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St. John’s UMC)
새 학기에 대한 설렘과 기대보다 바이러스로 인한 불안과 걱정으로 시작한 아이들의 2021~2022년도 학과 과정이 감사하게 잘 끝났다. 하지만 나의 감사함에 큰 미안함이 더 하는 건 아직도 끝나지 않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텍사스 유벨디 롭 초등학교 총기사고로 절망과 슬픔에 빠진 아이들과 가족들이 있기 때문이다.
방학일이라 두 시간 일찍 끝난다며 신나서 학교에 간 아들을 픽업해서 뒷자리에 태우는데 룸미러로 본 아이의 얼굴이 운 듯한 모습이다. 깜짝 놀라 울었냐고 무슨 일이 있냐고 물어보니 담임선생님과 반의 모든 친구가 마지막 날 헤어짐을 슬퍼하며 굿바이 인사와 서로 허그를 하며 함께 많이 울었다고 한다. 아무래도 남자아이라 감정표현이 크지 않은 아이가 차에 타서도 붉어진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얘기하는 걸 보니 괜히 함께 울컥해졌다.
2학년을 채 마치기 전에 학교는 온라인 수업으로 모든 수업을 전환했고, 3학년은 친구들을 한 번도 교실에서 직접 만나지 못한 채 그렇게 아이는 학년을 마쳤다.
그리고 다시 돌아간 학교와 선생님, 친구들과의 학교생활은 서로에게 쌓인 그리움만큼 부모인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큰 사랑과 우정을 만들어 간 듯하다.
개학 후 5학년이 되어 학교에 가면 모두 다시 볼 수 있다고 얘기해도 지금처럼 같은 반, 같은 선생님은 아닐 거라며 울먹인다. 몸도 마음도 훌쩍 자란 아이의 모습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답답한 시간이라 생각했던 지난 2년은 조용히 우리 모두를 성장시키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 엄마!" 하며 아이가 격앙된 대화를 이어간다. 한 보조 선생님 이름을 말하며 그 선생님께서 허그해 주시며 "I'm sorry for being so tough on you"라고 얘기하셨다고 한다. 학교에서 선생님께 혼났다는 얘기를 하거나 담임선생님과 컨퍼런스에서도 특별히 문제 있음을 듣지 못했던 나는 깜짝 놀라 "왜 그 선생님께 많이 혼났었어?" 하고 물어보니 가끔 친구와 장난치고 까불다가 혼났었는데. 그건 모두 자신에 대한 기대가 크시기 때문에 하신 행동이어서 당연히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자신의 잘못과 훈계를 스스로 받아들이고 이해한 아이의 태도에 칭찬을 해주며, 너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그 선생님은 너무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했다. 엄마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지만, 당연히 가르치고 훈계하는 일을 하면서 학생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건 절대 쉽지 않은 일이며 마음이 있어도 그것을 말로 직접 하는 일은 더욱 그렇다고 했다. 아이도 내 이야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 이야기를 이어갔다. "엄마 더 중요한 사건이 있어요! 나 오늘 @@에게 좋아한다고 얘기했어요." 한다. 평소에 그 여학생 이름을 자주 얘기하고 누나에게 예쁘다는 얘기를 했다고 들었는데 아이는 학교 마지막 날 큰 용기를 내어 고백했나 보다. 다행히 자기 고백에 Yes도 안 했지만, No도 안 했다고 굿 사인이라고 무척 기뻐했다. 너무 귀여운 아들의 이야기에 웃음을 참으며 "어,,,,그래, 너무 좋았겠다. 축하해!" 하고 함께 기뻐해 주며 집에 도착했다.
팬데믹 동안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면서 우리는 타인과 대화하는 일이나 자신의 마음을 말로 다른 사람에게 전하는 것에 많이 어색해하고, 때로는 피하고 싶은 피곤한 일들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꼭 할 말이 있으면 간단하고 편리한 문자를 통해 마음을 전할 때가 더 많아졌다. 하지만 한 학년을 마무리하는 아이가 마지막 날 각각의 마음에 꼭 담고 있던 미안함과 설렘이 담긴 진심 어린 두 고백을 듣기도 말하기도 한 얘기를 들으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 모든 말은 모두 상대방을 향한 사랑과 용기가 담긴 말들이었다. 그리고 나중에 진심을 말하지 못한 그때 나의 모습을 후회하고 싶지 않은 마음일 것이다.
이번 여름은 긴 시간 만나지 못한 그리운 가족, 반가운 친구들을 다시 만날 계획들에 기대가 클 것이다. 그 만남 가운데 그동안 하지 못한 말들이 있다면 꼭 진심을 담아 전할 수 있는 용기를 내면 좋겠다. 2022년이 어느새 반년이 지나가고 있다. 그리고 아직 6개월이 더 남았다.
"사람은 그 입의 대답으로 말미암아 기쁨을 얻나니 때에 맞는 말이 얼마나 아름다운고"
-잠언 15장 23절-
songjoungim@gmail.com
06.18.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