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 선교회)
지난 2월 10일 설날을 전후해서 말레이시아의 거리들이 텅 비었습니다. 말레이시아 전체 인구의 25%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계들의 최고 명절이 설입니다. 이때는 각자의 고향을 방문하는 기간이며 혹 고향 방문을 못하더라도 끼리끼리 모여 한, 두 주간을 즐기는 전통적으로 가장 들뜬 기간입니다. 동남아 화교들도 각자의 고향이 있습니다. 자신들의 4, 5대 선조들이 중국을 떠나 처음 정착한 지역에 여전히 남아있는 증조부나 먼 친척들과 만나서 기쁨을 나눕니다. 그것도 한주에서 두 주간 축제 속에 대가족 속에 자신들이 한 소속임을 확인하고 어른들의 축복을 받고 다시 삶의 터전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단단한 전통적이고 종교적이기까지 한 가족 결속의 시간이 조금씩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도시에서 성장하는 젊은 화교들 중에 예수님을 영접하고 설날 기회가 될 때 가족, 친족에게 복음을 나누는 일들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자신이 속해있는 교회 공동체에서 받은 훈련의 결과가 이런 담대함에서 나타나는 것입니다. 긴 시간 내려오는 중국인들의 전통 속에 파고드는 예수님의 복음은 결코 쉽지는 않지만, 삶의 변화를 맛본 젊은 성도들의 간절한 소망이 그들의 친인척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된것 입니다.
설날 하면 중국인들은 "앙빠오"라고 하는 빨간 봉투를 윗사람이 아래 사람에게 전해줍니다. 물론 그 안에는 돈이 들어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한 방법입니다. 평소에 “앙빠오”를 많이 준비하고 다니다가 기회가 될 때 자손들과 회사나 직장 자녀들, 친구 자녀들에게 전달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 봉투 안에는 돈만 들어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양한 사랑의 표현과 예쁜 그림들 또한 성경 구절과 전도 메세지가 함께 들어가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교회 공동체 안에서 제자 훈련을 받은 성도들이 자신들의 동족에게 기회가 생길 때 예수님의 복음을 나누기 원하는 적극적인 변화의 결과입니다. 물론 이런 일들은 화교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인도계들도 자신들의 축제 때나 친척들 모임이 있을 때 복음을 나누고 미얀마, 네팔, 필리핀 등 말레이시아 땅에서 디아스포라로 살아가면서 예수님을 영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민족들을 향한 영적인 열망이기도 합니다.
화교들의 설날에 빠질 수 없는 것이 폭죽입니다. 그들의 전통문화 속에는 새로운 해가 시작될 때 악령들을 흔들어 깨워서 쫓아내기 위해서 폭죽을 터트립니다. 그리고 그것은 설날 이후 8일째까지 지속됩니다. 밤이 되면 이곳저곳에서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리고 하늘이 환한 빛으로 수를 놓습니다. 그들은 단체로 달 밝은 밤에 삼삼오오 모여서 올해 악령들이 자신들을 괴롭히지 못하도록 비는 시간이며 환하고 우렁찬 빛과 같은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시간입니다. 그러나 이제 그런 폭죽 문화 속에 담긴 의미조차 서서히 바뀌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폭죽으로 악령들이 쫓겨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에 그냥 폭죽 형태는 유지하지만, 예수님의 빛을 드러내는 시간이 되고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로 바꾸는 일입니다. 전통은 버리지 않지만, 의미를 바꿔서 그 안에 하나님이 빛나게 하는 일들은 선교지에서 얼마나 귀한 모습인지 모릅니다. 이처럼 앞으로도 다양한 인종들, 민족들이 자신들의 전통 속에 예수님으로 가득 찰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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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9.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