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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의 땀방울- 무엇을 기대할까? (30)

부제: 교회사가 가르친다! (17) - 번영복음의 늪
조진모 목사

필라델피아한인연합교회, 웨스트민스터 Ph. D, 역사신학

미국교회 의존도  

 

한국교회는 초기부터 미국 의존도가 높았다. 처음 복음의 씨앗을 심은 것이 미국 선교사였다. 일제하에서 1938년을 기점으로 중단되었던 선교사들의 공식 활동이 1945년 광복 후 서서히 재개되었지만, 주로 6.25전쟁 이후 활발히 활동하면서 복음전파와 함께 미국교회가 보내는 구호불자를 전달하는 사역을 중시하였다. 국가적 지원과 별도로 미국 선교사들은 1970년대까지도 생필품을 전달한 바 있다.

한국교회의 미국교회 의존도는 물질적인 면보다 신학적인 부분에 더욱 분명했다. 장로교회를 예로 들어보자. 초기에 박형용 목사, 김재준 목사, 한경직 목사, 박윤선 목사 등이 미국 신학교에 유학한 후 귀국하여 장로교회에 큰 영향을 끼쳤다. 그 후로도 한국교회는 지속적으로 미국 교회로부터 신학적 영향을 받아왔다. 

미국정통장로교회(OPC)로부터 1960년도에 파송 받은 간하배(Harvie Conn, 1933-1999) 선교사가 자신의 사역을 중단하고, 사당동에 소재한 총회신학교에서 1965년부터 1972년까지 전임교수로 신학생들을 가르쳤다. 박사학위를 소지하지 않았던 그가 변증학과 신약과목을 중심하였지만 거의 모든 과목을 두루 가르쳤다. 사실 한국교회가 현재와 같이 많은 신학자들을 배출하기 시작한 것은 훗날의 일이다. 

한국교회는 전통적으로 매우 보수적이다. 여기서 보수적이라 함은 정치적인 관점이 아닌, 성경의 무오성과 권위를 인정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을 역사적인 사실로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신앙의 형태를 말한다. 또한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자유주의신학, 인간의 이성과 경험으로 성경을 이해하고 적용하려했던 자유주의신학과 대조되는 사조를 가리킨다. 18세기 이후 유럽에서 시작되어 독일에서 꽃을 피운 자유주의신학은 미국에도 강력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위에 언급한대로 한국교회는 초기부터 미국 교회의 영향권 아래 놓여있었기에 보수주의자와 자유주의자 사이에 적지 않은 신학적 갈등을 겪어야 했다. 심지어 신학적 이견으로 인해 서로 등을 돌리고 따로 새로운 교단을 세워 분리하는 일도 있었다. 20세기 초반 이후에도 자유주의의 영향을 받은 다양한 신학사상이 소개되었지만 보수적 경향이 강한 한국교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교회를 깊은 영적 늪에 빠지게 한 것은 매우 미국적인 내용을 지닌 번영복음(Prosperity Gospel)이었다. 번영복음은 내용과 목적 면에서 기복신앙과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기복신앙과 근본적으로 다른 면이 있으며, 나아가서 신앙인에게 큰 해를 끼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요소를 발견하게 된다.  

 

번영복음 

 

번영복음은 육체적 병의 근원은 잘못된 마음의 생각이기에 ‘진리’에 입각한 생각으로 정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1830년대 미국과 영국에서 유행했던 ‘새로운 생각 운동(New Thought Movement)’을 기초로 하고 있다. 신비주의와 종교성이 혼합된 형태로서, 내가 나을 수 있다고 믿을 때 곧 치유가 가능하다는 주장이었다. 

번영복음의 기초를 놓은 것으로 알려진 에세크 케년(Essek Kenyon, 1867-1948)은 말 자체에 능력이 있다며 ‘긍정적 고백’을 강조하였는데, 대학에서 그 당시 미국 문화에 깊이 젖어있던 ‘새로운 생각 운동’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또한 그가 심취했던 케직 성결운동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은 듯하다. 아무쪼록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번영복음은 본인이 어떤 생각을 하느냐에 결과가 따라온다는 것을 확신하는 자기 체면과 같은 신앙을 중요시 하였다.  

케년은 모든 성도들이 치유를 얻을 수 있는 권리를 지니고 있다고 보았다. 이는 성경에 약속된 사실로서, 성도들에게 그리스도를 죽음에서 살리신 하나님의 능력을 허락하셨기에, 어려움을 당했을 때 예수의 이름으로 선언할 때 반드시 효력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하였다. 초자연적 능력을 믿고 고백하는 그의 강조점이 후에 오순절운동에 소개되었으며 1945년대 이후에 와서 번영복음은 재물을 얻는 것과 연관되어 전개되었다. 

1차, 2차 세계대전으로 지쳐있던 미국인들에게 믿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치유와 부를 이루는 축복을 받을 수 있다는 가르침은 큰 호소력을 가질 수 있었다. 노만 빈센트 필(Norman Vincent Peal, 1898-1993), 오랄 로버츠(Oral Roberts, 1918-2009), 아사 알렌(Asa Allen, 911-1970), 토미 오스본(Tommy Osborn, 1923-2013)과 같은 부흥사들은 모두 마음의 확신을 입술의 고백으로 실천하여 얻고자 하는 바를 취하는 믿음의 행위를 강조하였다. 

번영복음에 관한 책들이 발간되고 라디오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매우 빠른 속도로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치유와 번영을 얻을 수 있는 믿음의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께 재물을 바치면 반드시 수배의 축복으로 돌아온다고 하는 일종의 영적 공식에 대한 확신이 기조에 깔려있었다. 백 불을 헌금했는데 얼마 뒤 만 불의 수입을 얻게 되었다는 식의 검증되지 않은 간증들이 성도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1970년대 이후 80년대에 들어오면서 텔레비전 부흥사들이 상당히 많이 생겨났다. 손을 얹고 기도하는 즉시 병이 낫는 장면이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었다. 치유 손수건을 구입하여 아픈 곳에 대고 기도하면 병에서 나을 것이라 빨리 전화를 걸어 신청하라고 안내하는 유치한 모습마저 흔히 볼 수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심고 거두는 인과응보 법칙이 미국인들에게 통했다는 것이다. 믿음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었다는 간증자의 이야기를 접하면서, 자신은 믿음이 없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피해의식에 사로잡히게 된 것이다. 또한 그런 속박으로부터 자유를 얻기 위해 보상이론에 근거한 축복방법을 선택하려는 마음이 자연스레 생겨난 것이다.  

 

온전한 신앙은 내가 원하는 믿음아닌 하나님 원하시는 대로 하나님 영광위해 사는 것 

신비주의와 종교성 혼합된 번영복음, 하나님과 같은 새 피조물 된다는 다른복음 경계

 

다른 복음   

 

20세기에 미국은 세계 최고의 강대국으로서 잘 사는 나라의 기준이 되었었다. 미국에서 출발한 번영복음이 세계 교회로 소개되자 순간적으로 대단한 반응을 일으켰다. 많은 책들이 번역되었다. 인기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소개되었으며, 부흥사들이 직접 치유집회를 인도하는 곳마다 성도들이 몰려드는 열풍이 일어났다.  

이런 과정을 걸쳐 한국교회에도 번영복음이 소개되었다. 자신이 확신하는 만큼 결과가 보장된다는 가르침은 열정적인 종교성을 지닌 성도들의 신앙정서와 일치하였다. 더욱이 그 당시 한국사회가 전반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채워져 있었기에 더욱 쉽게 접목될 수 있었다. 미국에서 건너온 부흥사들이 남산 야외음악당 또는 공설운동장과 같은 큰 장소에서 치유집회를 열면 구름과 같이 많은 성도들이 몰려들었다. 나아가서 목회자들이 여과 없이 번영복음을 받아들인 뒤 믿음으로 병마와 가난을 물리치고 현세적인 복을 누려야 한다고 강단에서 외치기 시작했다. 입소문을 통해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급속도로 번영복음이 전해졌다.   

한국교회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은 “안녕하세요 성령님”의 저자 베니 힌(Benny Hinn, 1952-)일 것이다. 그는 21세에 신유집회에서 놀라운 체험을 한 뒤 1974년부터 사역을 시작하였다. 그의 글과 설교를 자세히 분석해보면, 성경에 계시된 복음과 전혀 다른 내용을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성령을 통해 새로운 피조물이 되었다는 의미를 하나님과 같은 신성한 사람이 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예수를 진실 되게 믿는 성도는 작은 메시아 즉, 하나님의 작은 신이 되었기에 입술의 고백이 능력을 지닌 것이라는 이론을 전개한다. 믿음의 생각과 말로 치유를 받고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매우 은혜롭게 들리지만 실상 그는 전혀 다른 복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창시자 에세크 케년으로부터 강한 영향을 받은 케네스 해긴(Kenneth Hagin, 1917-2003)의 사상으로부터 번영복음이 전혀 다른 복음인 것임을 확인받을 수 있다. 그는 “예수의 놀라운 이름”이란 책을 통해, 성도들은 예수의 이름으로 능력과 권세를 사용할 법적 권리를 지니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즉 예수의 이름으로 두통이 떠나라고 명령하면 반드시 그대로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역시 대단한 믿음의 선언인 듯하지만, 해긴은 자유주의 신학자들처럼 역사적 예수를 부정하고 있다. 나아가서 십자가의 구속적 죽음을 번영이란 매우 인간적인 관점에서 이해하고 설명한다. 

해긴은 하나님을 최고 부자로 소개하였다. 그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재물이 그에게 속한 것이며 우리가 누릴 수 있는 돈줄의 근원이시다. 그러므로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사랑하는 자에게 복을 주시되, 반드시 영적인 복과 물질적인 복을 허락하시어 부자가 되게 하신다는 기대감을 지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아가서 하나님은 자신을 믿고 헌금하는 자에게 반드시 보상하시는 분이시니 믿음으로 과감히 투자할 것을 권면한다. 이뿐 아니다. 그는 그리스도가 매우 부자였다고 주장한다. 탄생하자 곧 금, 유황, 몰약과 같은 비싼 물건을 소유하였으며, 엄청난 가치를 지닌 향유가 자신의 발에 부어지는 것을 조금도 불편해 하지 않았고, 십자가에 그리스도를 못 박은 군인들이 제비를 뽑아 가지려했을 만큼 좋은 옷을 입고 살았다고 한다. 아무쪼록 그가 이해하는 십자가 사건은 곧, 부자 예수를 받아들이는 근거를 제공하는 축복된 사건이다. 

간혹 불신자에게 예수를 믿으면 병에서 낫고 부자가 된다거나 원하는 일이 모두 이뤄진다며 교회에 출석할 것을 권할 때가 있다. 다른 복음을 제시하는 위험한 행동이다. 믿음의 선언이 지닌 능력을 철저하게 믿기에 누구든지 자신 있게 기독교 신앙으로 초대할 수 있다고 한다면, 혹시 성경을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왜곡시킨 번영복음의 영향은 아닌지 스스로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치유와 번영이란 현세적인 축복에 세뇌를 받은 뒤 그 복을 받지 못하면 언젠가 기독교 신앙을 떠날 것이다. 

기독교의 핵심은 하나님을 통해 삶의 위기를 넘어가는 것이 아니다. 남들보다 장수하고 성공하여 부자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다. 내가 고백하는 것을 소유하는 것도 아니다. 신앙의 궁극적인 목적은 평생 그리스도의 온전함을 닮아가는 것이다. 십자가 복음을 받아들인 후에도 평생토록 병과 씨름하고 가난에 찌들려 살수도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다른 점은 그리스도의 구속을 받은 자로서 마음속에 하나님의 통치가 이루어지는 기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온전한 신앙은 믿음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그 분의 영광을 위해 살아가는 것이다.   

covenantcho@yahoo.com

03.06.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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