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WMC 사무총장, Ph.D)
바른 역사의식 갖기
선교사는 역사를 공부하는 학생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기 위해서다. 개신교의 선교역사는 윌리암 캐리의 인도를 향한 1792년으로 시작점을 잡는다.
길지는 않지만 선교사가 자신의 고정관념에 빠져있을 때에 많은 실수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엄청난 헌신이 때로는 식민주의의 앞잡이라는 안타까운 모습으로 부끄럽게 드러나기도 한다. 그들 자신이 식민주의를 전파하기 위해 앞장섰던 것은 아니지만 결과는 당시의 식민주의와 다를 바가 없었다는 평가를 역사는 내리고 있다.
역사의식이란 “어떠한 사회현상을 역사적 관점이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파악하고 그 변화 가운데 주체적인 관계를 가지려는 의식”이라고 사전적인 정의를 내린다. 그렇다. 선교사가 자신이 어떤 역사의 흐름 가운데에 서있는지 인식하고 시간과 공간의 흐름 가운데 모두와 관계하고 있는 존재임을 자각하고 살아야만 한다. 그래야 어떤 일을 계획하고 수행할 때에도 바른 방향을 설정하려는 노력을 시도라도 할 것이다.
선교사는 선교지의 상황을 역사의 과정에서 이해하여야 바른 역할을 감당할 수 있다. 선교지를 이해하는데 개척과 성장과 성숙의 길을 가는 척도를 랄프 윈터는 4P로 설명한 적이 있다(Pioneering, Parenting, Partnership, Participant: 개척, 육아, 동역, 참여 단계). 전도의 측면에서 보면 4E(Evangelism) 척도로 개척선교의 필요성을 역설하기 위해 만들어낸 척도이다.
첫 번째 두 단계에서는 개척선교가 필요하고, 끝의 두 단계에서는 일반적인 선교, 복음전도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너무나 많은 선교인력과 자원이 일반선교에 쓰이고 있다는 현상을 보여주는 척도가 되었다.
2008년에 브루스 코에 의해 보고된 지표에도 90% 이상의 선교사들이 40%의 전도된 기독인들이나 주위에 살고 있는 비 기독교인들을 대상으로 사역하고 있고, 아직도 10% 선교사들만이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1%미만인 미전도종족을 위해 일하고 있다는 지표를 발표하였다.
한국의 KWMA에서는 한국선교사의 사역대상에서 개척선교지역을 F1-3 일반선교지역을 G1-2로 구분하였는데 2022년 현재 개척선교지에 일하는 선교사의 비율을 58.74%로 발표하였다.
[2022년 현재 167개국에서 사역하고 있는 22,210명의 한국 국적 장기선교사, 402명의 단기선교사 및 외국국적 922명의 선교사들을 분석한 한국의 통계는 복음화율 5-10% 미만의 지역 (F1)과 박해지역 (F3), 비박해지역 (F2)을 개척선교지역으로 구분하였다.]
선교지 이해에 필요한 랄프 윈터의 4P: 개척, 육아, 동역, 참여
개척/육아 단계-개척선교, 동역/참여 단계-일반선교 복음전도
선교지 상황 이해
이렇게 쉬운 안내이지만 막상 선교지에 도착한 선교사가 전체적인 상황을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소중한 자산인 것을 이해하고 실천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먼저 선교지를 선택하게 될 때에 선교지가 어떤 상황인가를 이해하고 선교지를 선택하여야 할 것이며, 선교지에서의 선교사의 역할이 정해지기 때문이다.
선교지는 하나의 단계로만 파악하기에는 너무나 크고 복잡하다. 1990년대의 필리핀을 예를 들어보자.
필리핀에는 이미 많은 교회들이 성장하고 있었다. 마닐라에는 대형교회들이 만들어지고 있었고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전국에 지교회들을 세우고 이들이 교단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1980년대 말에 전국적인 지역교회존재여부 조사를 통해 필리핀에 약6.5%의 개신교인들이 있다고 보고가 되었다.
마닐라지역과 필리핀의 몇 지역들은 이미 개척선교의 단계를 뛰어넘었다. 동역과 참여선교의 단계에 접어든 필리핀 교회를 많은 선교사들은 개척선교와 육아선교의 단계로 접근하였다. 그것은 후원하는 교회들의 자기과시적인 선교열심이나 비교의식에서 비롯된 성화에 못이긴 결과이기도 하다.
마닐라의 동쪽지역에 선교사가 “서문교회”를 개척하고 헌당예배를 드렸다. 선교사는 한국에서 축하하기 위해 들어온 성도들에게 한글로 서문교회라는 기를 보여주고 영문으로 서문으로 적힌 현판을 달았다. 필리핀사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이름이라 물었더니 그 뜻은 West Gate 라고 설명을 하게 되었다. 동쪽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East Gate라 이름 지었을 지역이지만 굳이 서문이라고 이름 한 뜻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한국에 선교사를 보낸 미국교회의 특이한 이름을 가진 교회당이 서 있다고 한다면 한국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런 일들이 부끄러움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것이 서구의 식민주의나 제국주의 시대의 선교와 다른 것은 경제적 수탈 현장이 아니라는 것만 일까.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인식한 얼마 후에 의식이 있었던 선교사는 그 교회의 이름을 바꾸었다.
전문적 지역조사 필요
선교를 잘하기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역조사연구는 필수적인 사역이다. 필리핀에 개척선교가 필요한 지역도 많이 있었다. 모든 필리핀 지역이 마닐라와 같은 상황은 아니었다.
필리핀의 가장 큰 섬인 루존의 남쪽 끝을 떠나 바다로 건너면 “사마르”라는 섬이 있다. 약 125만명의 인구가 있고, 3개의 도로 나뉘어있는 큰 섬이다. 전국적인 조사에서 그 지역이 개신교인 0.7%라는 가장 낮은 결과가 보고되었다. 전국적인 평균 6.5%와 너무나 차이가 큰 것이다. 현지를 방문하여 실태를 파악하기로 하였다.
사마르 섬에는 “와라이”라는 사람들이 주로 살고 있는데 왜 이런 보고가 있을까. 몇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그곳을 방문하였을 때에 많은 것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먼저 이곳은 선교사가 없었다. 가장 가까운 곳인 레이떼 섬의 따글로반에 미국인 선교사 한 가정이 있었고, 사마르 섬에는 몇 년 전에 은퇴하고 떠난 미국인 선교사 한 가정이 살았던 집만 덩그러니 비어있었다.
“와라이”란 뜻은 “아무 것도 없는(nothing)” 이라는 뜻이다. 필리핀에서 카톨릭권이지만 가장 배척당하는 종족이며, 경제적으로도 가장 낙후된 주요지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을 더 잘 파악하기 위해 랄프 윈터가 제시한 8쪽짜리 종족프로필 작성 안내서를 가지고 조사를 시작하였다. 몇 달이 지나 8쪽짜리 필리핀 첫 번째 조사보고가 나왔다.
[와라이종족 리서치 이후에 UPR(Unreached People Research)라는 사역으로 발전하여 12개 필리핀 종족을 조사하여 1991년 필리핀 미전도종족 프로필을 출판하여 미전도종족선교에 대한 가이드로 제시하였다. 1993년까지 50여개의 필리핀 미전도종족 프로필을 만들어 선교가이드로 사용하도록 하였다.] 와라이족은 미전도종족이며 사마르섬의 상황은 개척과 육아의 단계에 있다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선교사가 떠나고 버려진 지역 상황은 심각하였다. 어려운 지역에 버려진 듯 존재하는 힘든 교회들을 방문하고 패배의식으로 가득한 사역자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몇 안되는 사역자들을 만났을 때에 미국사람이 아닌 한국 선교사에 대한 의심과 기대가 섞인 모습을 쉽게 볼 수가 있었다.
마닐라지역과는 너무나 다른 현상이었다. 여기에서 선교사의 역할은 무엇이어야 할까. 이를 바로 인식할 때에 바른 사역의 방향이 설정되기 때문이다. 선교사의 바른 역사의식은 너무나 중요하다.
04.09.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