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가정선교회 대표
오랫동안 혼인관계는 결혼과 이혼으로 양분돼 왔습니다. 과거에는 이혼을 부끄럽게 생각했고, 부정적인 시선으로만 봤지만, 요즘은 떳떳하고 당당하게 이혼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젊은 층은 이미 결혼제도에 회의를 느끼면서 결혼 자체를 기피하고 있습니다. 또 결혼을 선택하지 않는 비혼(非婚)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노년층의 트렌드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결혼은 했지만, 결혼제도에 지친 노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섣부른 결정으로 황혼이혼하는 경우 부부 모두에게 더 큰 재앙이 닥치기도 합니다. 이때 휴혼(休婚)은 훌륭한 대안이 될 수도 있습니다.
1. 휴혼(休婚)의 뜻
휴혼은 한자로 쉴 휴(休) 혼인할 혼(婚)으로 ‘결혼의 휴가기간(Marriage Vacation Period)’이라고 뜻을 풀이합니다. 직장인들에게도, 병사들에게도 휴가가 있듯이, 결혼생활에도 잠시 일정기간 휴가기간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휴혼을 실감나게 하는 문정희의 ‘공항에서 쓸 편지’를 소개합니다.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 주세요. 나 지금 결혼 안식년을 떠나요. 그날 우리 둘이 나란히 서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함께 하겠다고 혼인서약을 한 후 여기까지 용케 잘 왔어요. … 하지만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병사에게도 휴가가 있고, 노동자에게도 휴식이 있잖아요. 조용한 학자들조차도 재충전을 위해 안식년을 떠나듯이 이제 내가 나에게 안식년을 줍니다. 여보, 일 년만 나를 찾지 말아주세요. 내가 나를 찾아가지고 올테니까요.” 아내가 가사와 자녀육아, 남편 뒷바라지, 시부모봉양 등으로 쌓인 스트레스와 갈등, 육체적 피로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결혼 안식년, 결혼휴가, 즉 휴혼을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휴혼은 일정 기간 배우자와 떨어져 독립된 생활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영원히 모든 것을 함께 하 는 것이 결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이상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둘 사이의 치명적 오류에 숨구멍을 내주는 100세 시대의 긴 결혼생활을 더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 묘안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2. 헤어지지 않기 위해 휴혼(休婚)
박시현 저<난 지금 휴혼 중입니다>에 의하면, “2013년 겨울, 결혼을 했다. 2014년 여름, 아이를 낳았다. 그러나 2017년 가을, 남편과 헤어지지 않기 위해서 따로 살기로 휴혼할 수밖에 없었다”고 고백하면서, “사랑은 완벽하지 못했고, 평생을 따로 살아온 두 개의 생활이 겹쳐진다는 것은 생각만큼 녹록한 일이 아니었다. 사소한 갈등이 중첩되어 부부싸움은 극에 치달았고, 싸우는 소리에 무뎌진 듯 더 이상 울지 않는 아이의 모습에 우리는 휴혼을 결심했다. 배우자로서의 애정과 부모로서의 의무는 유지한 채, 집만 분리하기로 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부부관계는 유지하되, 삶의 공간만 분리하는 새로운 결혼의 풍속도가 휴혼입니다. 휴혼 하기 전에 부부간의 중요한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첫째, 이혼은 생각하지 말고 따로 살아 볼 것. 둘째, 각자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만큼 노력할 것. 셋째, 서로 이성문제는 만들지 말 것. 넷째, 떨어져 있는 동안 상대방의 가치를 다시 한 번 생각하는 시간으로 보낼 것 등입니다.
정상적인 부부관계는 유지, 삶의 공간만 분리
3. 졸혼(卒婚), 해혼(解婚), 휴혼(休婚)
졸혼(卒婚)은 ‘결혼생활을 아예 졸업한다’는 뜻으로 혼인관계는 유지하되, 서로 독립적으로 생활 하는 일본의 결혼풍속이고, 해혼(解婚)은 자녀가 모두 성장하고 출가한 뒤 부부관계를 털고, 서로 간섭 없이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는 인도의 결혼풍속이며, 휴혼(休婚)은 별거와 유사한 개념으로 ‘잠시 떨어져 결혼생활을 쉰다’는 뜻의 새로운 결혼 풍속도입니다.
노년의 황혼이혼은 배우자와 법적으로 모든 관계가 종료됩니다. 그러나 막상 이혼하려면 현실적인 이유로 망설여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대안으로 졸혼, 해혼, 휴혼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황혼이혼 이 법적인 결혼 졸업이라면, 졸혼, 해혼, 휴혼은 개인의 ‘자체숙려기간’인 셈입니다. 그리고 졸혼은 남은 기간 죽는 날까지 졸혼의 관계가 유지되지만, 해혼과 휴혼은 일정기간 동안의 졸혼이라고 봐야 합니다.
어찌 보면 개념적으로 조금씩 다르지만, 졸혼, 해혼, 황혼이 황혼이혼의 대안으로, 새로운 결혼 풍속도로 생겨났고, 전통적인 부부관계로 묶인 의무와 권리, 사회적인 합의들을 벗어나려 한다는 데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은 졸혼, 해혼, 휴혼 등의 단어들에는 그리 긍정적이 거나 호의적인 감정이 쉽게 자라나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사실 이 신조어들 자체가 모두 기존 사회에서 이혼으로 가기 위한 단계로 받아들여졌던 별거의 느낌을 희석하기 위한 말들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기 때문입니다.
4. 휴혼에 대한 성경적 관점
졸혼, 해혼, 휴혼 등은 잠시 일정기간 동안 이혼을 피해를 보자는 인간적인 불완전한 방편에 불과하며, 결국 이혼에 이르게 하는 과정이고, 위장된 속임수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 같은 새로운 결혼 풍속도들은 인간이 만든 인적 제도이지만, 하나님이 만드신 신성한 결혼제도는 시대와 환경이 바뀌어도 우리가 꼭 지켜야 할 변할 수 없는 신적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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