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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는 흔한 말

송정임 사모

(버지니아 St. John’s UMC)

굿모닝 미스 해나! 안녕! 안영 미스해나, 앤녕!!

매주 목요일 프리스쿨 한국어 수업을 위해 아이들이 교실로 들어오면서 하는 인사는 각각 달라서 누가 듣는다면 도대체 어느 나라 말일까? 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르게 인사를 해도 나의 인사는 정확하게 “안녕!”이다.

우리교회 프리스쿨 디렉터가 혹시 한국어 수업을 해주실 수 있냐고 제안했을 때 이미 다른 프리스쿨에 파트타임 교사로 일을 하고 있어서 망설이며 생각해보겠다고 했다. 스케줄을 조정하기도 어렵고, 또 수업준비를 더 해야 하는 일도 부담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한번 25분의 한국어 수업은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도록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이 세상은 여러 나라, 다른 인종, 다양한 언어가 있고, 우리는 각각 다르지만, 함께 서로를 존중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줄 수 있는 좋은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아이들에게 ‘안녕’ 이라는 인사 하나라도 알려주면 매우 성공적인 수업이라고 생각했다. 

학기가 시작하고, 겨우 한 달 만에 아이들은 어느새 '안녕' 하고 인사를 하기 시작했고, 남편에게 들어보니, 교회 주차장이나, 복도에서 남편을 만나면, 안녕이라고 먼저 인사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한다. 언제나 그렇듯 아이들은 더 빨리 받아들이고, 더 잘해냈다.

코로나로 모두들 몸과 마음이 지친 가운데, 백신이 나오고, 빠르게 접종이 진행되고 있어 많은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뉴스에서 나오는 아시안헤잇크라임은 바이러스보다 더 우리를 힘들고 아프게 한다. 이민자의 나라, 다인종국가 미국에서, 그것도 21세기에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남편과 나도 DC에서 열린 Stop Asian Hate 랠리에 함께 참석했다. 솔직히 나는 그 전날 토요일에 백신 1차 접종을 해서 주일오후에 열리는 랠리 참석을 망설였는데, 고등학생인 딸아이가 엄마도 함께 꼭 가시면 좋겠다고, 한 사람이라도 더 가서 스피크아웃하면 좋겠다고 하며, 핑계로 망설인 나를 부끄럽게 했다. 주일예배를 마친 후 참석한 랠리에는 아시안 뿐 아니라 다른 많은 사람들이 함께 목소리를 높여 차별반대를 외쳤다. 이런 랠리를 해야 하는 현실이 마음 아팠지만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었다. 

프리스쿨 학생들은 아시안, 아프리칸아메리칸, 히스패닉,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로 구성되어있지만 대다수는 백인 학생들이다. 

처음 한국어 수업을 할 때 5살 백인남자 아이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나에게 왜 이상한 말을 하느냐? 못 알아듣겠다. 영어로 말해라. 미국은 영어로만 말한다 하며 따지듯 물었다. 아이의 당연한 요구와 질문이 나는 너무 귀여웠고, 나는 그 아이에게 아주 좋은 얘기라고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People are all different!" 우리는 모두 다르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각각 만들어주셨고, 얼굴도, 키도 다르고, 언어도 문화도 다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다른 그것을 존중해야 하고, 또 이렇게 서로 배워야 한다고 대답해주었다. 그리고 서로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고 얘기해주었다.  

아이가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모르지만 그 후에는 나에게 다시 화내지 않았고,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며, 특히 한글 동물단어 ‘코끼리’를 엄청 좋아하는 학생이 되었다. 이 아이를 통해 나는 더 열심히 한국어수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곳 노던버지니아는 다양한 인종이 살고 있는데도 아직도 타인종에 대한 경험이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뉴스에 나오는 범죄들이 맨해튼이나, LA 대도시에서 많이 일어나는 것을 봐도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함께 살고 있으나, 존중하지 않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아픔은 계속될 것이다. 이것은 비단 인종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라 생각된다. 

가을학기부터는 학교들이 다시 오픈하고 정상수업을 할 것을 기대한다. 다시 한국어 수업도 시작되면 나는 더 열심히 재밌게 준비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려고 한다. 또 아이들에게 사랑도 더 많이 주고, 아이들과 각 가정을 위한 기도도 더 많이 하려한다.

나중에 이 아이들이 커서 어렴풋한 기억에 옛날 프리스쿨에서 한국어 배웠던 것 같아... 아... 나 한국어 인사도 아는데 하며 '안녕' 하고 누군가에게 말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너무너무 기쁘고, 감사할 것이다.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요13:34). 

 

songjoungim@gmail.com

04.1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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