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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교의 선순환 (5)

-선교지와 사역의 선택
조용중 선교사

 (KWMC 사무총장, Ph.D)

필리핀 ‘선교개척’의 길

 

선교사가 선교단체를 선택하는 것은 장단점을 함께하는 선택이다. 

미주에 살던 나에게 한국선교단체에 대해 아는 것은 오직 KIM뿐이었다. 특히 서양 선교리더들과 어깨를 나란히 세계 선교를 부르짖는 조동진 목사의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겼다. 여러 가지 인간적인 약점이 보이기는 했지만 그의 비전과 추진력과 헌신은 범접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만나본 비서구권의 선교학자였으며 한국과 한국교회를 끔찍이 사랑하는 애국자 기독인이었다. 

무엇보다 나에게 좋은 인상을 주었던 것은 태국에서 사역하다 안식년으로 들어온 김정웅 선교사 가정과 윤수길 선교사 가정과의 교제였다. 인간미가 흐르는 두 분 가정과의 만남은 나를 한국선교단체인 KIM으로 인도하였고 첫 번째 미주교회의 파송으로 선교사로 임명된 것이다. 파송단체는 있지만 전적으로 책임을 질 파송교회는 없는 우리의 파송식은 조천일 목사가 시무하던 LA 빌라델피아교회에서 열렸다. 

이를 위해 동부지역의 교회에서 당시 KIM 미주이사로 섬기게된 와싱톤중앙장로교회의 이원상 목사, 뉴욕장로교회의 이영희 목사, 와싱톤침례교회의 김원기 목사 등이 왔고 시카고에서 중앙교회의 이영제 목사, 시카고서부교회이며 한인세계선교대회를 준비하고 있던 최일식 목사 등이 와 축하하며 파송해주었다. 이는 연약한 한국단체라는 약점도 있었지만 미주의 한인교회들이 힘을 합해 파송을 해준 장점도 분명하게 있는 것이었다. 

이렇게 태국 선교사로 파송을 받은 우리들에게 선교지의 변경이란 너무나 힘든 일이었다. 선교단체를 먼저 정하고 이제 선교지의 선택에 대한 기로에 놓였을 때에 우리는 선교단체의 안내를 따르는 순종하기를 선택한 것이다. 

전적인 신뢰와 사명감이 확실할 때에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인 사역을 감당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을지라도 어렵게 선교단체를 선택하도록 인도하신 하나님이시라면 몇 달 만에 같은 선교단체를 떠나라고 하시는 것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으로 선교단체에 머물게 되었다. 결국 선교단체의 안내대로 태국이 아닌 필리핀 선교사가 된 것이다. 

 

신뢰와 순종의 마음

 

필리핀에 가서 필리핀교회들이 선교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라는 선교단체의 지시에 따라 내가 꿈꾸던 “개척선교”의 길이 아닌 “선교개척”의 길을 나서게 된 것이다. 이처럼 선교지의 선택과 사역의 선택은 다양하게 이루어지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에 대한 신뢰와 순종의 마음이다. 

선교사들 가운데는 종종 선교단체를 이용하여 자기 목적을 이루려는 사람들이 발견된다. 물론 처음부터 전적으로 그런 마음만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모든 행적과 결과를 보면 개인의 목적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나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은 하나님의 사명자의 길은 아니다. 그래서 선교사를 선발할 때에는 그 사명감을 분명히 확인하여야 하는 것이다. 

선교사역의 선택은 개인의 은사에 맞도록 선교단체와 교회가 안내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교지의 상황은 너무나 많은 영역의 일들이 필요하기 때문에 다양한 일을 경험하게 한다. 선교역사가 긴 국제선교단체들은 일반적으로 선교지의 필요에 따라서 선교사를 선발하는 기준으로 삼는다. 그러나 한국선교단체들은 파송 받는 선교사의 의지에 따라 선교지로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교지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맞추어 나가는 경우가 많아 선교사와 선교지가 맞지 않는 경우가 종종 나온다. 

나가기 전에 모든 것을 잘 준비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자신의 은사를 파악하고 그 은사를 잘 개발하여 선교지의 특성에 맞는 은사의 사용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때에 선교의 효과는 극대화 될 것이다. 특히 현재선교의 흐름상 많은 선교지에서 선교사의 역할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여야 할 것이다. 선교사가 현지에서 꼭 필요로 느껴지는 상황이 될 때에 선교사의 활동은 효과적이 된다. 

선교 사명을 감당하기 위하여 은사의 효과적인 개발과 동원이 중요하다. 하나님께서 선교의 사명을 이루며 하나님의 나라를 섬겨가기 위하여 전 우주교회(세계의 모든 교회)에 다양한 은사를 주셨다는 것을 믿고 그 은사를 잘 모은다면 지상명령을 감당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사명을 이루기 위하여 부른 하나님의 사람들에게 여기에 필요한 은사를 주셨을 것을 믿는다. 그렇다면 이 은사를 찾아내고, 은사가 적절하게 쓰일 수 있도록 개발하고 조정하는 일들은 선교에서 너무나 중요한 부분이 될 것이다. 

나 한사람의 은사를 개발하는 일은 개인적인 책임이지만 교회에 주신 은사를 개발하는 것은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주신 특히 목사 교사에게 주신 중대한 책임이다. 이는 선교의 지상명령이 혼자서 감당하거나 한 지역교회나 한 나라의 교회가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온 우주교회가 감당해야하는 공동의 사역임을 깨닫는 자각으로부터 시작된다. 

선교는 경쟁으로 성취해야할 프로젝트가 아니라 함께 협력하여 그리스도의 재림의 날까지 우리에게 주어진 날 동안 전 세계교회와 함께 살아가야할 공동체의 삶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런 자세로 자신의 은사가 무엇이며 어떻게 사용되어야 할지를 분별하고 함께 하는 형제, 자매의 은사를 개발하도록 돕고 함께 시너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지역교회는 주위의 교회들과 이런 은사들을 적극적이고 의도적으로 나누며 모든 세계교회와 나눌 수 있도록 섬겨야 할 것이다. 

 

은사를 잘 파악 개발해 선교지 특성에 맞게 이뤄질 때 선교효과 극대화

선교는 경쟁프로젝트 아닌 예수재림까지 세계교회가 협력할 공동프로젝트 

‘교회-선교사’ 관계는 ‘선교사-현지인’ 관계형성에 많은 영향 끼쳐

 

 

겸손한 자세로 나눔

 

은사의 개발과 사용에 대해서는 무엇보다 겸손한 자세로 나누어야 한다.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주어진 것임을 날마다 순간마다 마음판에 새기지 않으면 곧 교만하게 되는 것이 아직도 타락한 죄성을 가진 우리들의 모습이다. 개인이나 교회나 주어진 은사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낮게 보거나 비교하여 열등감을 가지는 것이 다반사이다. 

참된 신앙을 가진 사람은 이런 모든 환경을 이겨내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철저하게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난 자신을 발견하지 못하면 끊임없는 비교의식 속에서 우월감과 열등감을 오가며 살아가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특히 선교사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경험은 아주 중요하다. 어떤 교회와 신앙생활 환경에서 자라나는가가 중요하다. 

아주 비근한 예는 선교사의 재정사용에서 나타난다. 교회가 선교사를 지원하는 것이 선교동역이 아니라 빈민구제와 같은 정신으로 재정을 사용하게 될 때에 선교사도 그런 정신을 무의식중에 배우게 된다. 교회는 선교사와 함께 선교를 하는 것이지만 잘못 이해하여 교회가 불쌍한 선교사를 돕는다는 의식으로 선교비를 보내게 될 때에 선교사는 무의식중에 자신에게 주어진 물적 자원을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래서 현지인들을 대할 때에 자신이 받았던 태도로 물질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것은 물질의 주인이 하나님이 아니라, 교회라고 생각하고 주님이 원하시는 선교를 함께 감당하는 선교사와 동역하는 것이 아니라, 선교지에 나가서 불쌍한 처지에 놓인 선교사를 도와준다는 태도를 가지게 될 때에 같은 종류의 선교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선교사는 현지인들을 동역자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내가 가진 물질의 주인이 되어 주인행세를 하며 으시대는 선교지의 프로젝트 매니저가 되어버리는 것이다. 이런 자세와 태도는 선교지에서 예수그리스도의 제자가 만들어지지 못하게 하고, 먹이를 찾아 날아왔다 날아가는 철새를 배출하게 되는 것이다. 이의 결과는 많은 선교사들이 한탄하는 얘기로 말하는 현지인들의 배반을 보게 된다. 

그러나 자세하게 분석을 하여보면 이는 처음부터 관계가 잘못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현지인들과 관계가 상업적인 관계(business contract)로 맺어진 것을 끝내는 것으로 생각하는 현지인들을 선교사들은 인간적인 관계(personal relationship)가 맺어진 것으로 보아서 서로 다른 길을 왔던 것이다. 바로 이런 관계가 맺어지는 것은 선교사가 재정을 어떻게 대하며 사용하였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친척관계에서도 흔히 나타나는데 돈을 많이 가진 친척이 도움이 필요한 연약한 친척을 도울 때에 어떤 자세로 도왔는지 그 태도가 후에 서로가 어떤 관계를 형성하는지 아주 중요한 척도가 된다. 

이처럼 교회와 선교사 사이에 형성되는 관계는 선교사와 현지인 사이의 관계형성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선교사는 교회를 탓할 수 없지만 좋은 선교사는 좋은 교회에서 만들어져 가는 것이다. 모든 은사보다 중요한 것은 은사를 받은 각 사람의 바른 자세와 삶이다.    

 

dr.yongcho@gmail.com

03.1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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