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 6회 세계한인기독언론협회 신앙도서 독후감 공모전에서 ‘말 그릇’ 책을 읽고, 불필요한 많은 말 보다 다른 사람의 얘기를 더 많이 듣고 성숙한 대화로 나의 말 그릇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는 내용으로 독후감을 써서 영광스러운 최초 최우수상 수상 후 미주크리스천신문 사모단상 칼럼도 함께 시작되었다.
매년 신앙도서 독후감 공모전을 통해 다양한 도서를 소개함과 동시에 독서를 장려하고 글쓰기를 독려하는 세기언의 공모전은 세계에 흩어진 기독문인들의 귀한 소통의 장이 되어준다. 세기언의 권장 도서 중 한권인 <침묵>은 현대 종교소설 분야에서 명작으로 평가받는 일본의 소설가 엔도 슈사쿠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1966년 작이다. 17세기 일본 에도시대에 행해진 천주교 박해를 배경으로 잔혹한 박해의 모습과 그들을 돌보는 예수회 선교사제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한 활동과 노력, 일본신자들의 갈등과 고통 그리고 배교자들의 모습이 그 시대 일본 천주교회를 통해 신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과 주제를 표현하고 있다. 소설의 제목인 <침묵>은 바로 주제이며 질문이다. 이 침묵은 믿는 이들이 겪는 많은 고통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하나님의 침묵이 아니라고 작가는 한 대담에서 얘기했다. 그는 하나님이 말씀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 침묵을 썼노라고 말했다.
‘그분은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설령 그분이 침묵하고 있었다고 할지라도 나(로드리고; 예수나 마리아 성화를 밟는 후미에를 행한 신부)의 지금까지의 인생이 그분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작가는 이렇게 마지막 두 문장으로 소설의 결론을 제시한다.
아기예수 탄생의 빛나는 성탄의 밤은 침묵으로 자신의 자리를 묵묵히 섬긴 자들로 완성되었다. 약혼하고 동거하기 전에 성령으로 잉태된 아내의 임신을 조용히 끊고자 했던 의로운 자 요셉은 현몽한 주의 사자의 말씀을 순종으로 받아 아내 마리아를 데려왔다. 가브리엘 천사를 통한 성령으로 잉태될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말씀대로 이루어지길 순종한 마리아의 무릎 꿇음은 마굿간의 예수를 만나게 했다.
그리고 본인의 간절한 기도 응답으로 이루어진 아내 엘리사벳 임신의 기쁜 소식을 믿지 못한 사가랴는 강제로 침묵의 시간을 가진 후 아들 세례요한의 이름을 서판에 새기며 성령에 충만하여 세례요한과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예언했다.
화려한 불빛과 캐롤이 거리를 가득 채우지만, 한 곳에서는 끝나지 않은 전쟁과 고통의 울부짖음이 가슴 아프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어려움과 고통에 침묵하시는 하나님을 원망하며 신앙의 자리를 떠나간다.
하나님의 침묵은 침묵이 아님을 모든 순간에 하나님이 함께 하심을 알게 되는 성탄이 되길 소망한다. 침묵으로 믿음의 자리를 지킨 이들과 함께한 고요한 밤의 은혜가 우리 모두에게 임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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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