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가정선교회 대표
졸혼은 위장 포장된 이혼의 변질된 동의어
시대와 세상이 급변하면서, 가정의 문제가 다양하게 양산되고 있는 가운데, 가정에 대한 변태적인 새로운 신조어가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그 가운데 졸혼(卒婚)이란 말이 있습니다. 영어로는 ‘Graduation from Marriage’이고, 일본어로는 ‘소츠콘’이라고 하고, 한자로는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이지만, 이혼(離婚)과는 다른 신개념으로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로운 가정 풍속도입니다.
졸혼한 부부는 혼인관계는 계속 유지하되,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서로서로 자신의 인생을 즐기면서 독립적으로 생활한다는 것입니다. 결혼을 하고 어느 정도 나이가 되어, 자식들도 독립을 하게 되면, 부부가 서로 동거 또는 별거해 살면서 각자가 좋아하는 라이프 스타일을 선택하여 살아보자는 것입니다.
1. 졸혼의 유래와 장단점
졸혼이란 말은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가 쓴 <졸혼(卒婚)을 권함>이란 책을 통해 처 음 등장하면서 일본에서 유행하기 시작했고, 우리나라도 2017년 예능프로그램에서 배우 백일섭 (73)씨가 40여년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고 졸혼했다고 고백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국 최고의 남자배우였던 고 신성일씨와 유명한 작가였던 고 이외수씨 등도 같은 경우의 졸혼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자의 말을 빌리자면, 졸혼의 장점은 “자신의 인생의 후반전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고,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면서 제2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졸혼의 단점은 졸혼하고 동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별거를 할 경우에는 부부가 따로따로 살아가기 때문에 주거비, 생활비가 이중으로 발생한다는 점, 즉 돈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2. 졸혼 정립 10계명
영국 옥스퍼드대의 노년학 전문가인 새러 하퍼 교수의 『졸혼 정립 10계명』을 소개하면, “① 부부간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 ② 경제적인 형편이 선행되어야 한다. ③ 독자적으로 자립하는 힘을 갖춰야 한다. ④ 나름대로의 목표 설정이 필요하다. ⑤ 기존 결혼관계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에 대해 사전합의 또는 동의가 필요하다. ⑥ 상황에 따라 ‘수시’ 또는 ‘일정기간’ 동안,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가정 내 복귀’를 목표로 두어야 한다. ⑦ 결혼 초기부터 생애 설계를 통해 ‘졸혼 타임’을 설정하는 것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⑧ 단계적 졸혼 방식을 적용해 볼 필요가 있다. ⑨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을 높이는 계기로 생각한다. ⑩ 각 부부에 적합한 ‘구체적인 룰’은 수시로 만들어 나간다”입니다. 졸혼부부의 삶도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3. 졸혼과 이혼, 별거의 차이
몰이해와 혼돈을 피하기위해, 졸혼과 이혼 그리고 별거를 종합 정리해 본다면, 별거는 이혼의 전 단계로 같은 집 또는 집을 떠나서 잠시 서로 떨어져 사는 것을 말함인데, 이혼은 결혼했었던 남녀가 서로 서로가 법적으로 완전히 갈라져서 남남이 되는 것입니다. 졸혼은 내적으로 보면, 혼인관계는 유지하면서,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고 서로 서로가 자신의 인생을 즐기면서 독립적으로 생활하고, 대외적으로 보면, 정상적인 부부와 똑같이 행세하므로 ‘쇼윈도 부부’와 같은 삶을 사는 것입니다. 졸혼은 부부가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이혼, 별거와 구별됩니다. 이혼이나 별거의 경우는 서로 정기적으로 만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졸혼의 경우는 부부가 서로 좋은 감정을 갖고 있는 만큼 주기적인 만남을 갖습니다.
4. 졸혼에 대한 인식
그냥 이혼이라고 하면 될 텐데, 그럴싸하게 포장해서 왜 졸혼이라고 하느냐?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 시기상조적인 문화라고 생각하는 부정적인 인식과 사랑이 식은 상태로 결혼생활을 유지하는 것보다 배우자의 간섭을 피하고, 결혼생활 동안 하지 못했던 것들을 노후에라도 한번 해보고 싶다. 그리고 이혼부부 10쌍 중 3쌍이 황혼이혼하고 있는 현실에서 황혼이혼의 대안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인식이 상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식의 차가 크므로, 옳고 그름의 판단은 각자에게 맡깁니다.
5. 졸혼에 대한 성경적 관점
“나는 이혼하는 것을 미워하노라”(말 2:16)고 하나님이 말씀하신 것을 보면, 이혼은 하나님의 뜻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이혼을 제정하지 않으셨고, 허락하지도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은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아내에게 합하여 그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마 19:5-6)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이 제정하신 결혼을 통하여 한 몸이 된 부부가 두 몸으로 나뉘어지는 이혼을 예수님도 반대하셨던 것입니다. 이혼은 이방인의 인적 제도이고, 결혼은 하나님의 신적 제도임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별거에 대하여도, “서로 분방하지 말라. 다만 기도할 틈을 얻기 위하여 합의상 얼마 동안은 하되, 다시 합하라. 이는 너희의 절제 못함을 인하여 사단으로 너희를 시험하지 못하게 하려 함이라”(고전 7:5)고 했고, “분을 품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로 틈을 타지 못하게 하라”(엡 4:26-27)고 했습니다. 별거도 하나님이 원치 않으심을 분명히 말하고 있습니다.
졸혼은 잘 포장되고 위장된 이혼이고, 이혼이나 다를 바 없는 변질된 동의어로 자칫 잘못하면 가정이 진짜 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하나님은 별거나 이혼, 졸혼을 원치 않으시고, 미워하신다는 것이 성경적 관점입니다. 사탄의 말세기적인 위장된 가정파괴 작전에 미혹되어 넘어가지 말고, 가정이 무너지지 않도록 굳건히 파수하고 지키는 것이 가정선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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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5.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