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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in(Torino)의 신앙유적지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구원을 경험한 사람은 그 어떤 고통의 상황도 이겨낼 수 있게 됩니다. 신앙의 힘은 그처럼 목숨을 건 모험과 용기를 선택하게 합니다. 편안한 시대를 사는 우리가 선배들이 신앙을 위해 투쟁했던 현장을 돌아보는 일은 새로운 도전과 현재의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됩니다.

고로 권하고 싶습니다. 신앙의 나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선배들이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현장을 찾아보라고 말입니다. 그 현장에서 수백 년 전 아주 열악했던 상황에서 신앙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견디었는가를 살펴보시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꿈과 세상의 영광을 헌신짝처럼 내던져버리고 오로지 주님만을 위해 몸을 던졌던 거룩한 고난의 현장을 말입니다. 그런 성지 중 하나인 튜린(Torino)의 골짜기 앙그로냐(Angrogna)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그곳은 일찍이 왈도의 후예들이 신앙의 핍박을 피해 숨어들었던 현장입니다. 리용에서 알도(Peter Walo 1170-)라는 부자가 영적 목마름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성경은 라틴어로 된 것 밖에 없었고, 설교 역시 라틴어로 하였기 때문에 거의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 그 얼마나 답답했을까요?

그래서 어학에 박식한 수사를 고용하여 성경을 불어로 번역하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번역된 공관복음을 읽어나가던 중 눅10;1-12절의 말씀을 통해 큰 은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는 특히 눅18장에 나오는 부자 청년에게 하신 말씀, 네게 있는 것을 다 팔아 가난한 자들에게 주고 나눠주라, 그리하면 하늘에서 네게 보화가 있으리라, 하신 말씀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는 즉시 자신의 전 재산을 가난한 자들에게 나누어주고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대로 전도자를 파송했습니다. 둘 씩 짝을 지워서 말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가기 힘든 산골짜기 등, 집집을 찾아다니면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전도자는 자립하면서 그 일을 하게 했고 그들로 하여금 단순한 생필품을 가지고 다니도록 했습니다. 빛이나 옷핀, 가위 실 등등 말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들은 가가호호를 방문하는 수단이었지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목적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것입니다. 이런 전도 운동은 중세에 획기적인 것이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이 볼 때에는 하찮은 것에 불과한 이 운동에 성령께서 얼마나 맹렬하게 역사하셨는지 모릅니다. 불란서 남부와 이태리 그리고 독일 중부, 그리고 보헤미안이 그들이 전하는 복음을 믿었습니다. 참으로 놀라운 역사였습니다.

그러자 처음에는 허락하였던 바티칸 당국은 설교를 불허하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달래고 때로는 협박을 하면서 더 이상 이 운동이 확산되지 못하도록 막았습니다. 이런 핍박이 거세어지자 이들은 모든 재산을 피에몬터의 산 계곡으로 숨어들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었을 것입니다. 지금도 열악한 골짜기인데 말입니다. 저들은 오직 예수만을 믿고 소망했기에 이 깊은 골짜기, 눈이 한없이 내리는 열악한 곳으로 올 수 있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삶은 참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급한 경사로 이루어진 곳으로 사람이 거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곳입니다. 그럼에 비해 눈이 많이 내리는 알프스 산맥의 일원이기 때문입니다. 이곳에 바티칸 당국은 스페인의 군대를 보내 수많은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흘린 피가 흐르는 강물을 빨갛게 물들이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들은 신앙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성경을 가르쳤던 깊은 골짜기에 있는 너와집으로 만들어진 작은 신학교, 그리고 숨어 예배드렸던 바위 동굴들, 이런 곳들을 방문한다는 것은 오늘의 우리가 신앙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 가를 깨닫게 하는 동기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너무나 편안한 삶을 구합니다. 그래서 감사를 잃어버렸습니다. 주님을 위한 고난에 대해서는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어 버리는 실정입니다. 우리의 신앙의 현주소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를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이번에 유럽 목회자 세미나(4,28-5,2)를 밀라노에서 개최하고 그곳을 방문합니다. 모두 오셔서 자신을 성찰하는 기회로 삼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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