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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

가을의 길목에서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삶이 복잡하고 번잡해서 그런지 깜빡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새벽기도회를 인도하기 위해 아내와 함께 차를 향해 가는데 운전자 옆 좌석으로 가던 아내가 입을 딱 벌렸습니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아차 했습니다. 자리가 여의치 않아 건널목 옆의 코너에 차를 아슬아슬하게 파킹했기 때문에 단속반이 위반 딱지를 창에 붙여놓은 줄 알았기 때문입니다. 순간적으로 밤에도 경찰들이 파킹을 단속하러 다니나? 하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운전석 맞은 편 유리창을 완전히 내려놓은 채로 차를 파킹한 것이었습니다. 그 바람에 지난밤에 천둥번개와 함께 가을을 재촉하는 소나기가 많이 내렸는데 그 빗물이 고스란히 차 안으로 들어온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차의 포켓에는 빗물이 어항의 물처럼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고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아하, 성도는 하늘을 향해 마음을 활짝 열어 놓아야 신령한 것으로 채워짐을 받을 수 있겠구나! 라는 깨달음입니다. 우리가 삶을 감사하지 못하고 즐겁지 않은 것은 신령한 은혜가 메말랐기 때문이라고 여겨졌습니다. 그 결정적 이유는 영적 마음 문을 꼭꼭 닫아걸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래서 주시는 신령한 은혜를 우리가 수용하지 못하며 살아갑니다. 엊그제 전혜린 씨의 수필 한편을 읽었습니다. 그녀는 가을이 오기만 하면 십여 일 동안을 크게 앓아눕게 된다고 했습니다. 지독하게 회의에 빠지게 되고 삶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리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없이 죽음을 탐닉하게 되고 죽음의 문턱을 서성거리게 된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결국 그 병을 극복하지 못하고 찬란한 재능을 30대 초반에 마무리하고 말았습니다.

성서는 우리의 삶이 팍팍하고 건조하게 되는 이유를 가르치고 있습니다. 즉 인생은 땅의 것으로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오로지 하늘의 것, 영적인 것을 수혈 받아야 제대로 살 수 있는 영적 창조물이라는 점입니다. 영적인 것을 수혈 받아야 왜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되는 존재가 됩니다. 그런데도 그것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비본질적인 것, 덜 중요한 것에 목숨을 겁니다. 그것을 통해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놀라운 것은 그럴수록 목마름은 더욱 커지게 되고 깊어질 뿐입니다.

우리의 삶은 수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본질적으로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외형적으로는 많은 변화를 꾀했지만 본질적인 면에서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그처럼 인간은 한계적 존재요, 연약한 존재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무엇을 이루었다고 고개를 들고 한 없이 교만하지만 실상 별 것 아닌 존재입니다. 이유는 인생은 누구나 5분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제한적 지식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참으로 웃기는 내용이 방영되었습니다. 사람들의 미래를 알려준다는 무당이나 점쟁이들을 상대로 사기 친 사람에 대한 기사였습니다. 평범하게 보이는 60대 여인이 사람을 투시하고, 미래를 알려준다는 사람들 30여명을 속여 3천만 원을 사취했다는 기사였습니다. 그런데도 정작 그들은 모두 쉬쉬했다고 합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 단골손님이 떨어질까 봐 두려워서 말입니다.

인생은 모름지기 하나님의 아들로 오신 예수그리스도를 믿어야 합니다. 그래서 믿는 자에게 주시는 구원과 평안을 마음에 품고 살 때 진정한 행복이 주어집니다. 항상 그곳을 바라보고, 그곳을 소망하는 바램으로 마음을 활짝 열어 놓으십시오, 그곳으로부터 모든 좋은 것이 오기 때문입니다(약1;17). 하늘에서 주시는 것들로 마음에 채울 때 우리의 삶은 비로소 넉넉하게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 가을의 길목에서 어디를 향해 마음을 열어놓고 있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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