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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의 은혜

송정임 사모

(버지니아 St. John’s UMC)

초록의 생명 빛이 가장 싱그럽게 반짝거리는 5월은 아름다운 계절인 만큼 가족과 이웃을 생각하며 기념하는 날들도 많다. 흔히 잘 알고 있는 어린이날(5/5), 어버이날(5/8), 스승의 날(5/15)외에 근로자의 날(5/1), 동학농민혁명 기념일(5/11), 5·18 민주화 운동 기념일, 부부의 날(5/21), 성년의 날(5월 셋째 월요일), 바다의 날(5/31)이 공식기념일로 제정되어 대한민국 행정안전부 홈페이지에 안내되어있다. 각 자치단체와 지역의 축제와 행사까지 찾아보면 5월의 하루하루는 특별함을 가득 담고 있다. 하지만 미국에 사는 나에게 이제 한국의 기념일들은 하루하루 일상 속에 잊혀지고 몇몇 기념일은 낯설기까지 하다.

며칠 전 한국에서 유치원 원장을 할 때 함께 일했던 선생님께 메시지가 왔다.

우리 원에서 대학 재학 중 실습을 했고, 졸업 후 함께 일했던 선생님은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도 안부 인사를 전하며 지내고 있다. 이제 원장이 된 선생님은 5월 '스승의 날'이 되면 내 생각이 많이 난다고 했다. 모든 것이 서툴고, 부족했던 자신에게 늘 잘한다고 칭찬만 해 주셨는데, 막상 자신이 원장이 되어보니 선생님들의 잘하는 모습보다는 부족하고, 실수하는 모습이 더 먼저 보여 괴롭고 힘들다고 하셨다. 선생님의 메시지에 나는 그런 마음과 생각으로 힘들어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훌륭하고 좋은 원장님이며 함께 하는 동안 분명히 나도 부족한 점이 더 많았을 텐데 다 잊고 좋은 것만 기억해 주어 내가 더 고맙다고 했다. 코로나로 유치원 운영이 많이 힘든 때에 잊지 않고 기도로 함께 하겠다고 답장했다.

선생님 덕분에 나도 잊고 지낸 5월 15일 스승의 날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레 스승의 은혜 노래가 떠올랐다.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란 가사로 시작되는 이 노래는 학창시절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누구나 한 번씩 불러봤을 것이다. 

국민동요 '꽃밭에서' 등 평생 200곡이 넘는 동요를 작곡한 동요 작곡가 권길상이 곡을 쓰고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등으로 너무나 친숙한 노랫말을 쓴 아동문학가 강소천이 노랫말을 붙였다. 

스승의 날인 5월 15일은 세종대왕이 나신 날이다. 한글을 창제하신 세종대왕이야 말로 겨레의 가장 큰 스승임을 자각하는 뜻에서 1965년에 지정된 날이다. 

스승이란 가르침과 삶이 내게 모범이 되는 사람이라고 한다. 가르치고 보살피는 삶은 모두 존경받아 마땅하니 꼭 교직에 있지 않더라도 나의 삶을 가르치고 보살폈던 모든 분들이 스승일 것이다.

18년 전 시카고 게렛신학교에서 첫 미국 생활을 시작한 우리 부부에게도 스승이신 목사님 부부가 계시다. 연합감리교회 은퇴 목사님이신 조은철 목사님과 조시자 사모님이시다. 한국에서 온 자녀 나이의 어린 유학생 부부인 우리를 지금까지 사랑으로 가르치고 보살펴주신다. 한인 이민교회와 미국인 회중 교회를 모두 사역하신 목사님께서는 남편이 목회에 어려움과 답답함을 느낄 때마다 언제든지 연락드리면, 경험과 지혜로 가르쳐주시고, 사모님께서는 너무 심한 입덧으로 일상조차 못하고 있는 나를 위해 수술실 간호사로 일하시는 바쁜 가운데도 맛있는 음식을 예쁘게 담아 저녁 식사를 함께하고 돌아가는 남편 손에 항상 보내주셨다. 

가까이 함께했던 두 분 삶의 모든 모습이 배울 것으로 가득한 가르침과 보살핌이었다. 3년 후 그곳을 떠날 때 선물 해 주신 시편 23편 목판인쇄 말씀은 언제나 우리 집 거실 가장 중앙에 걸려있다. 

이번 칼럼을 쓰며 '스승의 은혜' 가사를 다시 찾아 적어보니 우리가 잘 아는 1절 가사도 아름답지만, 잘 몰랐던 2, 3절의 가사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미국 이민 생활에 마음의 어버이 되어주신, 시카고에 계신 두 분 스승님께 다시 뵐 때까지 건강하시길 기도하며 가사를 조금 바꾸어 노래 해 본다.

 

'가르치신 그 교훈 마음에 새겨 나라위해 교회위해 일하오리다.'

 

1. 스승의 은혜는 하늘 같아서

우러러 볼수록 높아만 지네

참되거라 바르거라 가르쳐 주신 

스승은 마음의 어버이시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람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2. 태산 같이 무거운 스승의 사랑 

떠나며는 잊기 쉬운 스승의 은혜

어디 간들 언제인들 잊사오리까

마음을 길러주신 스승의 은혜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람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3. 바다보다 더 깊은 스승의 사랑

갚을 길은 오직 하나 살아생전에

가르치신 그 교훈 마음에 새겨

나라 위해 겨레 위해 일하오리다

아아 고마워라 스승의 사랑

아아 보답하리 스승의 은혜

songjoungi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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