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가정선교회 대표
사추기(思秋期)란 말이 있습니다. 결혼 전의 20대가 겪는 사춘기(思春期)에 대칭되는 말로, 주로 50대 여자들, 젊다고 하기엔 좀 늦은 것 같고 늙었다고 하기엔 아직 젊은, 그리고 아이들을 다 키운데다 집안 일도 점점 단촐해져 여가가 늘어난, 외로운 이 또래 여자들이 앞으로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갈까 고민하면서 서성거리기 시작하는 시기를 말함입니다.
부부관계에서도 이때쯤 찾아오는 권태기(倦怠期)를 잘 넘기지 못하면 위기를 맞게 됩니다. 결혼에는 네 단계가 있는데, 첫째 단계는 신혼시절, 둘째 단계는 결혼 5년에서 10년 쯤 되는 시기, 셋째 단계는 상대방에 대한 환상을 버리고 습관적으로 사는 단계, 넷째 단계는 같이 늙어가는 상대를 불쌍하고 애틋하게 보는 단계입니다. 네 단계 중 가장 위험한 셋째 단계를 잘못 넘기면, 아예 요를 따로 쓰거나 아니면 트윈베드가 편하다고 하고, 결국은 각자 다른 방을 쓰며 개 닭 보듯 부부끼리 쳐다보며 대화가 단절된 채 한 지붕 밑에 사는, 죽을 때까지 서로를 미워하고 비난하는 부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100세 시대’에 살아가면서, 부부가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권태기와 사투기가 생기게 되고, 서로 헤어지는 극단적인 이혼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말다툼이나 간섭을 피해 서로 자유롭고 편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모색 중 생겨난 것이 새로운 결혼 풍속도, 졸혼(卒婚), 해혼(解婚), 휴혼(休婚)제도입니다.
4회에 걸쳐 연재된 칼럼에서 언급한 바대로, 졸혼은 ‘결혼생활을 아예 졸업한다’는 뜻으로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서로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일본의 결혼풍속이고, 해혼은 자녀가 모두 성장하고 출가한 뒤 부부관계를 털고, 서로 간섭 없이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한 인도의 결혼풍속이며, 휴혼은 별거와 유사한 개념으로 ‘잠시 떨어져 결혼생활을 쉰다’는 뜻의 새로운 결혼 풍속도입니다.
이같이 이혼의 대안으로 새로운 결혼 풍속도, 신조어들이 많이 생겨났지만, 아직은 졸혼, 해혼, 휴혼 등의 단어들에는 그리 긍정적이거나 호의적인 감정이 쉽게 자라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이 신조어들 자체가 모두 기존 사회에서 이혼으로 가기 위한 단계로 받아들여졌던 별거의 느낌을 희석하기 위한 말들이 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이패밀리 공동대표인 송길원, 김향숙은 이혼은 안된다는ㅡ뜻에서 리혼(Re婚)을 주창했습니다. 한국적이고, 크리스천 부부들을 위한 기독교적 새로운 결혼풍속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부관계를 재구축하자’는 뜻에서 ‘단카이 Re 婚(혼)’이란 말이 생겨났습니다. 그 의미는 간단합 니다. ‘이혼은 안돼, 결혼을 다시 시작하자’는 뜻이며, 이혼을 ‘Re婚’으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흥미롭게도 일본말의 ‘Re 婚(리콘)’은 ‘이혼(離婚,리콘)’과 발음은 같지만, 뜻은 다릅니다.
이혼(離婚)하지 말고, 리혼(Re婚)하자
오랜 결혼생활로 아내는 아내대로, 남편은 남편대로 역할과부하가 걸릴 수 있습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부부생활에 피로감이 쌓이고 결국 ‘결혼탈진증상’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위한 대안으로 졸혼, 해혼, 휴혼 등의 탈출구도 생겨난 것입니다.
결혼생활도 리모델링을 해야 합니다. 낡고 오래된 집에 금이 가고 지붕에서 물이 새면 다시 깨끗하게 수리하듯 부부사이도 재수선이 필요합니다. 크리스천들은 이혼을 ‘리혼(Re婚)’, 다시 시작한 결혼생활로 바꿔야 합니다. ‘Re혼’을 통해 신혼의 즐거움과 행복을 다시 회복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원하셨던 완벽한 부부관계로 다시 돌아가기 위하여, 다시 진정으로 한몸, 하나가 되기 위하여 (창 2:24, 마 19:6), 제10회 평신도 지도자 초청세미나(1994년 4월 27일)에서 양은순 교수가 ‘신자의 성경적 가정생활’이란 주제강연에서 제시한 ‘행복한 가정의 7가지 열쇠’를 소개하 고자합니다. 첫 번째 열쇠(영적 성숙), 두 번째 열쇠(서로 복종), 세 번째 열쇠(사랑), 네 번째 열쇠(대화), 다섯 번째 열쇠(기도), 여섯 번째 열쇠(말씀), 일곱 번째 열쇠(예수 그리스도)입니다. 7가지 열쇠 중 가장 중요한 열쇠는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예수님을 가정의 주인으로 모실 때 가정천국이 이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혼을 리혼으로 시작하기 위한 최선의 열쇠는 ‘대화’입니다. 최근 가장 큰 이혼 사유는 대화의 부족이라고 합니다. 대화에는 기술이 필요한데, 먼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양은순 교수는 부부간의 대화를 아름답게 이끌어 갈 ‘천국방언 5가지’를 소개했습니다. ‘미안해요’(쑥스럽지만), ‘괜찮아요’(용서의 마음으로), ‘잘~ 했어요’(부족하지만), ‘고마워요’(작은 일에도), ‘사랑해요’(부끄럼 없이)입니다. 우리나라 부부들은 ‘사랑해요’라는 말에 매우 인색한 편입니다. 그러나 남편이 아내에게 말로 사랑을 표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내는 작은 것에 감동하기 때문에 ‘사랑해요’라는 말 한마디가 부부간의 대화를 촉진시키는 큰 촉매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대화는 가정문제해결의 지름길이며 행복한 가정을 이루게 하는 중요한 열쇠입니다. 그리고 이혼을 리혼으로 이끄는 최선의 방안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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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15.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