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 가정선교회 대표
비혼은 사회적 대세,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
한국의 전통적인 가족해체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혼인률은 해마다 역대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습니다. 결혼 적령기에 이른 세대에서 결혼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서입니다. 더 이상 결혼을 일생의 과업으로 여기는 전통은 계속될 수 없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대 (代)를 이어야 한다’는 당위성 또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 세대에겐 먹혀들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청년들 사이에선 결혼도 아니고, 미혼도 아닌 ‘비혼’을 선택하는 비혼(非婚)족이 급증하여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결혼에 대한 인식과 사회 경제적 상황이 급격히 변해 가면서 결혼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선택에 의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청년들의 실태입니다.
1. 미혼, 비혼, 독신
현대 한국사회의 가족형태가 다양해지면서, 결혼을 미루는 사람(미혼), 결혼을 하지 않는 사람 (비혼), 이혼한 사람(돌싱=돌아온 싱글)들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영어와 한자로 구분하게 되면, 미혼(未婚)은 Un-Married이고, 비혼(非婚)은 Non-Married이고, 독신(獨身)은 Single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혼, 비혼, 돌싱 등 혼자 사는 혼족(婚族)의 형태로 볼 때는 크게 독신이라고 말할 순 있지만, 내용적 의미는 크게 다릅니다. 비혼은 개인의 자발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결혼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 미혼과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미혼은 향후 결혼을 할 여지가 있지만, 비혼은 일생동안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므로서 현 사회에서 결혼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제도적 혜택은 물론 배우자의 존재가 주는 안정감 등을 취하지 않겠다는 것을 뜻합니다. 요즘 쓰이는 표현으로 비유하면, 미혼은 재고품, 불혼은 유통기간 지난 불매품, 비혼은 비매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비혼의 이유
사회적으로 비혼이 크게 늘어나는 이유를 보면, ‘결혼시기를 놓쳐서’, ‘혼자 사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아서’, ‘결혼비용으로 소모될 돈으로 차라리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아서’ 등의 이유 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남성은 결혼비용, 자유로운 삶의 포기, 출산육아의 부담 등의 이유로 비혼을 선택한다고 하고, 여성들은 자유로운 삶의 포기, 새로운 가족(시댁)에 대한 부담 등의 이유로 비혼을 선택한다고 합니다. 즉 남성과 여성 모두 전통적인 가부장적 결혼제도와 이에 따라 개인의 자유와 선택이 제한되는 것을 꺼려하여 비혼을 선택한다는 것입니다.
대다수 언론에서는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으로 고학력 실업자가 판을 치고 있고, 청년들은 좋은 일자리를 찾지 못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 세대. 내 집 마련과 대인관계까지 포기한 오포 세대를 거쳐, 꿈과 희망마저 포기한 칠포 세대가 되었다고 보도합니다. 결국 경제적 불안과 청년실업에 대한 정책 부재가 타의에 의하여 비혼으로 선택당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3. 새로운 비혼문화
비혼세대의 등장은 동거나 입양, 이민, 생활공동체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제도권으로 수용해야 하는 고민을 우리에게 던져줍니다. 또한 비혼족이 늘면서 비혼문화를 돕는 단체가 생기고, 새로운 문화도 생겨났습니다. 혼자 웨딩드레스나 턱시도를 입고 사진을 찍는 ‘싱글 웨딩’, 결혼 하지 않은 이모나 삼촌이 조카 양육을 지원한다고 해서 ‘골드 이모’, ‘골드 삼촌’, 조카에게 애정을 쏟는 ‘조카바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고, 비혼족 증가에 따라 월세, 홈인테리어, 소형차 수요도 늘고 있습니다.
결혼 할 의사가 없는 비혼족이 늘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결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비혼식’이 바로 그것입니다. 지인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열고 축의금 대신 ‘비혼금’을 받습니다. 그 배경에는 우리나라만의 축의금 문화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축의금이라는게 결혼비용을 품앗이하는 것이고, 나중에 돌려받겠다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입니다. 비혼식은 잘못된 축의금 문화가 낳은 부산물이지만, 젊은 세대들은 비혼식 때 축의금을 돌려받는 것이 낯설기는 하지만, 합리적이라고도 합니다.
4. 비혼에 대한 성경적 관점
하나님은 창조의 최고 걸작품인 남자와 여자를 만드시고, 신적 결혼제도를 통해 믿음의 가정을 이루게 한 후, 가정을 이룬 인간들에게 최초로 5가지 축복을 하셨습니다. 즉 “생육하고, 번성하고, 충만하고, 다스리고, 정복하라”(창 1:28)입니다. 자의든 타의든 결혼하지 않겠다는 것은 하나님이 제정하신 결혼제도에 대한 부정이며, 축복에 대한 거부입니다. 이는 하나님에 대한 승산 없는 영적 도전입니다.
하나님이 예정한 믿음의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한 몸되어, 축복된 가정을 이루고,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될 수 있도록 쓰임받고자 힘쓰시길 축원합니다.
jaekunlee00@hotmail.com
03.04.2023