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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찜통더위

한평우 목사

로마한인교회

로마에 거주한지 만 40년이 되는 데 요즘처럼 심각한 더위는 처음 경험하는 일이다.  

우리만 더운 게 아니라 온 세상이 덥다고 하니, 덥다고 엄살을 부리기도 좀 그렇다.

프랑크푸르트에 사는 친구도 너무 덥다고 전화가 왔다.

로마는 6월부터 더위가 찾아왔다. 보통은 7월이 되어서야 햇볕이 따가워지는 데 말이다. 

6월인데도 밖에 나가면 얼굴이 뜨거울 정도가 되니 이 무슨 변고인가 싶다.  

성경을 읽다가 계16;8에 넷째 천사가 그 대접을 해에 쏟으매 해가 권세를 받아 불로 사람을 태우니, 사람들이 크게 태움에 태워졌다고 했는데, 혹 이 말씀의 성취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더위도 이처럼 힘들어하는데 더욱 심해진다면 살기 어렵겠다 싶어진다. 

뉴스에 의하면 노인들이 쓰러지는 일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난다고도 하고, 중국의 상하이는 43도로 136년만의 더위라고 한다.

어느 신문 기사를 보니, 과학자들의 이론에 의하면 습도가 100일 때, 35도, 습도가 50% 일 때 46도가 인간의 안전 상한선이라고 한다. 그 이상이면 견디기 어렵다는 의미다.

앞으로는 더위가 어떻게 발전할지 모른다.

하나님의 심판으로 태양이 얼마나 뜨거워지게 될는지도 모르고---

그 뜨거움이 대지를 달아오르게 하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태리는 가뭄이 심각하다고 한다. 정부에서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한번만 감기도록 행정 명령을 내릴 정도로 말이다. 

이런 일들을 보면서 과학이 눈부시게 발전하였다 해도, 하나님께서 비를 보내주시지 않는다면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밖에 나가기만 하면 땀이 비 오듯 하니 나가고 싶지도 않고 나갈 데도 딱히 없다.  

로마는 어디 시원한 곳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요즘에 전쟁으로 유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고 장사는 시원치 않으니 에어컨을 신나게  틀어놓는 곳도 없다. 더더구나 이태리는 전기를 대부분 불란서와 스위스에서 수입하는 상황이니 전기세가 비싸기도 하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일 힘든 직업군이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분들이 아닐 까 싶다.  

집 앞 큰길가 약국 앞에서 구걸하는 50대로 보이는 분이 있다.

아마도 외국에서 온 분인 것 같은데, 큰 개를 한 마리 데리고 매일같이 구걸을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 중에서 관심을 갖는 분들은 여인들이다. 이들은 동병상련을 느끼는지 오가면서 누워있는 개를 쓰다듬어 주기도 하고, 개 먹이를 사다 건네기도 한다. 그러는 사이 앞에 놓인 통에 동전을 넣기도 하고, 그런데 조금만 지나면 그늘이 사라지고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게 되니 더 이상 앉아 있을 수 없어 그도 자리를 들고 일어서고 만다.

3-5월 사이에는 서늘한 날씨라서 오전, 오후 두 번이나 길가에 앉아 구걸을 했었는데, 요즈음에는 그늘이 있는 아침나절만 잠깐 하고 끝낸다. 그러니 긍휼을 바라는 통은 시원치 않다.

더위는 이처럼 길가에서 구걸하는 사람들까지도 힘들게 한다 싶다.

이제 더위는 때가 왔다는 듯 더욱 기승을 부릴 텐데 더위로 인해 피해를 보는 분들이 얼마나 많을 까 싶다. 우리는 단지 덥다고 불평하지만, 강탈당하게 될 조국을 지키려고 분연히 일어선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는 더위는 더위가 아닐 것이다. 

chiesadiroma@daum.net

07.23.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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