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꼰대와 라떼

송정임 사모

(버지니아 St. John’s UMC)

수술 후 회복 중이신 성도님 심방 후 남편과 병원 근처 한국식당에 점심식사를 하러 들어갔다. 

우리가 안내 받은 테이블로 앉자마자 한국에서 온 유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들어와 우리 옆 테이블에 앉았다. 모두 너무 세련되고 멋진 모습들이어서 그들의 외모와 젊은 활기에 자꾸 엄마 미소로 쳐다보게 되었다. 

주문한 음식이 양쪽 테이블에 비슷하게 서빙이 되고, 학생들은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먹게 되어 너무 맛있고 좋다고 신나서 얘기하며 음식사진을 찍고 행복해했다.

유학생들의 그 마음을 너무 잘 알기에 괜히 나도 흐뭇했다. 남편과 식사를 하며 학생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게 되었는데, 실례가 될 것 같아 자세히 보지 않아도 찰나의 순간에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그것은 모두 제 각각의 젓가락 사용법으로 식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포크처럼 투박하게 움켜쥐는 모습이거나, 중지 약지가 아닌 새끼손가락 사이로 넣기도 하고, 아예 X 자 모양을 만들어 반찬을 집었다. 정말 처음 보는 각양각색의 젓가락 사용법이었다. 어떻게 저렇게 이상하게 사용하는데 음식을 집어 먹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먼저 식사를 마친 우리 부부는 식당을 나와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 탔다. 차에 앉자마자 참을 수 없다는 듯 나는 안전벨트도 채 하기 전에 차 시동을 거는 남편에게 "여보! 여보! 당신, 그 학생들 먹는 거 봤어요?" 하며 다그치듯 물었다. 남편은 "아니, 신경 안 썼는데 왜?" 하며 되물었다. 나는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아니,,, 세상에 젓가락을 바르게 사용하는 아이가 한 명도 없었어요. 웬일이야..."하고 말했다. 그러자 남편은 한번 크게 웃더니 "당신 꼰대구만." 한다. 

"뭐에요?" '꼰대라니.. 내가 꼰대라니..' 나는 깜짝 놀라 "아니야! 내가 왜요?"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남편은 "그렇게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고 지적하는 것이 '꼰대'요!" 한다. 남편 말에 아니라고 손사래까지 치며 부인했지만, 듣고 보니 식사하는 내내 학생들의 젓가락질이 신경 쓰였고, 아니 솔직하게 내심 불편하고 거슬렸고 남편에게 참지 못하고 얘기 한 나였다. 그 누구보다 오픈마인드로 어떤 세대와도 소통을 잘하는 즐겁고 세련된 미쿡사모님이라 생각했었는데, 스스로에게 부끄러운 마음과 타국에서 그리운 한국음식을 먹으며 즐겁고 행복하게 식사하던 예쁜 학생들을 흉보고 지적한 어른스럽지 못한 나이 많은 내가 창피하고 미안했다. 

<꼰대>라는 단어는 처음에는 권위적인 사고를 가진 어른이나 선생님을 비하하는 학생들의 은어로 사용되었지만, 최근에는 기성세대 중 자신의 경험을 일반화해서 자신보다 지위가 낮거나 어린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그리고 이 단어는 영국 BBC 방송에 의해 해외에도 알려졌다. BBC는 2019년 9월 23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오늘의 단어> 로 'kkondae(꼰대)'를 소개하며, '자신이 항상 옳다고 믿는 나이 많은 사람'(다른 사람은 늘 잘못됐다고 여김)이라 풀이했다.

이와 비슷한 다른 표현으로는 <라떼는 말이야>가 있다. 이 말은 기성세대가 어린 사람에게 자주 쓰는 "나 때는 말이야'를 풍자하는 표현이다. 

기성세대 입장에서는 다 잘되라고 해주는 이야기이고, 다 맞는 얘기들인데 이 정도도 젊은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하는가? 하고 답답해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 진정한 소통과 존중을 원한다면, 지나친 관심과 훈수보다 먼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과거의 내가 아닌 지금 나는 존중받을 만한 언어와 행동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모순적이게도 진짜 꼰대들은 내가 그랬듯이 스스로에 대해 '나는 꼰대가 아니야'라고 생각한다고 한다.

충격받은 꼰대, 필자가 찾은 <꼰대 예방법 3가지>를 독자들과 나누며 글을 마무리 하려한다. 

1. 받아들이고 인정해라 

2. 지나친 관심은 삼가라 

3. 함부로 충고하지마라

songjoungim@gmail.com

10.22.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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