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St. John’s UMC)
운동을 아주 잘하지 못하지만 나는 여러 운동경기 관람을 무척 좋아한다. 외향적이고 승부욕이 강한 성격과 만능스포츠맨이셨던 아빠를 통해 어려서부터 여러 운동들을 배우고, 많이 보았던 영향인 것 같다. 어린 시절 아빠와 오징어와 곶감을 먹으며 AFKN방송으로 NBA농구와 윔블던 테니스대회를 본 추억이 있다. 또 특별히 95학번인 나의 세대가 중,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이 되던 시기가 우리나라의 많은 스포츠들이 프로팀을 출범하고 농구, 배구, 야구 프로경기에서 실력과 외모를 겸비한 스타선수들이 배출되며 많은 인기가 있던 시기와 맞물리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 온 이후로는 한국에서처럼 직접 경기를 관람하러가지는 못했다. 먼저 티켓 값이 너무 비쌌고 주말에 주로 열리는 경기들은 더욱 기회가 닿지 않았다. 미국의 2월은 슈퍼볼 열기로 뜨겁다. 올해 결승진출을 한 신시내티 뱅갈스팀이 속한 신시내티시는 결과에 상관없이 2월 13일 경기 후 14일 월요일을 시의 모든 학교들이 일일휴교령을 내릴 정도로 그 인기는 대단하다. 예전처럼 ‘직관’은 못하지만 TV를 통해 중계되는 경기들을 보며 이제 남편, 아이들과 팝콘과 소다를 먹으며 함께 즐기고 응원한다.
요즘은 특히 유튜브를 통해 은퇴한 유명선수들의 예전 경기장면들이나 선수시절의 에피소드들을 보는 재미가 크다. 특별히 선수시절에는 크게 유명하지 않았지만 유튜브채널을 통해 현재 더 인기가 많은 축구선수 조원희 선수의 채널을 자주 본다. 유쾌하고 붙임성이 좋은 호탕한 성격의 그는 은퇴 이후 축구가 늘었다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본인의 유튜브채널 ‘이거해조 원희형‘에서 큰 활약을 하고 있다. 직접 유명선수들과 1:1 축구를 하기도 하고, 어린 선수들을 가르치며 채널수익의 일부를 기부함으로 은퇴 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어느 날 선수시절 에피소드를 얘기하며, 특별히 2009시즌 EFL리그 위건 애슬레틱FC로 이적하여 많은 이들의 기대를 받았지만 1년을 겨우 채우고 한국으로 다시 돌아온 본인 인생의 가장 큰 후회와 아쉬움을 얘기했다. 낯선 환경과 언어소통의 어려움, 인종차별이 심해서 너무 힘든 경험들을 하고 있을 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거로 먼저 활동 중인 박지성 선수가 도움을 정말 많이 주었다고 얘기했다.
박지성 선수는 포기하고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겠다는 그에게 항상 “버티라고! 장난하냐고, 프리미어리그 아무나 오냐고 진짜 버텨보라고!!” 강하게 얘기했고, 그래서 그나마 한 시즌 일년을 겨우 채우고 한국에 돌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조원희 선수는 “더 버텼어야 되는데...” 라며 마지막까지 아쉬움을 토로했다.
늘 유쾌하고 재미있는 모습만 보이던 그가 박지성 선수의 조언과 후회를 얘기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박지성 선수의 조언은 계속 내 마음에 찔림을 주었다. 하나님 구원의 사랑이라는 가장 큰 선물을 값없이 받고 주님의 자녀로 소속된 나는 삶속에 얼마나 버티며 살고 있는가를 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인생이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 지금 내게 맞는 삶을 살고 있는지... 어려움과 시험, 고난은 끊이지 않고 나의 몸과 마음을 괴롭히는지.... 코로나바이러스와 이로 인한 세계적인 경제 사회적 문제들은 우리의 삶을 점점 어렵게 하고 있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고 많은 교회와 크리스천들도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을 닫고 떠나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겪고 있다.
국립국어원에 등재된 ‘버티다’ 동사는 1)어려운 일이나 외부의 압력을 참고 견디다. 2)어떤 대상이 주변 상황에 움쩍 않고 든든히 자리 잡다 3)주위 상황이 어려운 상태에서도 굽히지 않고 맞서 견디어 내다 로 정의된다. 버티는 것은 그저 어려움이 지나가길 숨죽이고 가만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상황을 이겨 내려하는 자아의 강한 의지와 노력이 담긴 단어이다.
한국선수뿐 아니라 전 세계 축구선수들의 꿈의 무대인 프리미어리그에 스카우트되어온 후배에게 아무나 올 수 없는 곳에 선수가 되었으니,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가장 큰 것을 이미 얻은 선수의 자격으로, 그 힘으로 버티라는 박지성 선수의 안타까운 조언과 격려는 지금 우리에게도 해당되는 얘기이다.
우리가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 버틸 수 있음은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에 나 혼자 ‘오롯이’ 버티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능력과 힘으로 ‘오로지’ 버틸 수 있는 것이다.
“야곱아 너를 창조하신 여호와께서 지금 말씀 하시느니라 이스라엘아 너를 지으신 이가 말씀 하시느니라 너는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너를 구속하였고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사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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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