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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부부관계

이재근 목사

미주 가정선교회 대표

전통적으로 부모자식관계, 형제관계, 부부관계는 가정을 이루는 가장 중요한 관계로, 삼친(三親) 이라 불러왔습니다. 이 삼친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부부입니다. 부부가 없으면 부모자식도, 형제도 발생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부는 인륜지시(人倫之始) 만복지원(萬福之源)이라 하며, 모든 인간관계의 시작이자, 모든 행복의 근원이라 하였습니다. 그만큼 사회에서든 가정에서든 그 중요성이 무엇보다도 크다는 뜻 이지요. 전통적으로 사회에서 인정받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가정에서 얼마나 부부관계를 원만히 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원만한 부부관계에서 의좋은 형제관계와 배려하는 부모자식관계가 만들어집니다. 이것을 확장해 나가면, 사회에서도 역시 성공하는 사람으로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평생을 함께 살아가며 공동의 행복을 창조하고 인륜의 기초를 다지는 부부관계를 청산한다는 것은 세상의 어떤 큰 기업을 청산하는 것보다 신중하고 어려운 일 일겁니다.

부부간에 서로 삐걱거리며 안 좋은 관계에 처한 것을 ‘금슬부조지탄(琴瑟不調之歎)’이라고 합니다. 부부간에 ‘금슬관계가 서로 맞지 않아서 한숨 짓는다.’는 뜻입니다. 누군가 퇴계선생에게 아내 와 이혼하는 문제로 자문을 구하자 퇴계는 편지를 써서 이렇게 말렸습니다. ‘당신에게 금슬부조지 탄이 있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무슨 이유로 이런 불행한 상황이 발생하였는지는 모르지만, 요즘 세상에 이런 근심을 가지고 사는 가정이 한둘이 아닙니다.

 

부부관계는 세상 모든 이치의 시작과 실마리

 

부인의 성품이 너무 모질어서 도저히 교화시키지 못하는 경우나, 너무 하는 짓이 밉고 지혜롭지 않아서 그런 경우도 있고, 남편도 너무 성질이 불같아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이 일반상식과는 너무 괴리가 있어 갈등이 있는 경우도 있다 하니, 그 밖에 수많은 이유를 다 열거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결국 남편이 스스로 반성하고 잘 대처하여 부부의 도리를 잃지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부인이 당신의 맘에 딱 들지 않는다고 길 가는 사람처럼 대접하고, 원수처럼 여겨 가정이 파탄하고 행복의 근원을 파괴하는 결과를 원하십니까? 반복하여 심사숙고해 보십시오. 그러면 방법이 있을 겁니다.

첫째 부인과 사별하고, 둘째 부인 권씨와 재혼하였던 퇴계는 정신이 약간 온전치 못한 부인에 대하여 각별한 애정을 표현하였다고 합니다. 가정의 위기가 있었지만, 그 위기를 슬기롭게 넘긴 퇴계의 진심 어린 충고입니다.

전통적으로 원만한 부부관계를 위하여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첫째, 모진 말을 하지 말아야 합니다.

 

역린(逆鱗)의 화(禍)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온순한 용도 자신의 목에 있는 건드려서는 안 될 비늘, 역린을 건드리는 순간 물어 죽인다는 한비자의 고사 말입니다. 아무리 상대방이 밉다고 해도 부부에게는 마지막까지 해서는 안 될 말이 있습니다. 한마디 말이 따뜻하면 솜 같을 수도 있고, 날카로우면 가시 같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심사숙고하여 참아야 합니다.

 

부부가 한번 참으면 평생 해로할 수 있고, 부부가 참지 못하면 자식이 고독해질 수 있다고 합니다. (夫妻 忍之면, 終其世하고, 夫妻不忍이면, 令子孤라!), 부부관계는 둘만의 관계가 아닙니다. 부모 와 자식이 연계되어 있어, 가족관계 전체가 흔들리는 결과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셋째, 배려해야 합니다.

 

기소불욕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於人)이라! 내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마라! 인간관계의 가장 기본입장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고 배려할 때, 그 배려는 나에게 다시 돌아옵니다.

한번만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사실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 답은 명확합니다. 군자의 도는 부부관계에서부터 단서가 만들어집니다(君子之道는 造端乎夫妻라!). 그 관계를 확장해 나가면, 결국 천지의 이치를 살필 수 있을 것입니다(及其至也엔 察乎天地니라!) 중용<中庸>에서 말하는 부부론(夫婦論)입니다.

유능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결국 부부관계에서 모든 실마리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그 부부간의 실마리를 확장해 나가면, 결국 세상의 모든 이치를 살필 수 있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中庸>다운 성찰입니다. 그래서 부부관계는 세상 모든 이치의 시작이자 실마리라고 합니다. 

jaekunlee00@hotmail.com

 

06.08.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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