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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

사기꾼들의 세상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오래전 일이다. 지인이 없는 코트디부아르(Republique de Cote D’ivoire)에서 메일이 도착했다. 오래전에 집회 관계로 한번 가본 적은 있었기에 연관된 누가 보냈나 싶었는데 전혀 생소한 외국인이 보낸 것이었다. 내용은 남편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외교관으로 근무하다가 8백만 불의 많은 유산을 남기고 죽었고, 자녀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도 암에 걸렸다고 했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을 정리하는 마음으로 남편이 남긴 유산을 좋은데 사용하고 싶다고.... 그러기 위해서는 해외로 송금해야 하는데 이런 일로 우연히 나의 이 메일을 알았기에 연락을 드리게 되었는데 만약 이 일을 도와주면 총액에 2-30%를 사례하겠다고 했다.

이 무슨 일인가 싶다. 지난밤의 꿈이 이런 소식을 듣기 위한 것이었나 싶다. 돼지들이 여러 마리 보이는 꿈이 아니었던가! 갑자기 머리가 띵해졌다. 내 평생 만져보지 못한 액수이니 말이다. 평소에 도와주고 싶은 사람들이 릴레이경기처럼 눈앞에 떠올랐다. 아하, 돈이란 행복을 느끼게 하는 수단도 되는구나 싶다. 한 통의 메일은 며칠 동안 아름다운 꿈과 행복의 부드러운 나래를 펴게 만들었다.

마침 그곳에서 무관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는 동료에게 전화하니 한 마디로 사기입니다. 아주 조심하십시오! 하는 게 아닌가! 그의 한 마디 대답은 찬란한 꿈을 순식간에 산산 조각나게 만들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런 메일을 처음 받은 지 십년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줄기차게 오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요즈음에는 여러 곳에서 온다. 모두다 하나님의 독실한 신자라는 이름을 빙자하여 말이다. 어찌된 일인지 요즈음에는 더욱 진화하여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가까운 친구의 이름으로 온다. 지금 영국의 무슨 호텔에 머물고 있는데 여권 및 지갑을 잃어버려 곤란하게 되었으니 돈을 보내라고 말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로 인해 요즈음 큰 곤란을 느낀다. 구독하는 책 대금을 보내기 위해 어설프게 인터넷 뱅킹을 가끔 사용하는데 그 방법이 점점 복잡하고 어려워진다는 사실이다. 세상은 이처럼 사기꾼들로 인해 점점 복잡하게 되고 삶을 불편하게 만든다. 인터넷 뱅킹이 거짓된 사람들이 접속하지 못하도록 새로운 보안망을 설치하고, 더욱 복잡하게 장치를 하여야 되기 때문이리라. 아무튼 거짓된 사람들로 세상은 점점 더 불신이 커지게 되고 이웃을 향해서도 신뢰하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어디 사기꾼이 그런 사람뿐이겠나 싶다. 세상에는 고급 사기꾼들이 얼마나 많은가? 소위 많이 배운 사람들, 머리 좋은 사람들이 만드는 사기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의 사기는 파괴력이 한층 더 크고 굉장하다고 언론에서는 언급하고 있다. 오늘도 이태리의 신문에 자애로운 미소로 인터뷰하는 정치가, 그 자애로운 미소로 감추고 있는 저 탐욕의 용광로를 말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가? 미국에 비자를 받아야 입국할 수 있던 시절, 입국심사원이 입국목적이 무엇이냐고 물을 때, 친구가 가르쳐 준대로 투어라고 말하라고 해서 그렇게 대답했던 때가 있었다.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가면서 말이다. 이런 일도 일종의 사기가 아니겠는가! 평소에는 정직하게 살자 하다가도 공항 면세대를 통과할 때는 묵비권을 행사할 때가 없지 않았는가? 단 얼마라도 세금을 물 수 있다는 노파심 때문에. 그렇다면 나도 별수 없는 동류가 아니겠나 싶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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