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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 means Stop! 할렐루야!

송정임 사모

(버지니아 St. John’s UMC)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예배반주를 위해 나를 라이드 해주신 집사님은 나에게 미국에서 자동차는 집밖으로 나가려면 꼭 신어야 하는 ‘신발’과 같다고 하시며 미국생활의 빠른 정착을 위해서는 먼저 자동차를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해주셨다.

지금은 우버, 리프트 등 대체 교통수단이 생겼지만 한국의 편리한 대중교통에 익숙하게 살다온 우리에게 차 구입 전 몇 주는 정말 남의 신발을 빌려 신고 나가는 것처럼 너무 불편하고 미안하며 고맙게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어느덧 미국의 삶이 18년을 채워간다.

미국에서 운전을 하며 감사하게 어떤 사고도 티켓을 받은 일도 없다. 다만 2번의 엄중한 경고를 경찰에게 받았다. 이 두 번의 경고는 모두 스탑(Stop)사인을 정확히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이다. 그렇게 첫 차를 구입하고 교회 반주자로 섬기던 나는 금요일 저녁, 금요찬양 예배를 위해 성경과 찬양악보 폴더를 운전석 옆 좌석에 싣고 교회를 향해 가고 있었다. 

시카고 다운타운의 금요일 오후 도로는 트래픽이 항상 심했는데 무슨 일인지 그날은 더욱 심했다. 예배 전 미리 모이는 찬양 팀 연습시간에 늦을까 내 마음도 점점 초조해졌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차들이 가고 있었는데 큰 사거리를 앞에 두고 초록불이 오렌지로 바뀌던 찰나, 내 앞차가 쌔엥~ 하고 사거리를 넘어갔고 평소라면 당연히 멈추었을 상황이지만 급한 마음에 나도 그 뒤를 따라 양방향 차들로 가득한 사거리를 통과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던 찰나, 에엥~~ 하는 심장을 덜컥 내려앉게 하는 사이렌과 번쩍거리는 라이트를 켜고 내 차 뒤로 경찰차가 따라왔다. 

나는 도로 한편으로 바로 차를 세우고 너무너무 떨렸지만 운전면허 책에서 공부했던 경찰을 만나면 응대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입으로 영어를 중얼거리며 경찰이 오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경찰차에서 티켓수첩과 볼펜을 손에 든 경찰이 다가와 운전석 창문을 내리라고 손짓을 했다. 하이! 하고 서로 짧게 인사를 나눈 후 경찰은 나에게 네가 레드시그널을 어기고 패스했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나는 먼저 너무너무 미안하다. 면허증을 보면 알겠지만 내가 미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잘 몰랐다. 운전 중 주행흐름 상황 중에 가끔 오렌지시그널일 때 너무 헷갈린다 라고 얘기했다. 

경찰은 나에게 어디 가는 중이냐고 물었고 나는 옆 좌석 성경과 악보를 가리키며 교회피아니스트 인데, 교회가는 중이라고 재차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그러자 경찰은 나에게 “In your country red means stop! Do not this never again" 하며 이번엔 처음이라 티켓을 주지 않지만 앞으로는 조심하라고 했다. 나는 고맙다고 수차례 인사한 후 교회에 안전하게 도착해 예배를 섬겼다. 

다른 한 번의 경고는 집 앞 작은 로컬도로 스탑 사인에서 원, 투, 쓰리의 충분한 카운팅 없이 지나쳤다는 이유였다. 스탑사인 앞에 멈췄지만 충분하지 못한 나의 멈춤은 또 한 번의 강력한 경고대상이 되었다. 다행히 나이스한 경찰을 만나 경고로 끝났지만 충분히 티켓을 받아 벌금과 벌점으로 운전경력에 좋지 않은 기록과 후회를 남길 수 있던 모든 상황은 모두 분명히 Stop을 알고도 정확하게 지키지 않은 나의 잘못이었다.

우리는 지금 산 소망의 영광이 되신 예수그리스도의 부활을 기대하며 사순절과 고난주간을 지나고 있다. 우리들 삶의 모습 속에 크리스천으로 당장 Stop해야 하는 하나님이 기뻐하지 않으시는 스스로 분명하게 알고 있는 크고 작은 죄들을 이제는 정말 단호하게 멈춰야 할 때이다. 혹시 오랜 팬데믹과 이런저런 상황으로 예배의 자리를 떠나 있다면 더 멀어져 다시 돌아오기 힘들어지기 전에 Stop해야 할 것이다.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 흘리신 예수님 보혈의 붉은 피가 모든 나의 죄들은 이제 Stop하라 하신다. In our life red means Stop! 할렐루야!

songjoungim@gmail.com

04.16.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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