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o

웰컴 할머니!!

6년 만에 미국에 오시는 외할머니를 위해 공항에 갖고 나갈 웰컴 포스터를 만든다고 이른 저녁을 먹은 두 남매가 바쁘다. 화사한 노란색지에 마커로 딸이 한글로 "웰컴 할머니"라 큼지막하게 쓰고 아들이 알록달록 색종이를 각각의 사이즈 하트와 꽃 모양으로 오려 옆에서 붙이며 오랜만에 만나는 할머니를 환영하기 위한 준비에 한껏 들떠있다.

집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엄마께서 계실 동안 머무르실 게스트룸도 한 번 더 점검한다. 엄마가 오시는 기쁨과 설렘도 크지만, 직접 찾아뵙지 못한 긴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이 많이 쇠약해지신 엄마 생각에 자꾸 마음이 찌르르하여 누워도 쉽게 잠이 들지 못한다.

남편과 어제 만든 포스터를 손에 들고 신난 아들이 함께 워싱턴 덜레스국제공항으로 향한다. 예정 비행 도착시간보다 한 시간 일찍 도착한다는 안내에 아침 일찍 늦지 않게 도착해 차를 주차했다. 국제선 도착지에 가니 평일 오전이지만 우리처럼 사랑하고 보고 싶은 누군가를, 인생에 중요한 만남이 될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각각의 다양한 인종과 연령의 사람들이 손에 꽃을 들고, 풍선을 들고, 아이를 안고,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 긴 비행시간과 이민국심사를 무사히 마친 후 미국 땅으로 들어오는 마지막 관문인 두께가 상당한 철로 만든 회색의 자동문을 모두 응시하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출발하여 한곳의 도착지 워싱턴DC로 온다는 걸 나를 포함한 철문 밖에서 기다리는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한 명씩 사람들이 나오며 문이 양쪽으로 열릴 때마다 내가 기다리는 그 사람이 나오는 건 아닌지, 대기실 의자에 앉아있다 일어서길 반복하고 펜스 앞쪽으로 다가가 혹시 문 안쪽에 거의 다 와 있는 게 보이진 않을까 하여 까치발을 들고 고개를 빼어들며 살핀다. 그리고 기다리던 그리운 그 사람이 나오면 누구 하나 가만히 서서 기다리지 않고 내가 여기 널 마중 나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키며 손을 들어 이름을 부르고 만나지 못한 시간의 그리움을 담아 달려가 서로 포옹하고, 얼굴을 쓰다듬으며 손을 잡으며 웃음꽃이 핀다.

그렇게 함께 기다리며 문득, 나중에 우리가 천국에 가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천국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너무나 보고 싶던 사랑하는 사람들이 마중 나와 함께 기뻐하고, 다시 만날 수 있음을 감사하고, 함께 안고 서로 눈물을 닦아 주며 행복해하는 모습 말이다.

아들은 할머니는 왜 안 나오시냐?며 슬슬 지루해하는데, 문이 열리며 마침내 엄마가 긴 비행에 피곤하고 초췌해지신 모습으로 나오신다. 외할머니를 알아본 손주가 먼저 "할머니!"하고 달려가 할머니 품으로 덥석 안기고, 나도 "엄마!" 하며 달려가 나보다 한참 작고 약해지신 엄마의 어깨를 감싸고 손을 잡는다. 남편이 엄마께 인사하며 캐리어를 넘겨받아 주차장으로 걸어가며 짧은 근황을 나눈 후 차에 타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올린다. 뒷자리에서 할머니께 어제 만든 포스터를 보여드리며, 재잘거리는 아들의 목소리가 흥겨움에 가득 차 있다. 나도 다행히 화상통화로 만날 때와 크게 다르지 않은 엄마의 모습에 감사와 안도를 느낀다. 엄마는 사역지를 옮긴 후 처음 온 사택 소파에 앉아 한참 동안 기도하시며 눈물을 닦으신다.

멸치육수를 낸 시원한 김치콩나물국과 불고기를 점심으로 준비하며 제발 이번이 엄마가 미국 막내딸 집에 오시는 마지막 여정이 아니시길 소망하지만, 이렇게 건강하게 다시 만나 함께 예배드리고 따뜻한 식사를 나누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와 영광을 돌린다. 그리고 먼 훗날 천국에서 우리 모두를 두 팔 벌려 웰컴 하실 하나님을 기대하며 오늘도 한 걸음 더 주님께 나아간다.

 

‘가서 너희를 위하여 거처를 예비하면 내가 다시 와서 너희를 내게로 영접하여 나 있는 곳에 너희도 있게 하리라’(요한복음 14장 3절)

 

songjoungim@gmail.com

03.11.2023

Leav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