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 St. John’s UMC)
저녁식사 자리에서 남편과 아이들에게 “김치가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 김치특공대는 마음의 준비를 하시오!” 하고 얘기한다. “아마 이번 토요일쯤 할게요.” 출동소식에 남편은 약간 귀찮은 듯 “아니, 벌써 다 먹었나?” 하고 아이들은 “옛썰!” 한다.
미국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우리 아이들은 김치 없는 밥상을 생각 못한다. 모든 음식을 편식 없이 맛있게 잘 먹고, 집에서 주로 한식을 해서 당연하기도 하지만, 8살 둘째 아들은 김치 국물을 김치주스라고 하며 숟가락으로 떠먹을 정도로 김치를 정말 좋아한다.
코비드19 바이러스로 학교수업이 집에서 온라인으로 진행되며 아침식사는 간단하게, 점심은 학교런치로, 저녁 한 끼 정도 한식을 먹었던 아이들의 한식비중이 높아졌다. 자연히 김치도 더 빨리 먹고 더 많이 자주 담그게 되었다.
이제 김치는 직접 만들어 먹지 않아도 미국 대형마켓에서 Kimchi로 표기되어 많이 팔고 있어 쉽게 사 먹을 수 있는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다. 내가 사는 노던버지니아는 한인인구가 높아서 대형 한인마트나 한국식당도 많다. 손쉽게 맛있고, 다양한 종류의 김치와 한국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것이다. 배추절임 정도나 양념분배에 따라 담글 때마다 맛이 변하는 집 김치에 비해 시판김치는 맛도 일정하고, 감칠맛이 커서 훨씬 맛이 좋다. 솔직히 가격도 다양한 채소와 갖은 양념 비용을 생각하면 사 먹는 편이 더 쌀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집에 ‘김치특공대’라는 특수조직이 활발하게 활동하는 것은 나와 우리가족에게 김치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엄마, 할머니, 할머니의 할머니... 그리고 그 분들께 이어받은 사랑과 믿음, 한국문화를 아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나의 마음인 것이다.
감리교인 우리 집안은 증조할머니께서 선교사님들을 통해 먼저 복음을 받아들이시고 가정에 믿음의 씨앗을 뿌려 나의 아이들로 5대째 믿음의 유산이 이어지고 있다. 할머니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두 장면이 있다. 방에서 두 손을 곱게 모으고 전심으로 기도하시던 모습과 김치를 함께 만들고 맛보는 장면이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가끔 오시던 할머니께선 오자마자 김치부터 만드셨다. 거실에 신문지를 넓게 깔고 마루가득 푸릇푸릇 싱싱한 쪽파를 다듬고 계셨다, 배추김치는 항상 있으니, 할머니께서는 손품이 많이 드는 파김치를 꼭 담그셨다. 하교 후 할머니 옆에 앉아 같이 파를 다듬으며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이것저것 필요한 양념을 갖다 드리며 능숙한 조수 역할을 했다.
파김치가 먹음직스럽게 양념에 잘 버무려지면 “간 좀 볼래?” 하시며 주는 할머니 파김치는 쌉싸름하며 짭조름하고 또 신기하게 달달한 맛도 났다. 맛있다며 연신 파김치를 집어먹는 내게 “속 쓰릴라...” 하시며 찬밥 한 숟갈 입에 꼭 넣어주신 할머니의 마음이 그 사랑이, 그 냄새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래서 아이들과 김치를 담그면 이제 천국에 계시는 할머니와 우리 아들 나이였던 어린 시절 내가 떠오른다.
먼 훗날에 우리 아이들도 온 가족이 부엌바닥 가득 재료들을 펼쳐놓고, 무를 함께 자르고, 엄마가 필요한 고춧가루, 설탕, 까나리액젓을 양념으로 넣은 일을 기억할 것이다. 엄마 김치가 ‘맛있었다’ 보다 그때 우리 참 ‘재밌었다’라고 기억하면 좋겠다. 그리고 한국인의 매운 맛도 계속 사랑하면 좋겠다.
전혀 의도하거나 미리 계획한 글이 아닌데, 이번 칼럼을 쓰는 동안 중국이 김치를 중국음식으로 미디어에 홍보하며 전 세계적인 거짓말을 하고 있다. 구글에 Kimchi로 검색하면 Origin of China로 되어있어, 미국 한인커뮤니티 회원들이 구글 사이트에 피드백을 보냈고 구글에 많은 한국직원 분들도 즉각 회사에 함께 얘기하여, 반나절 만에 연관검색어에 China를 Korea로 정정했다. 안타깝게 점점 세상은 당연했던 것들을 당연하다 얘기하지 못하고 내 것도 남의 것이 되는 혼돈과 무질서가 난무해져간다.
김치가 여러 색깔의 많은 재료, 각각의 맛이 함께 섞여져 더 맛있고, 깊게, 건강한 맛을 만들어 내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이 여러 인종, 다양한 종교와 문화 속에 살며 더욱 깊고 건강하게 커가길 소망한다. 특별히 크리스천으로 김치처럼 세상에 잘 버무려지지만 매운 믿음의 맛도 잃지 않기를 기도한다. “김치특공대 오늘도 출동- 성공!!”
songjoungim@gmail.com
03.13.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