하지만 문화를 유지하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있어 이들은 주로 미국 안에 Asian 중심의 Asian Cultural Church를 세워나가고 있다. 

이들이 미국 사회 직장에서 능력이 없거나 비주류로 남아있다는 것은 아니다. 직장에서 좋은 전문직을 가진 사람들이지만 교회는 문화적으로 더 편한 영어권 아시안교회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이 한인중심으로 선교운동을 계승해 나가거나 협력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끊임없는 대화의 시도로 다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는 다른 민족들의 교회들이 선교적으로 성장하도록 돕고 함께 일하도록 길을 만들어야 한다. 

미주한인교회의 역할은 미주의 다양한 민족들에게 선교적 교회가 되도록 길을 안내하고 함께 나가야할 책임이 있다. 최근에 국제적인 기독교단체들에 한인2세들이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은 참으로 고무적 현상이다. 지난 10년 동안 국제로잔운동의 대표로 일하고 있는 마이클 오 목사는 40대에 국제기구의 대표로 추대 받았다. 최근에 미국복음주의연맹(NAE)은 월터 김 목사를 대표로 추대하였다. 미국내 보수적 기독교 대표기구 가운데 하나인 TGC(The Gospel Coalition)도 한국계 대표를 선임하였다. 이렇게 주류기독교의 리더십에서 섬기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들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은 한국교회와 한인기독교의 위상을 그만큼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아직도 비주류로 변두리에 남아있는 타민족교회들을 격려하고 도와서 함께 세계선교를 위해 나서게 하는 것은 분명 미주한인교회의 사명이라고 할 것이다.  

04.3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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