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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양칼럼

산 소망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요즈음 세계는 경제 전문가들의 다가올 경제적 한파의 예측으로 몹시 두려워하고 있다. 2-4월에 이태리의 돌아올 만기 채권에 대한 염려들을 많이 하고 있다. 만일 갚지 못하게 되면 리만브라더스로 인한 고통 이상을 당하게 된다고 예고한다. 눈만 뜨면 온통 불길한 소리들로 가득하여 사람들을 움츠리게 만드는 세상이다. 그러나 성도들에게는 산 소망을 주셨다고 말씀하고 있다. 산 소망은 살아있는 소망으로 반드시 성취되고야 말 하늘의 소망이다. 세상의 소망들은 어떤 의미로 볼 때 죽은 소망이요, 대부분 공수표로 돌아가는 것들이다. 모두 성공에 대한 강렬한 소망을 가지고 시작했겠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또한 성공했다 해도 그 기쁨은 얼마가지 못하고 익숙함으로 변하는 것이 세상의 특징이다. 그러나 산 소망은 차원이 다르다. 반드시 이루어지고 또 영화로운 것이기 때문이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산 소망을 가진 자들은 그 소망 자체가 역동적인 힘을 주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물러서거나 도망가지 않게 한다. 비록 그 소망 때문에 목 베임을 당하는 정황에 놓인다 하더라도 말이다. 고로 신자된자들마다 이런 산 소망에 더욱 골똘해야 되고 이 소망을 회복해야 한다. 지난여름 밀라노에 수련회 인도차 갔다가 아내와 함께 토리노(튜린)를 방문했다. 토리노는 그 유명한 왈도 파들의 신앙의 본산지가 있는 곳이다. 이곳은 옛 성도들이 산 소망 때문에 눈물겨운 고난의 길을 걸어갔던 핍박의 현장이다. 교황청에서는 스페인의 군대를 보내 저들을 섬멸하게 했다. 그러자 왈도파 사람들은 오로지 산 소망만을 의지하여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이 깊고 열악한 골짜기로 흘러들어왔다.

산세가 험하여 해발 4000미터 이상의 고봉들이 줄지어있는 곳이다. 산이 높아 골이 깊고 눈이 한없이 많이 내리는 추운 곳이라서 지금도 겨울철에는 모든 사람들이 집을 비우고 마을로 내려간다고 한다. 현재도 이렇게 열악한 곳이니 1200년경에는 얼마나 열악했을까?

그들은 막다른 골짜기의 입구를 막고 산 소망의 신앙을 포기하지 않는 자들을 무참히 살육했다. 그 결과 주민 만사천명 중에서 삼분지일이 죽임을 당해야 했다. 이런 핍박이 무려 600여 년 동안 반복되었다. 한번은 교황청의 지도자가 방문하여 사면하여주기로 했으니 주민은 다 모이라고 발표했다. 이들은 이제야 신앙의 자유를 누리게 되었다는 안도감으로 모이자 지도자는 본색을 드러냈다. 교황청의 요구를 따르는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을 불문에 붙이겠으나 이 제의를 거부하는 자들은 그대로 산으로 올라가라는 명령이었다. 당시 온 천지는 많은 눈이 쌓인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도 그 제의를 받았을 때 살기 위해 집으로 돌아서지 않고 하나같이 눈이 하얗게 덮인 산으로 올라갔다. 그 결과 저들은 태반이나 아사내지는 동사를 당해야 했다.

저들이 숨어들었던 바위틈의 음습한 굴들, 그런 와중에서도 리더를 키우기 위한 작은 신학교, 사방에서 구름떼처럼 신앙을 지키기 위해 찾아온 무리들을 위한 숙사, 이런 것들을 보노라면 숨이 턱턱 막혀온다. 그리고 산 소망의 위력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이런 피 흘림으로 우리에게까지 산 소망의 신앙이 전해질 수 있었는데 우리는 산 소망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소망만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것은 아닌가! 금년은 진정 산 소망에 초점을 맞추는 신앙이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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