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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중 선교사

 (KWMC 사무총장, Ph.D)

외국 친구들이 자주 묻는 말은 세계 어느 곳을 가도 한국선교사가 있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게 되었는가에 대한 것이다. 아직도 분단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는 한국교회의 선교운동은 일반적인 외국인들에게는 불가사이한 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은 우연히 일어난 것이 아니라 한국교회 역사를 알면 선순환의 고리를 이어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 것인지를 더욱 실감하게 된다.                        

 

좋은 일이 좋은 결과를 내고 그 결과가 좋은 일을 만들어내는 현상을 ‘선순환’이라하고, 나쁜 일이 나쁜 결과를 내고 그 결과가 나쁜 일을 만들어 낼 때 ‘악순환’이라고 한다. 복음의 선순환은 이렇게 이루어진다. 복음을 들어보지 못했던 사람이 누군가를 통해 예수를 알게 된다. 복음을 받아들인 삶은 변화를 가져오고 그들이 모인 교회는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인다. 그 교회는 새생명이 더욱 자라도록 양육하며 변화의 감격이 식어지기 전에 또 다른 사람을 변화시키는 전도자의 길을 가도록 인도한다. 그들은 새로운 생명의 탄생에 기뻐하며 주위의 사람들만이 아니라 아직 복음을 듣지 못한 영혼들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자신의 장벽을 넘어서 세상으로 뻗어나가게 된다. 

 

사도행전 2장 이후의 모습은 그런 복음의 선순환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고 돌아온 사람들이 삼천이나 더하게 되는 교회가 되었다. 그들이 사도의 가르침을 받아 서로 교제하고 떡을 떼며 기도하기를 힘쓸 때에 믿는 사람들의 공동체는 모든 물건을 서로 통용하고 각 사람들의 필요를 따라 나눠주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일어났다.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 하나님을 찬미하며 온 백성에게 칭송을 받으니 주께서 구원 받는 사람을 날마다 더하게 하셨다. 이런 자연스러운 현상이 사도행전 13장에 이를 때에 디아스포라교회 안디옥교회를 통해 나타난 건강한 교회의 선교적 모습이다.  

 

한국교회는 초기부터 선교적 교회였다. 1907년 장로교신학교를 졸업한 7인 가운데 한 사람을 당시 타문화권인 제주도에 선교사로 파송을 하였다. 1912년에는 공자의 고향인 중국 산동성으로 빚을 갚겠다며 선교사를 파송하였다. 여러 가지 면에서 더 앞서 가던 중국으로 선교사를 보낸 이유는 더욱 특별하였다. 중국 선교사의 자녀이자 자신이 2대 선교사로 헌신하신 고 방지일 목사는 유교사상을 전해준 중국에 훨씬 더 좋은 기독교 복음을 알게 되었으니 나눠야하는 책임감을 가지고 한국교회가 그 지역을 처음 선택했다고 하였다. 이렇듯이 복음을 참으로 알게 된 사람들의 자연스러운 변화는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들고 나만 간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인식이 싹트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렇게 아름다운 복음의 변화를 처음부터 경험한 교회였다. 1970년대에 한국교회는 놀라운 양적 성장을 경험하였다. 부흥과 함께 찾아온 세계선교에 대한 관심은 결국 1988년 서울 올림픽이후 여행자유화와 함께 폭발적으로 선교사를 파송하게 하였다. 그것은 부흥하는 한국교회의 당연한 열매였다. 선교는 부흥의 열매이다.  강력한 순수 복음이 전파되고 복음을 받아들인 개인의 변화가 있다. 이는 다른 영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게하고 교회는 부흥과 성장을 가져온다. 이런 교회는 성경을 배움에 열심을 가지고 성경의 중요한 선교명령에 순종하게 한다. 선교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선교사로 헌신하는 운동이 일어난다. 새로운 복음전파 지역이 확장되고 들려오는 선교 소식들은 교회의 지속적 영적 쇄신을 가져오며 교회 부흥과 선교운동의 확장을 가져오게 한다.  

 

그러나 부흥의 순수한 열매가 인위적인 모습으로 변해가게 될 때에 교회는 악순환의 고리를 물게 된다. 교회는 역동성을 잃어가고 “성장보다는 성숙”이라는 좋은 언어로 포장을 하며 내부문제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된다. 교회 재정의 사용처를 보면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공동체 자신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월등하게 많을 때부터 문제를 드러나게 한다. 교회의 선교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고 인위적인 것으로 변한다. 선교는 교회성장의 과시와 경쟁의 장으로 변하게 될 때에 순수성을 잃게 되고 동력을 상실하게 된다. 

 

    위기의 때에 1세대 한인교회들이 선교 통해 세대계승 꿈꿔

 

  “예수, 온 인류의 소망” 7월11-14일 한인세계선교대회 개최

 

한국교회의 교회성장이 둔화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 지적되다가 2000년대가 되어서 확연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그러나 선교사의 파송은 2005년에 타겟2030 운동을 시작할 때까지도 그 기대는 사뭇 달랐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필요할 선교사의 숫자를 대략 46만명으로 추정하고 한국교회가 20% 10만명의 파송을 감당하자는 포부를 밝힌 것이다. 기대와 같이 2005년부터 10년 동안 해마다 거의 1000여명 이상 선교사의 숫자가 증가하였다. 그러나 2016년이 되었을 때에 선교사 숫자의 증가는 “0”을 기록하였다. 이것은 한국교회 선교운동에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그동안 부흥의 열매로 선교사들이 육성되어왔지만 교회성장을 멈춘 2000년대에 와서 15년여가 지나고 나니 선교사 숫자 정체나 감소로 드러나게 된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를 타게 된 것이다. 한국교회가 부흥하고 성장하였기 때문에 줄 것이 있고, 가르칠 것이 있으며 선교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자만이 선교를 망치게 하게 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원래 교회의 선교역사는 강한 자의 선교가 아니었다. 오히려 약한 자의 선교였다. 아브라함의 자손들은 늘 약한 자의 자리에 있을 때에 그들이 믿는 여호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다. 요셉의 종살이와 감옥의 자리가 그랬고, 다니엘의 포로생활이 연약함 가운데 나타난 하나님의 영광이었다. 이름도 없었던 나아만 장군의 집에 잡혀온 여종을 통해 나아만은 이스라엘의 하나님을 듣게 되고 후에 그만이 참 하나님이라는 고백을 하게 하였다. 그래서 흩어진 나그네들이 되었던 초대교회의 성도들이 간 곳에 교회들이 세워졌고, 그들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였다. 그들은 엄청난 시련 속에서도 믿음을 지키며 살았고, 복음의 능력은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럽게 그들이 속한 사회를 변화시키고 퍼져나가게 되었다. 

 

미주한인교회의 선교운동 역시 약한 자 가운데 역사하는 하나님의 손길을 볼 수가 있다. 1980년대 미주한인교회도 아직 정착되지 못한 이민자들의 교회들이었다. 그러나 미국에 온 이민자들의 꿈이 단순한 아메리칸드림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미주한인교회의 목회자들이 함께 모여 세계선교를 논하기 시작하였다. 그 열매는 1988년 올림픽이 서울에서 열리던 해에 올림픽보다 먼저 7월 25일부터 29일까지 시카고 휘튼대학의 빌리그래함센터에서 제1차 한인세계선교대회를 개최하였다. 전 세계에 파송 받은 128명의 선교사들이 참석하고 지역과 교파를 초월하여 1,500여명의 한인목회자, 평신도지도자들이 모인 최초의 한인세계선교대회였다. 본국의 교회에서도 꿈을 꾸지 못하는 것을 이민자들의 교회들에서 이룬 쾌거였다. 이를 계기로 매 4년마다 열린 선교대회는 2016년까지 미주한인교회 선교운동과 전세계한인선교사들의 네트워킹을 위한 선교의 올림픽이 되었고, 미주 한인교회 선교운동의 불쏘시게 역할을 감당하였다. 

 

세월은 많이 변하여 대형집회의 모습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려는 위기를 팬데믹과 함께 맞이하였다. 그러나 2022년을 맞이하여 “예수, 온 인류의 소망” 이라는 주제로  까지 대회를 개최하기로 하였다는 것 자체가 한인교회와 이민역사의 획기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소리 없이 사라져만 갈 것 같은 1세대 한인교회들이 선교를 통하여 세대계승이 아름답게 이루어질 것을 꿈꾸는 모임이 계획되는 것이다. 

 

모두가 위기라고 말하는 이때에 현장을 지키고 있는 50대, 40대의 선교사들과 목회자들과 충성스러운 평신도지도자들이 함께 모인다. 어린 아이들로만 생각되던 선교사 자녀들은 이미 성장하여 전문인들이 되어있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20대 30대의 선교사자녀들과 이민교회와 세계교회를 이끌어갈 젊은이들이 함께 모이는 이번 선교대회는 역사의 계승을 위한 위대한 발걸음이 될 것이다.    

 

오늘 한국교회의 선교는 선순환으로 돌아서든지 악순환의 늪으로 빠져 들어갈 것인지 선택하여야 할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많은 아픔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잠시 시간을 가지고 돌아보아야 하는 기회이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선교적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새로운 기대를 가지고 참여하는 것이다. 악순환의 고리는 나의 참여로 선순환으로 돌아서게 될 것이다.      

dr.yongcho@gmail.com

01.1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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