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St. John’s UMC)
사람이 온다는 건/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그는/그의 과거와 현재와/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부서지기 쉬운/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마음이 오는 것이다-그 갈피를/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마음,/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방문객”, 정현종).이 시를 처음 읽고 이렇게 좋은 시를 쓴 작가가 누구인지 너무 궁금했고 또 너무 부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철학을 공부한 작가는 사람에 대한 생각이 역시 특별했고, 이렇게 좋은 시로 우리의 마음도 환대해 주었다.
특별히 교회 사모인 나는 이 시를 읽고 교회에 처음 오시는 성도님들을 대하는 마음과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 무엇보다 귀하고 소중한 한 사람의 일생이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마어마한 한 사람의 일생을 누가 무슨 자격으로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무너뜨릴 수 있는 것인가?
한 손에는 벗겨진 초코렛바를 다른 손에는 비닐봉지에 담긴 인형을 들고 터벅터벅 홀로 걸어가는 한 소년의 서러운 발걸음이 눈물을 쏟게 한다. 알록달록 컬러풀한 예쁜 외투를 입은걸 보니 남자아이여도 엄마가 멋쟁이로 키운 것 같은데.... 인간이 인간에게 이렇게 잔인해도 되는 것인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소식에 그저 설마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구나! 생각했고, 지금 시대에 무슨 전쟁? 하며 쉽게 끝이 날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보도되는 참혹한 뉴스는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몸과 마음이 부서지고 있는 것인지 차마 가늠조차 못하겠다. 교회예배시간에 소그룹모임에서 함께 기도하고 약간의 도네이션으로 그들을 생각하고 있다고 얘기하면 그 소년의 떨군 고개에 어른으로 염치가 없다.
오랜 시간 어린 아이들을 가르치며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처음에는 내가 하나라도 이 아이들에게 수, 언어, 생활습관 등을 잘 가르쳐야지 생각했는데, 이제는 너무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에 내가 더 많이 배우고 그 기쁨과 보람이 크다.
그리고 내가 지금 이 아이들을 사랑하며 가르치는 것처럼 내 아이들도 다른 어른들의 도움과 가르침을 잘 받고 있겠지...생각하며 스스로 안심도 한다.
전쟁 뿐 아니라 그 어떤 이유로도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릴 수 없다. 이 전쟁도 분명히 끝이 나고, 전쟁을 일으킨 자들에게 엄중한 심판이 있으리라 믿고 지켜볼 것이다.
교회절기로 우리는 사순절을 지나고 있다. 온 몸과 마음이 부서진 사람들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 보자.... 어마어마한 그 생(生)을 내게 주신 이가 있다.
03.19.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