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St. John’s UMC)
매주 어린자녀와 가족들이 정성스럽고 예쁘게 크리스마스 옷을 맞춰 입고, 대강절 말씀과 초를 점화하며 예배를 함께 드린다. 처음 아빠 품에 어색하게 안겨있던 아이는 어느새 성경 한 구절을 또박또박 읽어내려 성도님들 얼굴에 흐뭇한 미소를 준다. 예배 축도 후 아이들이 즐겁게 흔드는 종소리에 맞춰 온 성도님들이 함께 크리스마스 캐롤을 부르며 기쁨을 나눈다. 3주 전에 새로 오신 성도님께서 매 주 주일이 기다려진다고 하시며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달콤한 도넛과 쿠키, 커피와 핫초코 웃음 섞인 대화들이 성도님들의 걸음을 교회에 오래 머물게 한다.
반짝거리는 트리보다 더 아름답고 환한 풍경들이 예수님이 오신 이유를 들려준다.
성탄의 가장 큰 은혜와 기쁨은 예수님이 우리에게 오셔서 이 땅에서 살아갈 소망과 영원한 생명을 주신 것이리라.
우리부부는 한국 감리교신학대학교 선. 후배 동문이고 모두 감리교 목사 자녀이다. 특별히 남편은 학교와 교단에서 기대를 많이 하는 지성과 영성을 갖춘 젊은 목회자로 23세에 공군군목으로 최연소 목사안수 임관을 했다. 우리는 남편이 대위로 공군군목 제대를 하며 결혼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왔다. 모든 일에 계획적이며, 꼼꼼한 성격의 남편은 스스로 모든 유학계획과 비용을 마련하여 박사과정을 최대한 빨리 마친 후 한국으로 돌아가 한국교회를 위해 쓰임 받고자 하였고 우리의 그런 계획을 아무도 의심치 않았다. Ph.D 논문을 한참 쓰며 학업의 끝이 보이려 하는 때, 미네소타에 있는 한인교회에 파송이 되어 인터뷰를 가게 되었다. 많은 한인이민교회가 그러하듯, 성도님들간의 갈등 목사님과의 갈등으로 지난 2년 사이 교회는 많은 이들이 떠났고, 마지막엔 목사님마저 떠나신 교회에 남은 성도님들은 노인분들과 미네소타대학에 유학 온 청년들, 그리고 몇 성도님들 뿐 이었다.
감리사님과 함께 한 인터뷰를 마친 후 교회의 사정을 알게 된 우리 부부는 기대와 너무 다른 교회 상황에 무거운 마음으로 옆 회의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청년들에게 인사를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많은 성도님들이 교회에 실망하고 떠나셨는데, 너희들은 유학생들인데 어떻게 교회에 남았냐고 물었다. 그러자 청년들은 확고하고 당당하게 “어른들이 다 떠나셔도 우리라도 교회를 지키고 예배를 드리자고 했어요."
하고 대답한다. 밝게 웃으며 얘기하는 청년들의 모습이 고맙지만, 가슴 아팠다.
어려운 마음을 안고 우리는 학교로 돌아왔고 함께 기도를 시작했다. 남편이 그 교회 파송될지 모른다는 소식을 듣고 한국, 또 미국에 계신 선배 목사님들께서 연락을 주시며 걱정스러운 조언들을 해 주셨다. 남편과 나는 우리가 지금 유학 와서 박사공부를 하는 이유는 더 준비된 좋은 목사가 되려 함인데. 결국 모든 것이 안정적이고 잘 갖춰진 교회 사역만을 위한 박사공부라면 우리의 공부는 옳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고, 2010년 3월 미네소타로 이사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은혜와 기적 그리고 성도님들의 열심과 사랑으로 교회는 다시 회복되어 성장하고 안정이 되었다.
우리 부부는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후임 목사님과 인사를 나누고, 성도님들의 진심 어린 환송을 받으며 버지니아 미국인회중교회 사역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공부를 마치고 미국, 한국에서 직장을 잡고 가정을 이룬 청년들이 목사님께 세례를 받고 싶다며 아이를 안고 먼 길을 찾아온다. 미네소타대학에서 박사과정 공부를 하며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고, 교회를 사랑한 서울대학생은 버지니아연회 목사가 되어 함께 이웃교회를 섬기고 있다.
성탄의 기쁨과 기적은 2000년 전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가 하나님과 동행하며 이 땅에서 계속 만들어가는 지금 우리의 기쁨과 소망, 사랑의 이야기다.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시기 위해 가장 낮은 자리로 오신 영광의 왕 예수님께 경배 드린다. Emmanuel!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 마태복은 20장 28절
songjoungim@gmail.com
12.24.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