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혼은 황혼이혼의 대안
‘이혼의 원인은 결혼’이라는 우스개가 있습니다. 결혼이 없었다면, 가슴 아픈 이혼도 없었을 것이 라는 얘기 입니다. 혼자 살기보다 함께 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결혼합니다. 함께 살기보다 홀로 살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혼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선택하는 것은 그것이 함께 사는 일보다 낫기 때문입니다.
요즘은 황혼이혼이 대세라고 합니다. 오랜 세월 동안 부부라는 의무감 때문에 서로가 하고 싶은 일 많이도 참고 살다가 자녀들을 다 출가시킨 후 끝내는 미워하고 원망하며, 노년에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이유로 황혼이혼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50, 60세대 70%가 황혼이혼을 공감하고 있으며 앞으로 누구를 위해 살것인가?라는 질문에 47.7%가 ‘나를 위해’라고 응답했다고 합니다. 같이 살되 같이 살지 않는 삶, 먹고 싶을 때 먹고, 자고 싶을 때 자고, 여행을 떠나고 싶으면 훌훌 여행을 떠나는 삶을 살 수 있는, 노년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비결이 없을까? 황혼이혼의 대안으로 ‘해혼(解婚)’이란 새로운 결혼풍속도가 생겼습니다.
1. 해혼(解婚)의 뜻
한자에서 알 수 있듯이 풀 해(解)자에 혼인할 혼(婚)자를 사용하는 말로써 ‘혼인을 풀어준다, 해지 한다’는 뜻(free from duties and rights in marriage)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요즘 해혼도 결혼의 한 형태로, 황혼이혼의 대안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것이 부부의 연을 맺어 주는 것이라면, 해혼은 혼인의 관계를 풀어주는 것이므로, 이혼과는 엄연하게 다른 개념입니다. 가족이라는 하나의 과정을 매듭짓고 서로 자유로워진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는 혼인관계인데, 어떻게 이런 발상이 나오게 되었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결혼은 서로 남남이었던 남자와 여자로 시작하여 결혼생활로 인해 자녀를 낳고, 가족과 친척들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살다가 다시 본래의 남자와 여자의 관계로 돌아가되, 그 사이에 생겨난 많은 것들을 끊는 것이 아니라, 지속하는 하나의 방법이 해혼입니다.
2. 해혼과 이혼
화합하지 못하고 상대를 원망하며 헤어져 완전히 법적으로 남남이 되는 것이 이혼이라면, 해혼은 서로 합의하에 결혼생활은 그대로 유지하며 한 집에서 살아가되, 결혼에서의 부부로서의 의무와 권리에서 자유로운 관계를 유지하므로 큰 차이가 있습니다. 결혼(結婚)이 부부의 연(緣)을 맺어주는 것이라면, 해혼(解婚)은 혼인관계를 풀어주는 것이니, 불화로 서로 갈라서는 이혼과는 다릅니다.
서로 간의 마음은 유지하면서도 각자의 삶을 사는 것이므로 일본의 졸혼과 인도의 해혼은 같은 유사한 개념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졸혼, 해혼하기 전에 많이 생각하고, 고민하고, 부부간에 가족간에 대화를 통해 합의를 도출해 내어야 합니다. 서로 간에 이해되지 않는 졸혼과 해혼은 결국 이혼의 단계로 넘어가기 때문입니다.
3. 해혼의 유래
7세기 중국의 남조(南詔)에는 ‘해혼(解婚)제도’가 있었다고 합니다. 자식이 다 성장하고 나면 부부의 의무에서 서로 벗어나게 해주는 제도입니다. 서로 새 짝을 만나 살아보라는 것입니다. 사회 통념상 결혼에 실패했다는 뜻이 강한 이혼이란 말 대신 쓰는 해혼과는 의미가 약간 다릅니다.
또 다른 해혼도 있습니다. 졸혼이 일본에서 유래된 것이라면, 해혼은 인도에서 유래된 것입니다. 인도에서는 오래전부터 해혼문화가 있었는데, 부부가 자식을 키우며 열심히 살다가 자녀가 결혼하면, 남자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의무(짐)를 내려놓고, 자기가 하려고 했던,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인정해 주고 있는 제도입니다.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는 37세 때 아내에게 ‘해혼식(解婚式)’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여기서 해혼이란 부부가 가정을 유지하면서 잠자리를 함께 하지 않는 것을 말합니다. 간디는 아내가 1년 이 지나 고민 끝에 마지못해 동의하자, 해혼한 뒤 고행의 길을 떠났다고 합니다. 함석헌의 스승이자 큰 사상가였던 다석 유영모 선생도 51세에 해혼(解婚)을 선언하고 부인의 생활에 일체 간섭하지 않고 오누이처럼 오손도손 지내며 91세까지 재미있게 살았다고 합니다.
4. 해혼에 대한 성경적 관점
해혼이 이혼을 방지하고, 황혼이혼의 대안으로 새로운 결혼 풍속으로 사회적 대세로 뜨고 있지만, 별거든 졸혼이든 해혼이든 결국은 이혼으로 이르게 하는 과정에 불과합니다. 하나님은 “이혼하는 것을 미워하노라”(말 2:16)고 말씀하셨고,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그 둘이 한 몸이 될 지니라.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 이니,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막 10:7-9)고 말씀하신 것을 보면, 백세시대를 맞아 오랫동안의 결혼생활에 권태기가 오고 부담스럽고 힘들어서 서로 독립하여 편하고 자유롭게 한번 살아보자고 사람이 여러형태의 변형적 새로운 결혼 풍속을 만든다는 것은 온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성경적 관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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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9.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