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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어른되기

송정임 사모

(버지니아 St. John’s UMC)

“이모, 이모도 보바티 좋아하세요? 

저는 정말 좋아하는데, 제가 보바티 제일 맛있게 하는 곳을 알아요.” 

“그래? 이모는 보바티보다 커피를 더 좋아하는데, 지아가 알고 있는 그 최고 보바티 가게는 어디야? 이모도 마시고 싶어지네.”

“네! 우리가게 바로 옆집이에요. 오늘 제가 가게에 조용히 잘 있으면 엄마가 집에 갈 때 사준다고 했어요.” “그러면 우리 지금 갈까? 이모가 사줄게.” “안돼요! 안돼! 엄마한테 저 혼나요.” “아니야. 엄마랑 이모랑 친구고 이모도 지아덕분에 제일 맛있는 보바티 먹고싶어. 우리 빨리 가자~” 하며 아이 손을 잡고 함께 옆 가게로 향한다. 아이가 행복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며, “이제 이모랑 나는 친구에요!”라고 말한다..

토요일 예약해 둔 단골 미용실에 펌을 하러 갔더니 딸이 함께 나와 있었다.  오랫동안 온 가족이 다니는 곳이어서 원장부부와 아이들까지도 서로 잘 아는 사이가 된 곳이다. 영업시간에 아이들이 함께 매장에 있는 경우는 드물었는데, 언니가 생일파티에 가서 집에 혼자 있기 심심한 초등학교 4학년 막내가 매장에 있다가, 내가 가게로 들어서자 반갑게 인사를 하며 재잘재잘 보바티 얘기를 들려 준 것이다. 당연히 엄마 원장님은 괜찮다고 사주지 말라고 손 사레 치며 말렸지만, 그렇게 즐거운 보바티 타임을 아이와 함께 했고 정말로 최고로 맛있는 보바티였다. 

가게에 들어와 앉아있는 나를 보고 반가워 조르르 달려와 말을 거는 사랑스런 모습은 나의 어린시절을 생각나게 했다. 부모님 친구들이나, 친척들이 오셔서 인사를 드리면  으레 ‘잘 지냈니?’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며 용돈을 주시고는 했다. 용돈을 받기 전에 나도 항상 ‘아니에요. 괜찮아요.’ 하고 대답했고, 어른들은 ‘괜찮으니 받고 공부 열심히 해라!’ 하셨다. 그 아이가 자라서 이제 이웃, 친구의 자녀에게 작은 용돈을 귀엽게 나눌 수 있는 어른의 삶을 잘 살아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마음이 몽글몽글해 졌다.

우리는 아무리 뛰어난 개인의 능력을 갖추었어도 혼자서 살아갈 수는 없다. 이웃과 함께 서로 나누고 베풀며 살아갈 때 모두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다.

덕필유린 (德 큰 덕 必 반드시 필 有 있을 유 隣 이웃 린) 이란 사자성어가 있다. 이 사자성어의 의미는 사람이 덕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다는 뜻이다. 고등학교 때 배운 사자성어인데, 이 사자성어를 가르쳐주신 한문과목 선생님께서 너희가 지금은 학생이지만, 이제 사회에 나가서는 혼자 잘 먹고 잘 사는것이 아닌 사회의 구성원으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며, 도움을 주고 나누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하시며 가르쳐주신 기억이 난다. 크리스천인 나는 이 한자성어가 성경말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와 비슷하다고 수업을 들으며 생각했고, 그래서 더 기억하는 사자성어이다. 인간의 속성은 내가 가진 것을 지키고 끊임없이 채우려한다. 남들에게 나누고 베푸는 행위를 손해라 여기고 나에게 무익하다 생각한다. 언제나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넉넉하고 넘친다는 생각을 하며 살지 못한다. 하지만, 나눔에는 반드시 그에 따르는 이웃과 친구가 생긴다. 비싸고 큰 것을 나눌 때 이웃이 되는게 아니다, 내가 가진 마음의 사랑을 나눌 때 우리는 친구가 되는 것이다. 그렇게 나 또한 최고의 보바티 한잔으로 귀여운 소녀의 작은 어른친구가 되는 기쁨을 얻는 행복한 하루를 얻었다. 

songjoungim@gmail.com

 

09.16.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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