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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아버지의 정체성과 변화

이재근 목사

미주 가정선교회 대표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 아버지들은 어디에 서 있는가? 회사와 가정에서 소외당한 아버지들은 유흥업소에서 신세를 한탄하며 술잔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아버지들의 취한 발걸음처럼 이 시대 가정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1997년 IMF사태는 가부장적 가장들에게 일대 혼란을 일으켰습니다. 양육과 교육, 가사는 아내의 일이고, 자신들은 돈만 벌어오면 된다고 믿었던 가장들은 ‘명퇴(名退), 조퇴(早退), 황퇴 (黃退), 동퇴(凍退)’ 등을 겪으며, ‘고개 숙인 남자’로 전락했습니다. 가장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들이 혼란스러웠던 것은 누군가가 가장 역할을 빼앗았기 때문이 아니라, 더 이상 과거의 가장 이 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가장의 정체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산업화의 영향으로 핵가족화가 확산되면서 부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아버지’라는 공식이 유효했던 것은 경제력과 사회적 민주성의 부족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민주화로 인한 남녀평등, 여성상위 운동의 확산, 산업화로 인한 여성의 사회진출 급증, 여성의 고학력과 경제력 증가로 인한 이혼률의 급증 등으로, 21세기 새로운 가정의 형태가 급변하여 아버지의 새로운 정체성과 변화가 요구되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하루 아침에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아버지의 위치와 정체성을 다시 세우고, 새로운 아버지의 문화를 다시 정립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혜택은 없고, 상실만 커지는..., 아버지는 변화가 두렵기만 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급변하는 새로운 시대 와 새로운 가정에 맞춰 변화해야 합니다. 그러면 아버지가 어떻게 변화해야 할까요?

 

1. 자발적인 자구책을 강구해야 한다.

 

급변하고 있는 시대와 새로운 가정의 형태를 인정하고, 가족구성원들의 도움을 바라기 전에, 먼저 아버지들이 자발적인 힘으로 스스로를 구하기 위한 자구적인 자세가 필요합니다.

 

2. 아버지(남성)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왜곡된 아버지(남성) 문화의 가장 큰 피해자가 바로 아버지 자신임을 깨닫고, 음주, 도박, 가부장적 권위주의, 가출, 불륜, 폭력, 폭언 등으로 오염된 아버지(남성) 문화를 청산해야 합니다.

 

3. 대화의 소통에 힘쓰라.

 

가부장적인 권위주의로 밑을 내려다보듯 호령하던 아버지가 아닌, 아내와 자녀들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마음을 열고 터놓고 대화하며, 교제할 수 있는 새 시대의 아버지가 되도록 힘써야 합니다.

 

새로운 가족관계를 위한 재교육과 훈련이 절실히 요구

 

4. 가족과 함께하는 생활문화를 꾸준히 개발하라.

 

여행, 요리, 영화, 연주회, 운동, 산행, 낚시, 테니스, 독서 등의 건전한 취미생활을 가족과 함께 공유하는 생활문화를 꾸준히 개발하는 작은 습관이 큰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습니다.

 

5. 새로운 가족관계를 위한 재훈련과 교육을 받아라.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모임’의 창립회장이며, ‘남성학 연구회장’인 정채기 교수(강원 관광대 교육학과)는 아버지(남성)의 변화에 대한 해결책으로, “근대 이후 남성이 입었던 무거운 갑옷을 스스로 기꺼이 벗고, 이전에 자연스럽게 안다고 생각했던 부부관계, 자녀관계 등을 정식으로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습니다. 

‘아버지의 위기’는 전세계적인 고민으로 1996년에는 세계 40여개 국의 관련 장관들이 모여, 아버지의 위기문제를 논의한 결과, 결국 현재까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 국내 남성계와 여성계 모두가 공동으로 제안한 해결책도 “새로운 가족관계를 위한 재교육과 훈련’이었습니다. 결혼교실, 부부 세미나, 가정세미나, 아버지학교, 어머니학교 등의 재교육과 훈련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jaekunlee00@hotmail.com

10.21.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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